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강조한 LG 투수조장 임찬규 "목표는 많지만…공 하나하나에 집중"
약해진 불펜 지적에 "국내 선발진이 많은 이닝 던져야"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임찬규(32)는 2024시즌에도 LG 트윈스 투수조장을 맡는다. 투수조장은 '말하기 좋아하는' 그에게 잘 어울리는 자리다. 동료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살갑게 대하면서 자기 경험을 공유했다.
불펜의 핵심 투수로 성장해 새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유영찬은 "임찬규 선배가 투수조장으로서 투수들에게 좋은 얘기를 정말 많이 해준다. 그 조언이 지난해 시즌을 치르는 데 큰 힘이 됐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투수조장이 처음은 아니지만, 임찬규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안고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디펜딩 챔피언으로 맞이하는 시즌인 만큼 어깨가 무겁다.
그는 "우승은 작년에 한 것이고 해가 바뀌었다.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책임감은 더 커졌다. 또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착실하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정규리그 30경기(144⅔이닝)에 등판해 14승3패 평균자책점 3.42를 기록하며 팀의 통합 우승에 일조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그는 프리에이전트(FA)를 신청, 계약기간 4년에 최대 50억원(계약금 6억원·총연봉 20억원·인센티브 24억원) 조건으로 서명했다.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임찬규는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자신을 비롯한 선발진이 더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팀이 공격, 수비, 불펜이 모두 좋았는데 국내 선발 투수들이 조금 약했다"고 짚었다.
LG는 지난해 팀 타율(0.279)과 평균자책점(3.67)이 모두 1위였다. 다만 마운드는 불펜에 기댄 부분이 있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1위(3.43)인 반면 선발 평균자책점은 5위(3.92)에 그쳤다.
선발 투수 자원은 많았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안정감이 떨어졌다. 임찬규 역시 불펜으로 시즌을 시작하다가 선발진이 흔들리자 선발 투수로 보직이 바뀌었다. 야심 차게 트레이드로 영입한 최원태 또한 이적 데뷔전 외에는 기대에 걸맞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임찬규는 "후배들에게도 강조한 부부인데 나와 (최)원태, (김)윤식이가 지난해보다 경기당 1~2이닝만 더 던지면 전체적으로 많은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 선발 투수들이 투구 이닝을 늘리면 (고우석과 함덕주 등이 이탈한) 불펜 누수가 복구되지 않겠나"라면서 "지난해엔 불펜에 신세를 많이 졌으니까, 올해는 선발 투수들이 최선을 다해 많은 이닝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2011년 프로로 입문한 임찬규의 한 시즌 최다 이닝 기록은 2020년 147⅔이닝으로, 한 번도 150이닝을 던진 적이 없다. 그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책임감이 있다는 것이다. 규정 이닝은 기본이고 150이닝, 160이닝을 던져야 하는 게 FA 투수의 자격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루고 싶은 목표는 수없이 많다. 한 번 맛본 우승의 달콤함을 또 느끼고 싶고, 지난해 못 이룬 한국시리즈 선발승도 해내고 싶다. 선발 투수로서 3점대 평균자책점도 욕심이 나는 기록이다.
하지만 임찬규는 오직 팀을 위해 공 하나하나에 전력을 다해 던지겠다고 했다. 그는 "목표를 너무 의식하면 다 이루지 못해왔다. 평소처럼 내 차례에 마운드로 올라가서 열심히 공을 던질 뿐이다. 그렇게 공 하나하나가 잘 던져져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3선발로 낙점된 임찬규는 토종 에이스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저는 팀에서 '나가라면 나가고, 내려가라면 내려가는 투수'라는 인식을 항상 갖고 있다. 그게 나의 초심"이라며 "예를 들어 감독님께서 '중간(불펜)으로 가줄 수 있겠냐'고 하시면 바로 갈 거다. 그게 선수이고 투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4선발로 준비하는) 원태가 저 대신 3선발 역할을 잘해주지 않겠냐"고 웃었다.
LG는 임찬규와 FA 계약 협상을 하면서 총액을 높이는 대신 보장 금액을 절반으로 줄였다. 차명석 LG 단장은 "임찬규에게 '한 만큼 가져가라'는 뜻이다. 인센티브가 거의 절반에 이르지만 지금처럼 한다면 다 가져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박이 자칫 쪽박이 될 수도 있지만 임찬규는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그는 "못하면 안 되겠더라"며 "캠프에 들어가기 전부터 집중이 잘 됐다. FA 계약은 첫해가 가장 중요한데 (인센티브가 많은 부분이)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rok195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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