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작정현이 꾸는 큰 꿈

손동환 2024. 2. 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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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1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2023년 12월 19일 오후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KBL은 2명의 이정현을 보유하고 있다. 1명은 서울 삼성의 이정현, 1명은 고양 소노의 이정현이다. 1987년생인 삼성 이정현은 ‘큰정현’으로 불리고 있고, 1999년생인 소노 이정현은 ‘작정현’으로 불리고 있다.
큰정현이 KBL을 주름잡았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대세는 작정현이다. 2023~2024 1라운드와 2라운드 모두 MVP 후보였을 정도. 비록 어깨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이정현은 큰 꿈을 꾸고 있다. 그가 꾸는 꿈은 ‘팀을 이기게 하는 선수’다.

성장이 만든 영광
이정현은 2021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오리온 프로농구단(고양 소노의 전신)에 입단했다. 데뷔 시즌(2021~2022) 정규리그 평균 23분 26초 출전에, 경기당 9.7점 2.7어시스트 2.3리바운드에 1.0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더 강했다. 경기당 25분 43초 출전에, 평균 15.0점 2.0리바운드 2.0스틸에 1.8개의 어시스트. 신인이었지만, 큰 무대에서 더 강한 선수임을 증명했다. 뭔가가 분명 다른 선수였다.
그리고 2022~2023시즌. 김승기 감독의 조련 하에 리그를 뒤흔들 재목으로 거듭났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경기당 34분 31초 동안, 20.1점 3.9어시스트 2.8리바운드에 1.8개의 스틸. 팀의 미래이자 현재로 거듭났다.
그런 성장이 이정현에게 영광을 안겼다. 유니버시아드 대표팀과 성인 국가대표팀 모두에 이름을 올린 것. 특히, 성인 국가대표팀 승선은 큰 의미였다. 성인 국가대표팀에 포함된 이정현은 농구 인생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2022~2023시즌 종료 후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으로 차출됐습니다.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은) 프로 저연차 선수들과 대학 선수들 위주로 구성됐습니다. 대학 선수들은 시즌 중이어서 좋은 컨디션으로 훈련에 임했지만, 프로 선수들은 그때 휴가였어요. 운동량이 부족했던 선수들이 몇몇 있었죠. 그래서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은 소집 초반에 체력 운동을 했습니다. 그 후에 조직력을 가다듬었죠. 그리고 나서, 프로 팀이나 성인 국가대표팀과 스파링을 했고요.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에서는 주축 자원으로 활약해야 했습니다.
정재훈 감독님(현 한양대 감독)께서 저에게 ‘해결사’를 맡겨주셨습니다. 주장인 (김)경원이형(현 안양 정관장)과 팀을 이끌되. 중요한 순간을 해결해주길 원하셨어요.
유니버시아드 대표팀을 경험한 후, 성인 국가대표팀에 포함됐습니다.
성인 국가대표팀은 이미 합을 맞추고 있었고, 저는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일정 소화 후에 합류했어요. 다른 형들보다 한참 늦게 훈련을 시작했죠. 그래서 준비 과정과 호흡을 맞출 시간 모두 개인적으로 부족했어요.
또,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때와 다른 역할을 소화했어요. 어느 포지션을 소화하더라도, 상대 볼 핸들러를 막았습니다. 3점슛 위주로 플레이했고요. 또, 잘하는 형들이 많았기 때문에, 저는 보조 역할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아시안게임을 처음으로 경험했습니다. 다른 국제 대회와는 어떤 게 달랐나요?
무게감이 연령별 대표팀과는 한 차원 달랐어요. 하지만 진천선수촌에서 생활하는 게 처음이었고 신기했어요. 무엇보다 꿈에 그리던 자리였기 때문에, 영광스럽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성적이 좋지 못해서... 그게 너무 아쉽고 후회스러워요.

저에게 팀이 생겼습니다!
바스켓코리아는 지난 2023년 5월호에 이정현을 만난 바 있다. 그러나 그때만 해도, 이정현의 입지는 불안했다. 이정현의 소속 팀인 데이원스포츠가 자금난으로 KBL에서 제명됐기 때문.
하지만 이정현을 포함한 데이원스포츠 선수단의 구세주가 나타났다. 소노인터내셔널이었다. 창단 승인을 받은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 2023년 7월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로 재탄생했다. 팀을 찾은 선수들은 웃을 수 있었다. 새로운 안식처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정현도 마찬가지였다. 창단식에서 활짝 웃었다. 그리고 잊지 못할 장면을 생성했다. 자신의 등에 스승인 김승기 감독을 업어,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소노인터내셔널이 창단 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훈련 중에 (창단) 소식을 들었습니다. 너무 기뻤어요.(웃음) 게다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함께 갈 수 있어, 기쁨이 더 컸습니다. 감사함도 컸고요.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가 정식 창단했습니다.
감사함과 신기함이 공존했습니다. 창단식도 소노캄 고양에서 해서, 마음가짐이 이전과 달랐습니다. 소속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매 시즌 팀명이 바뀌었습니다. 흔치 않은 경험인데요.
한 번 바뀌는 것도 어려운데, 저는 3년 동안 3번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그만 달라졌으면 좋겠어요.(웃음) 그렇지만 새로운 팀이 어려운 시기에 창단한 만큼, 감사한 마음은 컸습니다.
여담이지만, 창단식 때 김승기 감독님을 업어드렸습니다.
선수들이 각오를 말하는 순서였습니다. 그때 사회자 분(개그맨 김용만)께서 “이정현 선수께서 김승기 감독님을 업어드리면 어떨까요?”라고 권유했습니다. 계획에 없던 일이었죠.(웃음)
사실 저는 ‘우승하면 업어드려야겠다’고 내심 생각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사회자 분께 말씀드렸죠. 그렇지만 “창단식이 정말 좋은 자리인데, 지금 업어드리면 어떨까요?”라고 다시 한 번 말씀해주셨어요. 그걸 듣고 나서, 저도 ‘지금 아니면 언제 감독님을 업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그래서 업어드리게 됐고, 우승하면 한 번 더 업어드리고 싶습니다.

전진을 위한 후퇴
기쁨과 별개로, 이정현은 비시즌 내내 팀을 비웠다. 김승기 감독의 스타일을 알고 있다지만, 이정현이 팀을 비운 4개월은 꽤 긴 시간이었다. 이정현이 소노와 김승기 감독의 컬러를 까먹을 수 있었다.
불안함이 개막전부터 나왔다. 이정현은 2023~2024 개막전에서 7점 4어시스트 3리바운드(공격 2)에 그쳤다. 특히, 야투 성공률이 약 18.2%(2점 : 2/8, 3점 : 0/3)에 불과했다.
김승기 감독은 개막전 종료 후 “(이)정현이가 1년 전과 다른 농구를 하고 있다. 어쩌다 저렇게 돼서 왔는지... 빨리 정상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며 이정현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정현을 향한 걱정은 기우였다. 이정현의 퍼포먼스는 오히려 업그레이드됐다. 그저 팀의 중심이 아닌, 리그의 중심 자원으로 거듭났다. 1라운드(평균 37분 23초 출전, 20.9점 7.2어시스트 3.4리바운드)와 2라운드(평균 36분 4초 출전, 21.0점 5.1어시스트 3.3리바운드) 모두 라운드 MVP급 활약. 개막전의 부진은 업그레이드를 위한 후퇴였다.

2023~2024시즌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개막전 경기력은 좋지 않았어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유니버시아드 대표팀과 아시안게임에 차출됐습니다. 팀원들과 훈련을 거의 못했어요. 그렇지만 자신감은 완전 차있었어요.
다만, 경기 체력이 시즌 전 연습 경기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강점이 전혀 나오지 않았고, 김승기 감독님께서도 “이렇게 하면, 너 잡힌다”고 걱정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부족한 경기 체력보다 넘치는 자신감을 더 믿었습니다. 그런데 개막전을 하니, 체력 부족이 바로 드러나더라고요. 자신감과는 확실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체력이 안 되다 보니, 모든 게 엇박자였거든요.
개막전 후 어떤 것들을 생각하셨나요?
생각할 건 크게 없었습니다. 어떤 걸 어느 타이밍에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거든요. 다만,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몸이 안 따라줬을 뿐입니다.(웃음) ‘몇 경기 뛰다 보면, 체력도 올라올 거다’고 생각했죠. 감독님께서도 제 경기 체력에 많은 신경을 기울여주셨고요.
1라운드와 2라운드 모두 MVP급 활약을 했습니다. 어떤 것들이 달라졌나요?
결국 경기 체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체력이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고, 그래서 부족했던 것들이 어느 정도 채워어요. 그런 이유로, 퍼포먼스가 생각보다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두 번의 라운드 MVP를 모두 놓쳤습니다. 그건 조금 아쉽습니다.(웃음)
말씀하신 대로, 두 번의 라운드 모두 ‘라운드 MVP’를 놓였습니다.
(1라운드 MVP는 디드릭 로슨, 2라운드 MVP는 아셈 마레이의 몫이었다)

로슨과 마레이가 워낙 잘했어요.(웃음) 받을 선수가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후보에 오른 것도 팀원들 덕분입니다. 팀원들이 다 같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서, 저도 라운드 MVP 후보에 올랐던 것 같아요.

팀을 이기게 하는 선수
위에서 이야기했듯, 이정현은 리그를 좌우할 선수로 성장했다. 리그를 대표할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 2023~2024 1라운드와 2라운드 모두 MVP 후보로 올랐던 게 증거. 나아가, 시즌 MVP 후보로도 거론됐다.
다만, 팀 성적이 받쳐줘야 한다. 또, 이정현이 1라운드와 2라운드의 기세를 최종전까지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이정현은 2023~2024 MVP를 노릴 수 있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이정현은 지난 2023년 12월 10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부상 여파가 있을 수 있다. 이정현의 향후 행보 또한 미지수인 이유다.
그러나 이정현의 승부 근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팀을 이기게 하는 것. 그게 이정현이 삼은 목표다. 그런 이유로, 이정현은 복귀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2023년 12월 10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경기에서 어깨를 다쳤습니다.
부상 이후 1주일을 잘 쉬었고, 어제(18일)부터 체육관에 나갔습니다. 슈팅과 런닝을 하는 건 아니지만, 농구에 필요한 운동들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뛸 준비를 착실하게 하는 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복귀하고 나서, 팀 성적을 조금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저희 팀은 플레이오프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돌아온 후에도, 팀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요. 또, 팀원들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도 건강하게 돌아와서, 팀의 6강 진출에 힘을 보태고 싶어요.
이번 시즌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팀 목표는 6강입니다. 그리고 주변에서 ‘시즌 MVP’를 언급하셨지만(웃음), 저는 그저 회복 후에도 좋은 퍼포먼스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게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시즌 MVP를 내심 꿈꿀 것 같습니다.
‘라운드 MVP는 한 번 받아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봤습니다.(웃음) 그렇지만 시즌 MVP는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팀 성적과 개인의 실력, 운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즌 MVP는) 회복 후의 일이자, 승리 후에 일어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회복이 먼저일 것 같아요.
맞습니다. 비록 몇 경기를 이탈하기는 했지만, 회복에 먼저 집중하려고 합니다. 회복하고 나서는,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도 땀 흘리고 있는 동료들에게 힘을 싣겠습니다. 열심히 뛰겠습니다.

일러스트 = 락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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