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의사 1.5만명 부족”···정부, 내년부터 의대 증원하고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김향미 기자 2024. 2. 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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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정부가 오는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확대하고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일할 의사를 뽑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한다. 지역·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하고 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하는 특례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1일 오전 10시30분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이란 주제로 8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 등의 의료시스템 붕괴 위기 현실을 언급하며 “지금이 의료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년여간 의료계 및 각계 의련수렴을 통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다만 공공의료 강화 방안은 빠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보고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가지다.

핵심은 의사 수를 늘리는 것으로 정부는 2006년 이후 동결된 의과대학 정원(현재 3058명)을 2025학년도부터 증원한다. 정부는 의사단체 반발 등을 고려해 의대 증원 규모 및 방법은 조만간 별도로 발표한다. 정부는 10년 뒤인 2035년 의사 수가 1만5000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수급 전망을 토대로 증원을 추진하고 있어 연간 1000명 이상을 증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대규모 의대 증원을 확정하면 의사단체가 집단행동(파업)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1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 의대증원 관련 입장이 담긴 손팻말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주기적으로 의사 수급 및 의대 정원을 검토·조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 증원과 더불어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 교육 및 수련체계도 개선한다. 지역 의대 및 필수의료 과목 교수인력 확보 및 시설·장비 개선을 추진하고 인턴제 내실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및 수련비용 지원 등을 추진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현재 인기 진료과목이나 수도권에 의사가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긴 어렵다. 정부는 우선 의대 지역인재 의무 선발 비율을 현 40% 수준에서 더 늘려나가기로 했다. 지역·필수의료에서 장기 근무를 유도하기 위해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한다. 의대생 또는 의사가 정부·지자체·대학과 ‘계약’을 통해 교육비·수련비·정주 비용을 받고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장기간 근무하는 것이 골자다.

피부과·성형외과 등의 인기 진료과목 분야에선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일반의가 개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제한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임상 수련을 마친 의사에게만 개원할 수 있는 면허(임상의사 면허)를 주는 방안도 검토한다.


☞ “지역 근무 의사에 ‘풀패키지형’ 우대 조건”···지역필수의사제 어떤 제도?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2011054011

의대 증원 후 의사 배출까지는 6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의사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는 의료기관 간 의료진 협진, 파견 등을 토대로 한 ‘공유형 진료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도입, 선정된 권역에는 3년간 최대 500억원을 지원한다.

의료계는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의료사고 법적 책임 및 고액 배상 부담을 꼽는다. 이에 정부는 의료인의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필수의료 분야 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면제 등을 명시한 특례법 제정을 연내 추진한다.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났을 때 국가가 보상하는 범위도 확대한다. 환자단체는 의료사고 입증 책임을 환자가 지는 현 구조에서 환자의 피해 구제를 어렵게 한다며 반발했다.


☞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법률 제정 추진···환자·시민단체 “특례법 계획 철회해야”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402011136001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필수의료 분야 수가(의료행위 대가)를 인상하기로 했다. 비급여 및 실손보험 체계도 손본다. 비급여 진료가 늘면서 진료과목 간 의사들의 소득격차가 커지고 있다. 도수치료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를 볼 때 기본 진료의 건강보험 급여 청구를 금지하는 ‘혼합진료금지’ 도입을 추진한다. 미용의료 분야에 대한 시술 자격 기준도 개선한다. 세부 내용은 오는 4일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담아 발표한다.

정부는 단기 과제는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중장기·구조적 개혁 과제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위원회(가칭)를 조만간 설치해 실행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정책패키지 방향에 공감한다”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와 건보 재정에 큰 부담을 가져올 것이므로 의협 및 의학교육 전문가 단체 의견을 경청해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공공의료원과 같은 공공의료 확충 방안이 빠져 있는 지역·필수의료 강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건강보험 재정이 들어가는 수가 인상을 통한 필수의료 강화는 시민들의 의료비·건강보험료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지역 공공의료 강화책이 빠져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지역의사제’ 도입을 촉구했다. 노조는 이어 “정부는 의사인력이 비필수 인기 진료과에 쏠리는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개원 쿼터제(할당제)를 도입하고 (수도권에) 무분별한 병상 확대를 막기 위해 병상총량제를 엄격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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