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SNS, 아동 피해 법적 책임 져야”…저커버그 공개 사과

2024. 2. 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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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청문회…소셜미디어 CEO 질타
저커버그 “가족에 죄송…피해 방지 위해 투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상원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날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 플랫폼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착취를 방치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질타에 사과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여러분은 손에 피를 묻히고 있다. 사람을 죽이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상원 법사위원회가 개최한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 착취 위기’를 주제로 한 청문회에서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소셜미디어(SNS) 최고경영자(CEO)들을 향해 이같이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스냅챗의 에반 스피겔, 틱톡의 추쇼우즈, 엑스(X·옛 트위터)의 린다 야카리노, 디스코드의 제이슨 시트론 CEO가 증인으로 출석한 이날 청문회에서는 SNS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적 착취를 방치하고 있다는 질타와 더 많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그레이엄 의원은 미성년자들이 SNS의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고 중독되면서 목숨까지 잃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소셜미디어 기업은 긍정적인 면이 있는 제품을 만들었지만 그것은 또한 함께하기에는 너무나 어두운 면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딕 더빈(민주·일리노이) 상원 법사위원장은 온라인상의 아동 성 착취에 대해 CEO들을 비난하며 “그들의 디자인 선택, 신뢰와 안전을 위한 적절한 투자 실패, 기본적 안전보다 관심과 이익에 대한 지속적인 추구는 우리의 아이들과 손자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질책했다.

이날 방청석에는 소셜미디어에 의한 피해자 가족들이 자녀의 사진을 든 채 자리했다. 이들은 CEO들을 비난하고 의원들의 질타에 박수를 보내는 한편, 가족을 잃은 슬픔에 눈물을 흘렸다.

스크린에는 SNS에서 어린이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의 동영상과 성폭행범에게 돈을 뜯기고 목숨을 끊은 피해자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청문회에서는 특히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저커버그 CEO가 집중 공격을 받았다.

미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상 아동 성 착취물 신고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3600만여 건을 기록했는데, 이 중 페이스북에서만 2000만건이 넘는 성 착취물이 신고됐다.

조쉬 하울리(공화·미주리) 의원은 저커버그 CEO를 일어서게 한 뒤 자녀 사진을 들고 있는 가족들을 향해 “당신의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냐”면서 “당신의 제품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 피해 가족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테드 크루즈(공화·텍사스) 의원은 음란 콘텐츠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데 인스타그램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비난했고, 존 케네디(공화·루이지애나) 의원은 메타가 “이용자들이 이슈의 한쪽 면만 보게 되고 플랫폼이 진실을 가리는 킬링 필드(killing field)가 된 것이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마샤 블랙번(공화, 테네시) 의원은 10대 이용자의 평생 가치를 270달러로 추정한다는 메타 내부 문서를 제시하며 “어린이는 당신의 우선 순위가 아니다. 어린이는 당신의 상품일 뿐”이라고 일침을 놨다.

잇따른 질타에 저커버그 CEO는 “끔찍하다. 여러분이 겪은 모든 일들에 대해 죄송하다”며 피해 가족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이어 “누구도 여러분이 겪은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우리가 많은 투자를 하는 이유”라며 “앞으로도 여러분의 가족이 겪어야 했던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애플과 구글이 사용자 연령을 확인해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있다며 의회가 이 법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스피겔 스냅 CEO도 미성년자가 스냅챗에서 마약을 산 뒤 사망한 사례를 든 라폰자 버틀러(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의 지적에 “이런 비극을 막지 못해 너무 죄송하다”고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추쇼우즈 틱톡 CEO는 올해 어린이의 안전과 보호에 전 세계적으로 2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야카리노 X CEO는 초당적으로 입법 추진 중인 ‘아동 성 학대 방지 법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피해자가 소셜미디어 기업을 고소할 수 있고, 아동 성 학대 관련 자료의 삭제를 더 쉽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최근 비행 중이던 여객기에 구멍이 뚫렸던 보잉 항공기 사고와 비교해 이들 플랫폼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 의원은 “한 비행기에서 문 하나가 날아갔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해당 기종의 보잉 항공기 전체가 운항을 중단했고, 당국에서 즉각적인 안전 검토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에이미 클로버샤(민주·미네소타주) 의원도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왜 우리는 (소셜미디어에 항공기 운항 중단과) 똑같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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