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軍 총사령관, 젤렌스키와 불화로 조만간 경질”

김동현 기자 2024. 2. 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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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이 지난해 11월 홀로도모르(1930년대 구 소련 치하의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기근 대학살) 추모비를 바라보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와 2년 가까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군(軍) 수장이 대통령과의 충돌로 경질될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CNN 등이 3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 수장 발레리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으로 조만간 축출될 전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9일 잘루즈니 총사령관에게 직접 사퇴를 권고했지만 잘루즈니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지난해 8월 러시아와의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부패 청산을 이유로 전국 병무청장들을 전원 해임한 조처에 공개 불만을 제기하며 불화설이 불거졌다. 우크라이나 야당 의원 올렉시 곤차렌코는 영국 가디언에 “대통령실은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군사적이 아닌 정치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군 수장이 쫓겨날 것이란 전망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소셜미디어에서 밝혔지만, 곤차렌코 의원은 젤렌스키가 국내외 여론을 살핀 뒤 잘루즈니를 해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젤렌스키 대통령이 올 대선을 앞두고 잘루즈니에 정치적 경계심을 느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 차기 대통령 후보로 젤렌스키에 이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인디펜던트 여론조사에서 대선 결선 투표가 실시될 경우 젤렌스키가 잘루즈니를 근소한 차이(2%p)로 이길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12월 키이우사회학연구소 조사에서 우크라이나 국민 신뢰도는 젤렌스키가 62%였던 반면 잘루즈니는 88%였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한 계엄령에 모든 선거가 유예된 상태로 오는 3월 대선이 예정대로 치러질진 아직 미지수이나, 현 대통령의 사실상 유일한 경쟁자로 떠오른다는 점에서 젤렌스키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젤렌스키는 지난해 11월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국군 지휘관들에게 “내일 정치나 선거를 할 거란 마음으로 전쟁에 임하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젤렌스키가) 잘루즈니 총사령관을 해임하면, 잠재적인 정적을 없애려는 시도로 일각에선 해석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정계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이 축출될 경우,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군 정보국장이 후임으로 유력하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앞서 지난해 9월 경질됐던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 후임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CNN은 “부다노우는 젤렌스키와 끈끈한 유대 관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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