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임형준, 사운드프로듀서‧한국예술원(KAC) 교수

조성진 기자 2024. 2. 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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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록/메틀, 국악, 클래식까지 전방위 작업
25년 경력의 베테랑 음향전문가
제9대 한국음향예술인협회 회장
국내 최다 각종 음향 관련 국제 공인 자격
“레코딩 분야도 저작인접권 인정돼야”
“바람직한 레코딩 사운드는 상상력과 아이디어 자극”
前 ‘에임스튜디오’ 대표, 호주 SAE‧JMC서 음향 공부
AC/DC ‘앨버트 스튜디오’ 하우스엔지니어 출신
“한국예술원 음향예술계열, 국내 최고 시설+100% 취업률”
‘킥드럼’ 연구로 석사, ‘입체음향’으로 박사 과정 준비
음향 전문지 기자로도 활동
국악인 집안…어머니‧누나‧형수‧조카까지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한국예술원(KAC) 음향예술계열 임형준(51) 교수는 25년 경력의 음향 현장 베테랑이다. 그간 일에만 몰두해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자칭 '일벌'이라고 한다.

임형준 교수는 지금까지 1000여명 이상의 아티스트와 거의 모든 장르를 작업했다.

관련 종사자 중에선 가장 많 자격증과 타이틀을 갖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 몇 명 없는 '돌비 애트모스' 국제공인 강사 자격증을 비롯해 AVID 프로툴즈 국 공인 인증 강사, 스타인버그(Steinberg) 국제공인 큐베이스마스터, 'Audinate' 사의 DANTE 국제공인 트레이너 등등. 그 외에 한국음향예술인협회(KASA) 9대 회장, 글로벌 음악오픈마켓 'eMUSICMARKET.com' 대표, 세계음악학회 정회원, 한국음향학회 산학협동 이사, 경북 4차 산업혁명 대전 기획분과위원등등 여러 직책과 활동 등으로 이력서를 제대로 쓰려면 수십 여 장은 족히 넘는다.

음향전문지 'PA''사운드아트' 기자로도 활동했고, 토니 마세라티 등 해외 음향 분야 레전드 초청세미나를 진행했으며,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광주음악산업진흥센터 등 여러 기관과의 업무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아하(A-Ha)'Take on me' 재믹싱을 통해 공간계 이펙터가 감성적으로 응용확장해가는 예를 연구한 학술 논문이나 2017년 추계예술대 컨템포러리미디어뮤직학과 석사 논문인 '각 음악 장르의 악기 구성 중 킥 드럼이 차지하는 주파수 영역의 분석과 음악 내의 레벨 분석 연구'도 흥미를 끌게 한다.

"킥 드럼 관련 논문은 장르마다 킥 드럼 소리가 다르다는 전제하에 출발합니다. 엔지니어들의 80%는 믹싱을 하면서 제일 먼저 킥 드럼 볼륨을 올리죠. 톤을 그렇게 잡아놓고 살을 붙여가는 방식을 취하는 겁니다. 킥 드럼 사운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즉 밀도가 단단하면 나머지 파트도 그에 맞춰 밸런스를 맞추는 형태로 작업이 진행되는 거죠. 킥 드럼이 연하면 나머지 파트도 그에 어울리는 사운드로 만들게 됩니다. 록, 재즈, 블루스, 팝, 힙합, 댄스 등 장르마다 킥 드럼 사운드가 다른 데 바로 이런 킥 드럼을 중심으로 각 음악 장르별 15년간 그래미를 분석해 얻은 연구 성과를 담았습니다." 

석사에 이어 세종대학교에서 돌비 애트모스 등 첨단 입체음향 분야로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 중이다. 입체음향 분야는 현재 가장 핫한 분야이기도 해 이 논문 또한 흥미를 끌 소지는 여전하다.

KAC와 세종대 강의(음악과)를 병행하고 있는 임형준 교수는 지난 8'사운드 프로덕션을 위한 레코딩, 믹싱 콘솔의 이해'란 단행본을 발간했다. 레코딩 스튜디오 최고의 콘솔 SSL 시리즈의 시그널 흐름의 이해, 그리고 DAW 중 프로페셔널 음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AVID사의 프로툴즈 사용 관련 유사 예들과 하드웨어 사용 응용을 통한 레코딩, 믹싱과정 내 각 파트가 담당하는 역할 및 기능을 설명하는 책이다.

"2023년은 너무 바쁘게 보낸 한 해였습니다. 하루 3시간밖에 못 잘 만큼. 결국 공황장애, 부정맥 등 건강에 이상이 생길 정도였지만 다행히 지금은 회복됐습니다. 세종대는 주당 8시간, KAC는 전임교수다 보니 18시간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음향엔지니어협회인 'KASA(한국음향예술인협회)' 9대 회장으로 재직하며 "모이는 사람만 모이던 친목 도모 형태의 단체에서 젊은 엔지니어들에 이르기까지 외연 확장에 기여" 했고, 음향 분야에도 저작권(저작인접권)을 인정해 달라는 적극적인 노력도 펼쳤다.

"제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일을 한 만큼 그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받는 시스템/토양의 구축이란 차원이지요. 저작권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던 것도 이런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음향레코딩 분야를 저작인접권으로 인정하느냐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결국 '실연자'로 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022424일 자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 인터뷰에서도 임창덕 부밍스튜디오 대표가 이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음악 저작권에선 보컬이 50%로 가장 많이 가져가고 나머지 50%는 여러 파트 실연자가 가져간다. 이러한 분배구조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방식이다. 여기에 음향이 저작권으로 인정되면 보컬을 제외한 나머지 50%의 배분 구조에서 n분의 1로 쪼개야 하는 방식으로 정산된다고 한다. 그러니 관련 실연자들의 처지에선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기타나 베이스, 드럼 등 해당 파트 연주자들은 자신이 맡은 부분만 연주하면 되지만 음향 엔지니어는 보컬은 물론 모든 악기 파트를 셀 수 없이 듣고 또 들어가며 밸런스를 맞추고 녹음 작업을 합니다. 해당 작품을 가장 많이 듣고 고민하는 당사자죠. 이러한 노력을 인정해 줘야 합니다."

음향엔지니어 분야 저작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는 건 외국도 마찬가지지만 세대가 바뀌며 저작권 개정 청원을 꾸준히 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로열티 시스템(러닝 개런티)을 적용하고 있다.

"토니 마세라티가 내한했을 때 함께 삼겹살 먹으며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어요. 비욘세 믹싱작업을 할 때에도 로열티 계약을 했다고 합니다."

"미국은 2018, 관련 법안을 상·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음향 감독과 프로듀서들의 창의적 기여를 인정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이제 한국도 이에 관련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됐어요. K팝 음악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때 저희만 구시대의 법률과 생각에 머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전부터 음향 분야 저작인접권 현실화를 위해 관계자들이 준비했지만, 법적인 이슈와 선례가 없다는 것, 그리고 저작권 관련 단체 간의 조율 문제로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작업자들과 이야기해보면 '믹싱'이란 부분은 음악적 완성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누구나 인정하고 있어요. 기술적인 참여 및 음악적인 참여로 믹싱을 통해 곡의 방향성 및 색깔까지 바꿀 수 있는 상황인데, 인정은 되지만 위에 언급한 내용들 때문에 공식적으로 저작권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임형준 교수는 음향 레코딩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일컫는 '음향 엔지니어'란 호칭보다 '사운드 프로듀서'로 호칭이 바뀌길 원한다. 좀 더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을 강조하고 싶다는 게 이유다.

2008년 AES 회장을 역임한 조나단 와이너와 함께. [사진제공=임형준]

임형준은 1972년 전라도 광주에서 22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경찰공무원으 근무했고 어머니는 전남도립국악단 부단장을 역임한 국악인(가야금)이다. 둘째 누나도 가야금을 연주했고, 형수도 임형준의 어머니 제자다. 심지어 조카까지 해군군악대에서 대금을 연주한 '국악인 집안'이다.

임형준은 6살 때부터 초교 졸업 때까지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이어 어머니의 권유로 아쟁도 배웠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며 라이온, 배드문 라이징, 알란파슨스 프로젝트, 핑크 플로이드 등에 심취하며 록 매니아가 됐고 대학(세라믹과)에 입학해선 동아리 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과 대표이기도 했던 그는 2학년 때 MIDI 동아리 만들어 관련 애호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에서 MIDI가 대중화되기 훨씬 전이었다는 점에서 임형준의 앞서가는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임형준 교수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며 그런 멋진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음향엔지니어라는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당시엔 레코딩 음향을 다루는 학교가 없었다. 그래서 임 교수는 국내에선 대학을 그만 다녀야겠다고 결심한다. "학비는 무조건 스스로 벌어서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지론도 있어 2학년 재학 중 자력으 돈을 모아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유학길에 오른다.

"경찰서가 어디인가요?"란 영어 한마디만 아는 상태에서 '무조건' 감행한 호주 SAE(School of Audio Engineering,  SAE Institute) 유학은 초반엔 고난의 연속이었다. SAE는 전세계 50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현지에서 6개월 정도 지나며 귀가 뚫리기 시작했어요.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니까 알아듣지 못해서 모든 수업을 테이프에 녹음했고 그걸 숙소로 가져와 듣고 또 들으며 내용을 파악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하도 많이 들으니 모두 외울 정도였죠."

남보다 몇 배 더 노력한 결과는 졸업 때 보상받았다. 당시 SAE의 본교인 호주 시드 SAE는 성적순으로 4명에게만 '졸업'이란 타이틀을 주고 나머지 학생에겐 '수료'로 대신다. 임형준은 전체 석차 3등으로 자랑스럽게 '졸업'할 수 있었다. 이로써 그는 호주 SAE 사상 한국인 최초의 졸업생이란 기록을 세우게 된다.

SA에 이어 JMC로 가 더 공부하며 이 학교에서 호주 최고의 엔지니어 프로듀서인 롭 테일러를 처음 만났다. 임형준은 롭 테일러의 '앨버트(Alberts) 스튜디오' 하우스엔지니어로 일하게 된다. 이 스튜디오는 AC/DC 소속사의 스튜디오로 유명한 곳. 그후 호주 체류 중 새로이 창간된 한국의 '사운드아트' 매거진 호주 리포터로도 활동했다.

임형준은 SAEJMC까지 3년간의 호주 체류를 마치고 90년대 후반 귀국길에 오른다.

귀국 후 첫 직장은 논현동에 있던 '코아스튜디오'. 룰라, 핑클, 샵 등 많은 유명 가수가 이곳에서 작업했고 임형준은 이 많은 가수를 작업하며 실전을 쌓아갔다. 그러나 작업량이 너무 많다 보니 그만두는 스태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임형준 또한 3년 가까이 근무하며 피로가 누적돼 결국 퇴사했다.

호주 JMC 유학 시절.

그후 이수용(현 동아방송예술대 교수) 교수와 음향 전문지 '월간 PA' 를 창간해 편집부에서 일하다가 2000년 홍대 인근에 '에임(AIM)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원래는 산울림소극장 인근 30평 규모의 스튜디오를 계약하려고 했다. 그러던 중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임대'라고 쓴 건물을 발견하게 된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75평이나 되는 시원하게 뚫린 내부 공간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에임 스튜디오' 둥지를 틀었다

AC/DC 스튜디오 하우스엔지니어 출신의 호주 유학파이자 '코아스튜디오' 경력, 거기에 음향 잡지 기자로도 활동해 온 임형준의 존재는 관련 업계에서 금세 유명해졌다.

두 번째 달의 '앨리스인 네버랜드'는 에임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음반 중 임형준이 손에 꼽는 작품이다. 실제로 거대한 하프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녹음했음은 물론, 좀처럼 접하기 힘든 다양한 악기들도 어쿠스틱으로 녹음했는데 이런 많은 악기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지금 들어도 행복해지는 음악"이다.

"두 번째 달 '앨리스인 네버랜드'는 믹싱 작업 등 전체적으로 좋은 사운드가 나온 것 같습니다. 이전까진 저를 헤비메틀/록을 잘한다고만 했지만, 이 앨범을 통해 저희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준 것 같아요. 오케스트레이션, 일렉트로닉, 퓨전적 요소까지 다양하게 녹아있는 앨범이죠."

메틀 그룹 '오딘' 앨범도 기억에 남는다. "역시 외국에서 녹음해서 그런가? 사운드가 너무 좋다"란 후기가 많았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에임스튜디오에서 작업한 것인지 몰랐다. '맥키 3208' 믹서로 작업했다고 한다.

이외에 에임스튜디오 첫 손님으로 녹음한 '천지인'도 기억에 남는다고.

홍대 '에임 스튜디오' 내부 전경.

이처럼 에임스튜디오는 오픈 얼마 후부터 음악계 전역에 "사운드 잘 잡는다"라는 인식이 퍼지며 수많은 아티스트들과의 많은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후 미국, 독일, 호주의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을 한국으로 불러, SSL 콘솔을 보유한 레코딩스튜디오에 추가로 AIM 마스터링 스튜디오까지 확장하기 이른다.

그 광화문으로 옮겨 4년간 광화문 스튜디오와 병합해 광화문 에임스튜디오를 운영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그는 대학 강의를 하며 음향교육의 필요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기에 이른다.

10여 년간의 에임스튜디오를 접은 그는, 꼭 스튜디오 사업이 아니더라도 음향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며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다가 교육(학교) 쪽으로 방향을 틀기에 이른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서종예(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강의했고 2013년부터 한국예술원(KAC) 음향제작과 겸임교수를 거쳐 2018년부터 전임으로 재직 중이다. 2023년부터 세종대 음악학과 레코딩 강의도 병행하고 있다.

그가 강의를 시작한 초반만 해도 한국예술원 음향예술계열은 규모가 작았다. 이후 교수진과 학교의 남다른 열정으로 지금과 같은 큰 규모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한국예술원 음향예술과는 실전 위주 교육이라 취업도 거의 100%. 음악 및 IT,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예술원(KAC) 음향예술계열은 실전 위주라 학생들이 졸업 후 현장에 즉시 투입돼도 일을 잘합니다. 그래서 해당 기업 대표들이 우리 학생들을 선호해요. '음향예술계열'은 국내 최고의 시설과 교수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튜디오가 무려 6개나 있어요. 일반 대학의 경우 스튜디오가 1~2개 정도라 스튜디오 한번 쓰려면 그만큼 경쟁도 치열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한국예술원은 스튜디오가 6개라서 학생들이 실습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강의 중인 임형준 교수. 

"KAC 음향예술계열은 음악스튜디오 최고의 콘솔인 SSL 4048G를 구비하고 있으며, 이론과 실기 모두 잘되어 있는 시스템입니다. 레코딩, 믹싱, 마스터링, 입체음향, 영상 및 게임사운드디자인, 공연음향 등 모든 과정을 풀 코스로 가르치는 곳은 서울에서 우리 학교 외엔 없을 겁니다. 학생들도 (자부심을 갖고)대단히 열심히 하고 있어요. 라이브 엔지니어를 하고 싶어서 학교에 들어왔는데 수업받다 보니 게임사운드 디자인이 좋아지거나 그 반대의 경우 등 학교에서는 시야가 넓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음향레코딩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많은 학생과 함께하는 한편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매해 세미나, 관련 교육, 기획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음향 관련 세계적인 프로듀서/엔지니어들의 초청 강연 및 각종 행사 유치도 적극적이다. 마이클 와그너를 좋아해서 사운드프로듀서란 분야에 관심 갖게 된 만큼 마이클 와그너 내한 세미나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마이클 와그너와 스케줄이 맞지 않아 결국 함께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나라마다 고유의 사운드 스타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이나 호주는 좀 텁텁한 느낌, 미국은 시원시원하고 독일은 깔끔한 성향을 보인다고 할까요."

"레코딩-믹싱-마스터링이란 단계 중, 레코딩은 1곡당 3~4일에서 일주일 정도 걸립니다. 엔지니어와 프로듀서가 그 곡을 최소 100번 이상은 들으며 끊임없이 의견 조율해 믹싱 작업을 끝내게 됩니다. 믹싱 엔지니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곡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죠. 믹싱 엔지니어에 따라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물로 나오는 경우도 많아요. 적지 않은 사람들은 다음 단계인 마스터링에서 (돈을 투자한 만큼)무언가 확 바뀌길 원하기도 하죠. 이런 음악을 만들어가는 음향예술의 과정과 종사자들에 대해 많은 분들이 아시면 좋겠습니다."

스튜디오 레코딩 산업의 미래

"이전까진 사운드가 사용되는 곳을 음악에 한정했지만, 지금은 산업적으로 외연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엔지니어도 여러 분야로 나뉘어져 있죠. 공연 엔지니어만 해도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등의 극장 엔지니어와 라이브 엔지니, 포스트 프로덕션 쪽엔 광고, 영화, 방송, 게임 사운드 엔지니어 등으로 세분돼 있을 정도예요. VR AR XR 증강현실 등의 사운드 입체음향, OTT에서도 활성화되고 있는 입체음향 등등 시야를 넓히게 되면 산업적으로 음향엔지니어의 수요는 꾸준하며 그만큼 이 분야의 미래도 밝다고 봅니다."

"사운드 프로듀서가 되기 위한 덕목으로 인내심, 성격, 열린 마인드를 꼽고 싶습니다."

"바람직한 레코딩 사운드란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운드입니다. 녹음하기 전 '기타에 딜레이 또는 리버브를 같이 섞어서 녹음할까요?' '키보드에서 공간계 빼주세요' 며 사운드를 만드는 과정의 소통을 많이 합니다.  믹싱 엔지니어가 펼치는 그림이 있기 때문이죠. 볼륨 0.1db가 프로툴의 최소 단계인데 일반인들은 전혀 모르지만 저는 0.1db가 올라가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자가 살짝 도드라졌을 때 미묘한 차이조차 보여주는 곡들이 있습니다. 이 하나에서 이렇게 힘을 주는구나라고 인식하게 하는. 이런 사운드들이 '감정'을 갖고 (듣는이를)드라마틱하게 바꾸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바로 이거 하나로 듣는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군대가기 전에 듣는 사람도 있고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듣는 사람도 있으며 어떤 이는 자살 충동을 받던 중 곡을 듣고 위로를 받기도 합니다. 이 미세한 사운드프로듀싱 하나가 해당 음악의 '결정적 순간'으로 작용하며 인생을 바꾸는 음악이 되는 거죠."

"개인적으론 꽉 찬 사운드도 좋아하지만 Rob Chiarelli가 믹싱한 윌 스미스 'Black Suits Comin' (Nod Ya Head)처럼 사운드가 정말 잘 정리된 작품도 좋아합니다. 록에선 인 디스 모먼트(In This Moment)를 작업한 사운드 프로듀서 케빈 그레고리 처코를 높이 평가합니다."

한국을 찾은 토니 마세라티. [사진제공=임형준]

2024년도 강의와 음향 작업 등 많은 일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엔 세종대와 이미지마켓 형태로 '아르코(문화예술위원회)' 사업 추진도 있다. '예비예술인들의 혁신적 기술 융합'을 주제로 하는 사업 프로젝트다. 매년 해오던 광주음악창작소 강의도 해야 하고 박사 논문도 마쳐야 한다.

임형준 교수는 일주일에 10편 이상 영화를 보는 영화애호가다. 최근 '노량'을 인상적으로 봤다고.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올해엔 드럼을 꼭 배우고 싶단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가장 원하는 건 "푹 쉬면서 여행 한번 제대로 가고 싶다"는 것이다. 일에 치여 살고 있다 보니 이걸 실행에 옮기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많은 음향감독들이 요즘 K팝 사운드가 'harsh'하다, 즉 거칠다고 표현합니다. 더욱 자극적인 사운드로 가는 추세죠."

"앞으로도 교육 분야에 더욱 열심히 정진할 예정이며 사람의 마음에 평생 함께하는 좋은 음악들과 예술산업에 보탬이 되는 '사운드프로듀서'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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