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에도 시장경보 늘었다… 저PBR주·정치 테마주 투자 주의보
작년 같은 달보다 19% 증가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물고 있지만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시장경보 발동 건수는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주가가 급등한 정치 테마주와 함께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저PBR주’가 소수 거래 집중으로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되면서다. 투자경고 혹은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되면 매매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테마주 급등으로 장 중 증시 변동성이 심해진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경보제도는 주가가 일정 기간 비정상적으로 급등하거나 불공정 거래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 투자 위험을 알리는 제도다. 한국거래소는 투자주의 종목→투자경고 종목→투자위험 종목 등 3단계 조치로 나눠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시장경보가 발동된 경우는 총 150건이다. 최근 코스피 지수는 2400선에서 오르내리며 부진한데, 지난달 시장경보 대상 종목은 지난해 1월(126건)보다 19% 늘었다. 작년 1월은 코스피 지수가 8.44% 치솟으며 증시에 활기가 돌 때였다. 테마주 등 소수 종목에 거래가 집중된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시장경보가 발동된 경우를 단계별로 보면 투자주의 종목은 126건, 투자경고 종목 23건, 투자위험 종목 1건 등이다. 투자주의 종목과 투자경고 종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건, 17건씩 늘었다.
가장 최근 투자주의종목으로 공시된 세원정공은 ‘저PBR주’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시가총액을 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순자산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저PBR주는 PBR이 1배 미만인 주식으로,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기업 가치에 못미쳐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걸 의미한다. 예컨대 시가총액이 50억원이고 기업이 가진 전체 자산 가치가 100억원이라면 PBR은 0.5다.
세원정공의 PBR은 0.15로 매우 낮은 편이다. 세원정공은 매매 관여 과다와 소수 계좌 거래 집중 등으로 30~31일 총 3번 투자주의 종목 대상에 올랐다. 정부가 저PBR주 부양책을 마련한다는 소식에 저PBR주에 매수세가 몰린 탓이다. 지난달 29일 개인투자자들이 세원정공을 3억7400만원어치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억4200만원, 100만원어치 팔았다. 기타법인도 3000만원 매도했다. 이 종목은 지난달 29~30일 이틀간 15.2% 급등했다가 전날 1.18% 내렸다.
투자주의·경고 종목 가운데 정치 테마주도 많았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테마주로 꼽히는 대상홀딩스우와 와이더플래닛, 깨끗한나라, 태양금속 등이 포함됐다. 통상 정치 테마주는 기업 가치나 실적에 상관없이 사안에 따라 큰 폭으로 오르내린다. 정치인 테마주로 묶일 때부터 실제 사업적 연관성 없이 인맥으로 연결된 경우가 많은 데다 짧은 기간에 등락 폭이 커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있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남선알미우도 주가 급등으로 투자주의 종목에 지정됐다.
이외에 교보11호스팩, 하나금융23호스팩 등 스팩주들도 매매 관여 과다, 소수 지점·계좌 종목 등으로 지정됐다. 홍해 리스크로 주가가 뛰었던 해운주인 흥아해운과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조정) 문제로 부각된 태영건설우에 대해서도 시장경보가 발동됐다.
시장경보 단계 중에서도 투자주의 종목은 거래가 제한되지 않는다. 다만 투자주의종목 중 주가가 3일간 100% 상승하거나 5일간 60% 오르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다. 신용 거래가 제한되고 위탁 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한다.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는데도 주가가 이틀간 40% 오르면 투자위험 종목이 돼 하루 동안 매매가 정지된다. 또 3일간 주가가 45% 오르거나 5일간 60% 상승하는 경우도 투자위험 종목 지정 요건이다. 투자위험 종목도 투자경고 종목과 마찬가지로 신용 거래 제한, 위탁 증거금 100% 등을 적용받는다.
증권가에선 최근 시장경보 발동 건수가 많아진 건 소수 종목에 관심이 쏠리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진 영향이라고 본다. 정치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 정치 테마주를 비롯해 최근 급등한 저PBR주도 일종의 테마주로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 지수가 종가로 보면 보합권이지만 장 중 변동성은 심하다”며 “특히 아직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저PBR주가 크게 오르는 만큼 테마성 주식으로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저PBR주가 정부 발표 이후 시장에서 급등하는 건 단순히 투기성으로 거래 수요가 몰린 것”이라며 “합리적이지 않은 현상인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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