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α 투입 '필수의료 패키지' 공개…도수치료 급여 금지·미용의료 관리 추진
정부가 의사인력 확충과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필수의료 유인책으로 보상 강화에만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2035년까지 1만5000명의 의사인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해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동시에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전제로 한 필수의료 형사처벌 특례 등의 카드를 꺼냈다.
고보상으로 필수의료 인력 이탈을 야기하는 비급여와 미용의료도 손을 본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와 혼합하는 것을 금지하는 안을 추진한다. 미용의료는 시술 자격을 개선해 의사의 쏠림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의사 외 직역에 미용의료 자격을 허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1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여덟 번째,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열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공개했다. '국민이 신뢰하고 의료인은 자긍심을 가지는 필수의료'를 비전으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4가지 정책에 중점을 뒀다.
19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과 장시간 근무·고위험·저보상 등으로 인한 필수의료 인력 이탈이 필수의료 붕괴를 야기했다는 문제의식이 대책 추진 배경이다. 이에 의사 수를 늘리고 보상과 유인책을 강화하며 의료인력을 흡입하는 비급여·피부미용 시장을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토론회에서 "지금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필수의료 위기의 악순환은 지속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과 함께 생명과 기업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의대 지역인재전형을 대폭 확대한다. 현재는 비수도권 의대 정원의 40% 이상을 지역에서 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데 이를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부산대, 전남대 등 일부 대학에선 이미 입학정원의 80%가 지역인재다.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도 도입한다. 충분한 수입과 교육, 주거 등 정주 여건 보장 등을 조건으로 지역 필수의료기관과 장기근속 계약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의사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기존 공중보건장학생 제도와 다르다. 지자체·대학 등의 지역필수의사 확보 노력을 의대 증원 분 배정, 지역의료 재정지원 등에 반영하는 안이 검토된다.
맞춤형 지역수가를 도입하고 필수·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재정을 투입하는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도 검토한다. 국립대병원과 지역의 민간·공공병원을 집중 육성하고 필수의료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지역의료 혁신시범사업(선정된 권역에 3년간 최대 500억원 지원)을 추진하고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의 분원 설치를 관리한다.
특례법 도입 전에는 수사·처리 절차를 개선해 의료분쟁 조정·중재를 적극 활용하고 피의자 측의 소명기회도 부여한다. 불필요한 의료인 소환조사를 자제하도록 하고 중과실 없는 응급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 감면 규정을 적극 적용한다. 무과실 분만사고 피해자에 국가가 보상금을 100% 지원하는데 지원 한도를 높이고, 소아 진료 등의 불가항력 의료사고에도 보상금 지원을 검토한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늘리기 위해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건강보험 재원 위주로 투입하며 일부 예산도 지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필수의료 수가를 대폭 올리고 의료비용 분석조사를 개선해 보상 불균형을 조정한다.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도 도입해 필수의료 보상을 늘린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등 중증·필수의료 인프라 유지를 위해 건강보험재정에 '혁신계정'을 신설해 관련 기관의 적자를 사후에 보전할 방침이다.
비급여 관리체계도 확립한다. 의료체계 왜곡을 방지하고 보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도수치료, 백내장수술 등 비중증 과잉 비급여는 병행되는 급여진료의 건강보험 청구를 금지하는 안도 추진한다. 혼합진료 금지다. 비급여 진료를 모니터링하고 주기적 의료기술을 재평가해 문제 항목은 비급여 목록에서 제외해 사용 불가토록 할 계획이다. 또 비급여 진료의 과잉보상을 유발하는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사전에 협의하도록 제도화한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미용의료 분야도 손을 본다. 사회적 논의 등을 거쳐 시술 자격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의사가 아닌 타 직종이 자격을 취득한 경우 미용시술 중 일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참고해 향후 제도를 개선할지 등을 특위 과정 논의를 통해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단기 추진 과제는 조기에 집중 추진하되 근본적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개혁 실천 로드맵을 마련, 추진할 계획이다. 특위에서는 의료사고 특례 쟁점, 비급여 제도 개선, 수련·면허 개편, 지역필수의사제, 지역의료기금 등을 논의한다. 복지부는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건강보험 종합계획을 통해서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추진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의료개혁의 이정표는 오직 국민"이라며 "국민만 바라보고 담대한 의료개혁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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