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 품은 스테이지엑스, `메기` 될까
서상원 "온라인기반 사업성 확보"
스테이지엑스가 5G(5세대) 이동통신 28㎓ 주파수 대역 경매에서 승자가 되면서 통신 3사 과점 구도를 깨기 위한 정부의 제4 이동통신사 선정 노력이 '7전8기' 끝에 매듭지어졌다. '계륵'이라고 불렸던 28㎓ 주파수가 이동통신 3사의 낙찰가인 2072억~2089억원의 2배에 달하는 4301억원에 낙찰되면서 최종 승자는 정부라는 평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고 제4 이통사로 통신 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이번 선정으로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조건부 합병한 2002년 1월 이후 이동통신 3사 구도로 짜인 국내 통신 시장에 22년 만에 변화가 일어나게 됐다. 이동통신 3사가 사업화에 실패한 주파수 대역이지만, 전날 펼쳐진 주파수 경매는 당초 업계 예상 금액을 4배 가까이 넘어서면서 밤늦게까지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다.
두 사업자의 경합은 5일째 1단계 다중오름방식인 최종 50라운드를 모두 거치고도 결판이 나지 않을 만큼 팽팽했다. 이후 서로 입찰가를 적어 낸 후 가장 높은 가격을 베팅한 사업자가 승리하는 2단계 '밀봉입찰'에서 '쩐의 전쟁'으로 단판이 났다. '제4 이통사 자격 획득'에 의미를 뒀다는 스테이지엑스는 첫날 입찰가인 742억의 5.8배에 달하는 4301억원을 적어내며 승부수를 던졌다.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이던 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 컨소시엄)은 이의 절반 정도인 2000억원대 중반의 가격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경매로 치솟은 입찰가에 대해 "숨이 멎을 정도"라고 표현한 윤호상 마이모바일 대표는 "수만 가지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ROI(투자수익률)가 나오지 않는다"며 "주파수 가격은 2000억대 중반이 최고"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예상 밖의 흥행에 자축하는 분위기다. 해당 대역 주파수를 낙찰받은 이통 3사가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기지국 장비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회수했던 주파수 대역을 당시 가격의 두 배 이상에 다른 사업자에 넘겼을 뿐 아니라 지난 2010년부터 일곱 차례 걸쳐 추진했다 실패한 제4 이통사를 여덟 번째 도전 만에 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그간 '계륵'으로 꼽혔던 28㎓ 대역 주파수를 활용할 신규 사업자 모집에 성공해 정책 실패를 면했다"고 말했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그대로 두는 것은 자원 낭비이고, 6G의 전초 단계로 평가받는 5G 28㎓ 산업을 육성시켜야 하는 과제도 있었다. 일각에서 최종 승자가 정부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신규 사업자 출범을 위해 세액공제율 상향, 기(旣)구축 설비 활용, 할당 대가 인하, 약 4000억원 규모 정책 금융 등 가능한 모든 지원책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신규 사업자는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를 로밍(공동 이용)해서 통신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기지국 장비 구축 의무도 기존 통신 3사의 40% 수준인 6000대로 낮췄다. 특히 지난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기간통신사업 진입을 기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한 점이 주효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디지털 스펙트럼 플랜(안)'에서 신규 사업자에 대한 주파수 추가 공급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준홍 과기정통부 주파수정책과장은 "신규 사업자에게 주파수 대역을 할당해 날개를 달 수 있다면 공급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스테이지엑스가 향후 정부가 기대한 통신 시장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MVNO) 회사 스테이지파이브가 주도해 설립한 스테이지엑스는 카카오에서 계열 분리한 사업자로, 신한투자증권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장 소비자가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로 체감하는 통신 서비스를 내놓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우선 공항, 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에 5G 28㎓ 장비를 설치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동통신사도 수익성 문제로 포기한 주파수 대역인 만큼 향후 사업성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28㎓ 대역을 이용하면 이론상 20Gbps까지 다운로드 속도가 가능하지만 직진성이 강한 반면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약하고 도달 거리가 짧아 기지국을 훨씬 촘촘하게 설치해야 한다.
스테이지엑스는 28㎓ 망을 구축한 후 전용 단말과 요금제를 출시해 B2C 시장도 겨냥한다는 방침이다.
서상원 (사진)스테이지엑스 대표는 "5G서비스 활성화를 통해 통신시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부각시키고, 시장에도 새롭고 혁신적인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된 주파수 대금 4301억원에 대해 스테이지엑스 관계자는 "단순 입찰가를 기준으로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제4 이통사업자 자격 획득'에 큰 의미가 있다"면서 "28㎓ 주파수의 독점적 사용으로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와 기술, 부가가치를 반영한 미래가치를 고려해 경매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스테이지엑스가 도모할 온라인 기반의 이동통신 서비스 유통구조 혁신, 클라우드를 활용한 인프라 비용절감 측면까지 감안한다면 사업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스테이지엑스가 조(兆) 단위 비용과 마케팅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당장 최소 조건인 기지국 6000대 의무 구축에만 대략 1500억원이 든다. 기존 통신사의 망을 빌려 쓰는 로밍 대가 또한 통상 수천억원 수준이며, 통신 3사와 마케팅 경쟁도 펼쳐야 한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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