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600억 공정위 과징금 취소…법원 “승계 목적 아니다”

2024. 2. 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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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20년 부당지원 647억 과징금
행정소송서 취소
기업 승계 목적 지적했지만
법원 “승계라 볼 근거 없어”
서울법원종합청사[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SPC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공정위가 지난 2020년 그룹 계열사가 SPC삼립을 부당지원한 혐의로 600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취소됐다. 법원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행위가 경영권 승계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6-2부(부장 위광하 홍성욱 황의동)는 지난달 31일 파리크라상·SPL·비알코리아·샤니·SPC삼립 등 SPC그룹 계열사가 공정위로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등 취소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SPC 계열회사들이 SPC삼립을 장기간 부당 지원한 혐의로 647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립의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2011년 샤니 인수 당시 판매망 저가 양도 및 상표권 무상 제공 ▷제빵 계열사로부터 원재료 ‘통행세’ 거래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 등을 지적했다. SPC삼립의 매출을 늘려 주가를 높이기 위해 샤니, 밀다원을 저가에 인수할 수 있게 하고 원료-제빵 계열사 사이에서 통행세를 거뒀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SPC삼립이 2011년 샤니 영업부문을, 2012년 파리크라상과 샤니가 가진 밀가루 제조사 밀다원의 주식을 사들이는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SPC삼립이 샤니 판매망을 양도받아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은 맞지만, 공정위가 문제 삼은 ‘저가 양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또 상표권 무상 사용으로 2011년부터 8년 동안 발생한 이익은 매우 적다고 봤다. 당시 SPC삼립의 매출 등 영업 상황을 고려하면 공정위 제재를 받을 정도로 과도한 이익은 아니라는 의미다.

특히 재판부는 공정위가 부당 지원의 목적으로 지목한 경영권 승계는 관련이 없다고 적었다. 공정위는 SPC그룹 계열사가 총수 일가 지배력 향상을 목적으로 SPC삼립 주가를 높이는데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공정위 주장대로라면 총수 2세가 SPC삼립의 지분을 추가로 취득했어야 상식적이지만 15년간 아무런 변동이 없었다”며 “(샤니-삼립)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SPC삼립 중심의 판매망 통합을 결정했다는 원고 주장이 설득력 있다. 총수일가 지배력을 유지하고 경영권 승계를 도모했다고 볼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밀다원 주식 저가 양도에 대해서도 공정위의 정상가격 산정 자체가 잘못됐다고 봤다. 밀다원은 비상장회사이기 때문에 저가에 양도가 이뤄졌는지를 보려면 먼저 정상가격을 산정해야 한다. 전제가 틀려 저가 양도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공정위는 제재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밀다원 주가를 정했다. 문제는 주당 평가액 산정 기준일이 2012년 12월 31일로 이미 SPC삼립이 밀다원 주식을 사들인 후였다는 점이다. SPC삼립은 2012년 12월 28일 계열사로부터 밀다원 주식을 매수했다. 국세청은 거래 3~6개월 이전 기준 평가 주가를 시가로 인정한다.

SPC삼립이 원재료 계열사와 제빵 계열사 사이에서 별다른 역할 없이 통행세를 거뒀다는 공정위 제재도 취소했다. 재판부는 “판촉 및 영업활동으로 생산계열사가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기반을 마련했다. 규모의 경제로 제빵 계열사에 가격절감 효과도 누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지분 구조 측면에서 부당 지원이 성립할 수 없다는 SPC측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SPC측은 SPC삼립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적은 상장사로,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파리크라상 등 그룹사가 SPC삼립을 지원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해왔다. SPC삼립의 매출, 영업이익이 개선돼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총수일가가 SPC삼립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통행세 거래에서 지원객체는 총수 일가가 100% 소유했거나 지원주체보다 지분율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사건은 일반적인 통행세 거래 구조와 차이가 있고 수직계열화의 효율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SPC삼립이 제빵 계열사인 파리크라상, SPL, 비알코리아에 밀가루를 판매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처분을 유지했다. SPC삼립을 통해 계열사에 팔리는 밀가루는 국내 제빵업계 대상 밀가루 거래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판부는 “밀가루 거래 방식이 업계 거래 관행에 비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밀가루 판매 시장에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park.jiye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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