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LS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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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데자뷔 같아요. 그때도 금융 당국은 가장 먼저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했어요. 문제의 본질은 이게 아닌데, 책임 회피식 대응입니다."
DLF 사태 이후 은행은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확대하고, 금융 당국은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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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독일 국채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데자뷔 같아요. 그때도 금융 당국은 가장 먼저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했어요. 문제의 본질은 이게 아닌데, 책임 회피식 대응입니다.”
최근 만난 경제학자가 주가연계증권(ELS) 은행 판매 전면 금지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열변을 토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질의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며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은행이 줄줄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온 지 이틀 만에 주요 시중은행 3곳이 모두 ELS 판매를 멈췄다. 이를 계기로 은행의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가 적합한지에 대한 논의에 불이 붙었다. 은행은 고객 대다수가 원금이 보장되는 예·적금에 가입하러 가는 곳인데, ELS와 같은 고위험·고난이도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 쟁점이다.
그렇지만 이 사태의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홍콩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ELS 무더기 손실 사태는 은행의 ‘무리한 영업’, 금융 당국의 ‘관리 부실’이 만들어낸 결과다. DLF 사태 이후 은행은 불완전판매 방지를 위해 투자자 보호 장치를 확대하고, 금융 당국은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은행은 설명 의무를 강화했지만 이는 요식 행위에 그쳤고, 투자자 성향 분류 조작, 대필 서명 등의 영업 행위는 또 되풀이됐다. 고령 투자자의 기준을 70세에서 65세로 낮추고 투자 권유를 신중히 하도록 했음에도, 은행은 90대 이상 초고령자에게 90억원어치의 ELS를 팔았다. 투자자의 경험·재산 상태 등과 비교했을 때 그가 투자하려는 상품이 적합한지 판단하고, 적합하지 않다면 이를 권유해선 안 되는 ‘적합성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금융 당국도 손을 놓고 있었다. 은행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엄단하겠다고 했으나 기본적인 관리·감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 당국은 DLF 사태 이후 ‘고위험상품 투자자리스크 점검회의’를 정례화하겠다고 했지만, 지난 4년간 회의는 세 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첫 회의가 열렸던 2022년 11월은 홍콩H지수가 1만대에서 이미 4900대까지 떨어졌던 때다. ‘지수 하락에 따른 투자자 손실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공유됐지만, 즉각적인 대응은 없었다.
문제는 ELS가 아니다. DLF 사태 후 공언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은행과 금융 당국이 문제다. 무조건 은행에서 고위험 투자상품을 못 팔게 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고객의 선택권에 제약이 생기고, 비이자이익 확대가 어려워진 은행은 ‘이자장사’에 몰두해 대출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높인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금융 당국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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