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드라큘라' 정선아 "티켓값 안 아까운 배우 되고파"
10주년 공연서 '미나' 역으로 열연
지난해 12월 개막한 뮤지컬 '드라큘라' 10주년 무대에 서고 있는 정선아(40)는 인터뷰 내내 웃다가 울기를 반복했다. 2014년 초연 이후 10년 만에 연기하는 미나 역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수동의 한 까페에서 만난 정선아는 "정선아의 미나를 다시 보고 싶다는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도전했다. 지금 시점에 미나를 맡는다면 성숙한 모습으로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첫 공연하는 날 반응이 뜨거웠어요. 예전 기억을 더듬으며 새로운 배우들과 합을 맞추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무대에 올라가 보니 함께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드라큘라 장인' (김)준수가 '누나 왜 그렇게 울어?' 할 정도로 첫 공연 때 엄청 울었어요. 초연 때 고생하며 작품 만들었던 생각이 나서 그랬나봐요."
'드라큘라'는 브램 스토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극중 미나는 아내 엘리자벳사가 죽은 후 신을 저주하며 뱀파이어가 된 드라큘라가 400년간 사랑해 온 엘리자벳사의 환생이다. 약혼자가 있는 미나는 드라큘라를 멀리 하지만 갈수록 빠져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정선아는 "초연 때는 미나가 전생에 엘리자벳사였고 이 같은 이유로 드라큘라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이해가 안 됐다. 그런데 이젠 사랑이 뭔지 알아서 그런지 미나 캐릭터가 와 닿고 이해된다"고 웃었다.
"미나는 힘없고 약한 여성이 아니라 누구보다 단단하고 솔직한 여성인 것 같아요. 어느 순간 전생이 휘몰아치며 자신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드라큘라가 끌어내준 사랑에 열정을 쏟잖아요."
드라큘라는 미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어 함께 영생을 사는 대신 스스로 생을 마감해 미나를 지킨다. 드라큘라가 떠난 후 미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단시간에 많은 일을 겪었잖아요. 더 이상 슬퍼하지는 않지만 드라큘라를 생각하며 산 속에서 혼자 살았을 것 같아요."
초연 때보다 넘버를 부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도 했다. 정선아는 "고음에 집중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바뀌는 미나의 상황과 감정에 맞춰 여러 가지 소리를 낸다"며 "하나의 넘버 안에서도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가 많다. 하나하나 곱씹고 생각하며 부른다"고 말했다.
드라큘라 역은 김준수, 신성록, 전동석이 번갈아 맡는다. 그는 "(김)준수는 10년 전 처음 호흡을 맞췄을 때보다 내공이 쌓였다. 서로 믿는 마음이 있어서 함께 무대에 설 때 편안하고 안정감 있다"고 했다.
"신성록은 노력하는 배우라서 존경해요. 다른 작품에서 또 만나고 싶어요. 동생 같았던 전동석은 큰 배우가 된 것 같고요."
임신과 출산으로 공백기를 가졌던 정선아는 지난해 뮤지컬 '이프덴'과 '멤피스'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열어 젖혔다. '이프덴'으로는 지난달 15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8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프덴'은 이혼 후 12년 만에 뉴욕에 돌아와 도시 계획부에서 일하게 된 엘리자베스가 자신의 선택에 따라 각각 '리즈'와 '베스'라는 다른 인생을 사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정선아는 시시각각 변하는 캐릭터의 고민을 섬세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 호평받았다.
"극중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서 제 상황에 최적화된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출산 후 첫 복귀작인 만큼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는데 관객 반응이 좋아 감개무량했죠. 출산하고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 어느 때보다 노력했어요."
'멤피스'에 대해서는 "넘버가 극악무도했다. 타이틀롤 펠리샤 역에 함께 캐스팅됐던 손승연이 블루스를 잘 불렀다. 장점을 많이 흡수했고 서로 좋은 관계가 됐다"며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좋으니까 더 잘하고 싶은 선순환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프덴' 이후 캐릭터를 고르는 기준도 바뀌었다. "귀에 꽂히는 넘버가 있는지를 가장 먼저 봤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빛나지 않아도 자신의 이야기를 잘 전하고 관객이 사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골라요."
어느덧 데뷔 23년차 뮤지컬 배우가 된 정선아는 "무대에서 책임감 있는 배우로 남고 싶고 매 회차마다 최고 컨디션으로 공연해서 티켓 값이 아깝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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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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