‘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법률 제정 추진···환자·시민단체 “특례법 계획 철회해야”
보건복지부는 1일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중 하나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유사한 구조로 모든 의료인이 책임보험과 공제에 가입하는 걸 전제로 한다. 현재는 2022년 3월 기준 의원급 34%, 병원급 19%만 민간보험을 통해 의료사고 배상 공제에 가입해 있다. 복지부는 종합보험·공제를 개발하고 필수의료 분야나 전공의 등에게 보험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특례법은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제기가 불가능하고 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면 감면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환자의 동의가 없거나 의학적 판단 근거가 없을 때, 또 의료사고 조정·중재 절차에 참여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특례 적용에서 제외한다.
특례가 적용되는 의료사고 범위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위원회가 검토한다. 사망사고를 포함할지 여부, 미용·성형 의료사고는 제외할지 여부 등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례법 도입 전에라도 불필요한 소환 조사는 자제하고 중과실 없는 응급의료 사고는 형을 감면하는 규정을 적극 적용하도록 수사 절차를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를 개선해 의료사고 피해자에 대한 선제적 보상 등 권리 구제 체계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의료사고 공제 개발·운영, 피해자 소통·상담, 안전관리 지원을 위한 의료기관안전공제회(가칭) 설립을 추진한다.
현재 무과실 분만사고 등과 같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피해자 보상금을 정부가 일부 지원한다. 정부는 보상금 한도를 늘리고 적용 사례도 분만 외에 ‘소아진료’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법적 부담 및 고액 배상 부담 완화는 의료계의 숙원이다. 의료계는 중증·응급·수술 진료가 많은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사들이 의료사고로 인한 법적 책임 및 고액 배상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주장한다. 의료계는 2017년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 당시 의료진이 전부 기소됐던 일이 전공의들의 산부인과 지원을 피하게 만든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환자단체와 시민사회는 특례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현재도 의료사고를 입증하는 책임이 환자에게 있기에 앞으로 피해 구제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백혈병환우회·암시민연대 등 8개 환자단체가 소속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특례법 추진을 철회하고, 의료사고 피해자 측이 형사고소를 최대한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입법과 제도적 개혁부터 추진하라”고 했다. 환자단체연합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등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 발표에 유감을 표명하고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반대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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