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까지 10조+α 들여 필수의료 살린다…의대증원 '필수'

강승지 기자 2024. 2. 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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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공유형 진료체계' 확립
비급여·급여 '혼합진료' 금지…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열린 소아진료 등 필수의료 정책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2023.2.22/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 벼랑 끝에 내몰린 필수의료 분야 수가 인상에 나선다. 지역 정주 여건을 지원하고 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일하게 하는 '계약형 지역 필수의사제'도 도입한다.

건강보험 급여 진료행위와 비급여 진료를 함께 하는 이른바 '혼합진료'는 금지할 방침이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미용 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시술 자격 개선 등 종합적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국민적 관심사인 의대 증원 규모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조만간 발표할 전망이다. 정부는 "2035년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는 수급 전망을 고려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1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가 담긴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이같이 소개했다.

◇野, 의무복무 '지역의사제' 요구…정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제시

복지부는 "필수의료를 살리는 것은 물론, 의료개혁의 필요조건으로 의사 수 확대 그리고 충분조건으로 단기적 해법과 중장기적 구조 개선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한 때"라며 의대증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2035년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는 수급 등을 고려해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확대한다. 증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한 뒤에 발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필수진료과목, 일차의료 수련 기회를 대폭 확대하는 등 인턴제를 개선한다.

전공의에게 의존하던 병원이 전문의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인력구조·운영 체계를 전환한다. 고위험 분만·신생아집중치료실 보유 종합병원과 산부인과 의원이 협업하는 방식(공유형 분만) 등 기관 경계를 넘어 의사가 이동하는 '공유형 진료체계'를 확립한다.

중증·응급 공백 해소와 전달체계 효율화를 위해 권역별로 3년간 최대 500억원을 지원하는 '지역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진행한다. 경증 환자는 의원에서, 고난도 중증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도록 동일시·도 내 의뢰·회송 수가도 개선한다.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지역의대 입시에서 지역 출신 의무 선발 비율을 대폭 상향하는 한편 장학금을 지원하거나 교육 및 주거 등 정주 여건을 보장해 지역 필수의료기관에서 일정 기간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 도입을 추진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도의 전형으로 10년간 지역에서 반드시 일하게 만들자는 '지역의사제'를 주장하는 데 대해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31일) 기자들에게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는 정부와의 계약으로 필수 의료기관에 종사한다. (민주당 요구와) 개념이 다르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성형외과 밀집지역의 모습. 2020.5.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도수치료, 백내장 등에 '혼합진료' 금지…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위 설치

모든 의료인의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추진한다. 책임보험·공제에 가입하면 피해자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공소제기가 불가능한 '반의사 불벌'과 '공소 제외'를 추진한다.

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 방안도 검토하는 한편 특레법 체계 도입의 전제인 충분한 피해 보상을 위해 모든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책임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한다. 또 사고 피해자들을 위한 '의료기관 안전공제회'를 세운다.

이밖에 응급실 환자·의료진 안전관리 보상을 강화하고 출입자 보안 검색, 주취자·정신질환자로부터의 신체 보호장구 사용 법적 근거를 내년 중 마련한다. 주취자는 응급환자로 판단될 때만 응급실로 이송하기로 했다.

업무강도가 높으나 필수의료 분야 수가는 집중적으로 인상한다. 향후 5년간 10조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을 쏟아붓겠다는 각오다. 필수의료를 반영하기가 곤란한 현행 수가체계에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라는 이름으로 도입·확산하고 건강보험 지불제도를 다변화한다.

특히 현행 건강보험 체계 바깥에 있는 '비급여 진료'에 대한 관리체계를 확립한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 현장에서 비중증인데 과잉 이용되는 비급여 진료에 혼합진료 금지 원칙을 적용한다. 혼합진료란 건강보험 급여 진료행위와 비급여 진료가 함께 제공되는 경우를 말한다.

또 실손보험이 비급여 진료 양산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사전협의 시스템을 제도화하며 상품 개선을 추진한다.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미용 의료 분야는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국민 건강 관점에서 시술 자격 개선 등을 추진한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날 기자들에게 "(혼합진료 금지, 미용 의료 등은) 개선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미용 의료에 대해 "이쪽으로 인력이 많이 빠져나가는 게 필수의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니 관리를 강화하고 개선할 게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의료적 필요성이 낮고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일부 미용 의료 시술에 대한 별도의 자격제도와 관리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국내에 이런 사례를 당장 도입하겠다는 방침은 아니라면서도 제도 개선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구상이다.

복지부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의 경우 조기에 집중적으로 추진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과제는 전문가 중심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실천 로드맵을 마련한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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