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제례악을 오케스트라에 완벽하게 접목시킨 걸작[이 남자의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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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위상은 실로 위대하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무대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작품에서 윤이상은 단순히 우리나라나 아시아풍의 신비롭고 이국적인 소리를 서양 음악에 결합시키는 차원을 넘어 동양 철학을 음악에 녹여냄으로 유럽 음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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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도나우에싱겐음악제 초연
음의 생성·확장·소멸 과정 그려
‘박’등장… 연주 시작·종결 알려
유럽음악계 큰 반향 일으킨 작품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위상은 실로 위대하다.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무대에서 그의 작품을 만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의 작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연주하는 스페셜리스트(전문 연주자)들까지 있을 정도다. 그는 생전에 유럽의 평론가들로부터 ‘유럽에 현존하는 5대 작곡가’로 뽑혔고,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으로 한국에서 수감됐을 때는 독일 정부와 함께 세계적인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이 구명 운동을 벌였을 정도다.
유럽을 넘어 전 세계가 윤이상을 주목하게끔 만든 작품이 있으니, 1967년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으로 납치, 투옥되기 전해, 도나우에싱겐 음악제에서 초연됐던 작품 ‘예악’이다.
그의 출세작인 관현악곡 ‘예악’(1966)의 제목은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인 ‘종묘제례악’을 연상케 한다. ‘예악’에서 오케스트라의 하프는 우리의 전통악기인 가야금을, 플루트는 피리의 소리를 연상케 한다.
또 우리의 전통악기인 박(拍)이 등장한다. 박이란 여섯 개로 이루어진 박달나무 조각 사이에 엽전을 끼워 넣어 박수 치듯 연주하는 악기다. 우리의 전통음악에선 박을 침으로써 음악의 시작과 음악이 바뀌는 부분을 알리며 마지막에는 세 번 치는 것으로 그 끝을 알린다. 윤이상의 작품 ‘예악’에서도 박을 침으로써 음악의 시작을 알리고 연주의 마지막 부분에선 세 번을 치면서 작품의 종결을 알리고 있다.
우리가 흔히 듣는 클래식 음악의 멜로디와는 달리 ‘예악’에서의 선율과 음정은 모호하다. 음정은 마치 수묵화가 그려지듯 화선지 위의 물과 먹처럼 흔들리며 번져나간다. 그의 음악은 서양 음악의 형식과 표현 방식을 답습하는 대신 붓글씨를 쓰거나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내듯 음의 생성과 확장, 소멸돼가는 과정들을 그려냈다.
이 작품에서 윤이상은 단순히 우리나라나 아시아풍의 신비롭고 이국적인 소리를 서양 음악에 결합시키는 차원을 넘어 동양 철학을 음악에 녹여냄으로 유럽 음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예악에서 음이 갖는 의미는 형식 안에서 유기적이고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서양음악과는 달리 각각의 음들이 생명력을 갖는다. 그리고 그 음들 자체로 강렬한 추상성을 갖고 있다.
서양의 음악이 마치 연필이나 만년필로 그려내듯 또렷하고 정확하다면 윤이상의 음악 안에선 붓으로 그려내듯 음의 선과 면들이 먹이 번져나가는 것처럼 생명력을 가지며 자유롭게 펼쳐진다.
‘예악’의 발표 이후, 윤이상은 1967년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간첩 혐의로 연루돼 한국에서 10년형을 받았다. 그는 1969년 법원의 형 집행정지로 자유의 몸이 됐다. 독일로 돌아간 그는 2년 뒤인 1971년에 독일 국적을 취득했고, 이듬해 55세의 나이로 베를린 국립음대의 명예교수로 추대됐다. 그리고 1995년 11월 4일 베를린에서 세상을 떠났다. 유해는 베를린 가토 묘원에 안장됐으나 23년 만에 송환돼 2018년 3월 20일 통영국제음악당 부지 내에 안장됐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오늘의 추천곡 - 윤이상 ‘예악’
1966년 독일 도나우에싱겐 음악제에서 초연돼 윤이상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작품으로 흔히 ‘예악’은 종묘제례악의 약칭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양의 사상과 음악기법을 서양음악 어법에 완벽하게 결합시킨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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