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 근친상간 설정, 가족에 대한 복합적 감정 다루고 싶었죠”[편파적인 디렉터스뷰]
1. 소재로 왜 근친상간을 택했나
2. 3편 같이한 김현주, 또 선택한 이유는?
3. 왕성한 작품 활동, 비결은?
연상호 감독에겐 쉼이란 없다. 영화와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크리에이터로서도 분주하게 달리고 있다. OTT플랫폼 넷플릭스 새 시리즈 ‘선산’(감독 민홍남) 각본을 담당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건넨다.
‘선산’은 교수 임용을 앞둔 ‘서하’(김현주)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불길한 일들이 연속되고 이와 관련된 비밀이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부산행’ ‘반도’ 등 연상호 감독 밑에서 조감독을 했던 민홍남 감독의 첫 연출작이기도 하다. ‘선산’ 상속과 ‘근친상간’이란 파격적 소재를 택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고자 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호불호가 극강으로 갈렸다. 소재의 파격에 기대어 이야기가 흐르는 까닭에 재미가 반감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대해 최근 스포츠경향이 만난 연상호 감독이 이유를 설명했다.
■쟁점1. 왜 근친상간이어야 했나
극 중 ‘김영호’(류경수)가 근친상간에 의해 태어난 인물이라는 설정 때문에 공개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엔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연 감독은 근친상간을 소재로 쓴 건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초기에 ‘선산에 대한 싸움’과 ‘근친상간’ 두 아이디어로 시작된 이야기에요. 오래 전에 기획한 거였는데 당시엔 한국에서 드라마로 만들기엔 아직은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고, 시간이 흘러 넷플릭스란 플랫폼이 거대해지면서 다시 손을 댔죠. 저도 근친상간이 자극적 소재로만 소비되는 걸 원하진 않았어요. 가족이란 이중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그 사실이 밝혀질 땐 너무 자극적으로만 연출하지 말자고 민홍남 감독과도 얘기했던 바고요. 통념에 어긋나는 관계이면서도 사랑에 의해 이뤄진 거라는 이율배반적 이야기가 부딪히는 지점을 고민했고요. 가족의 이중성을 파고들어보려고 노력했어요. 상당히 규격화된 스릴러에서 멀리 떨어진 방식의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감사하게도 넷플릭스가 함께 작업하자고 결정을 해줬죠.”
■쟁점2. 김현주와 네번째 호흡한 까닭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1, 2와 ‘정이’에서 김현주와 작업했다. ‘선산’은 김현주와 함께하는 네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왜 김현주를 또 택했을까.
“‘지옥1’을 찍을 때 김현주의 여러 얼굴을 봤어요. 워낙 액션을 잘해서 그런 매력은 ‘정이’에 반영되기도 했고요. ‘지옥1’에서 화살촉 무리에 테러 당한 어머니 때문에 응급실을 들어가는 장면에서 사람들 눈치를 보는 얼굴은 ‘선산’의 주인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고요. 여러 얼굴을 가질 수 있는 배우이기도 하고, 흔들림 없이 자신이 준비한 걸 철저하게 보여주는 최고의 배우기도 해요. 민홍남 감독의 첫 연출 현장이기 때문에 주변을 안정적인 걸로 채우고 싶었던 마음이 컸는데, 그런 측면에서 김현주에게 또 출연을 제안한 거였죠. 100% 만족스러웠고요.”
■쟁점3. 영화·드라마·애니, 멀티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비결은?
히트작 ‘부산행’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서울역’ ‘돼지의 왕’ 드라마 ‘방법’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는 유일무이한 창작자다.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했다.
“하루에 10시간씩 자요. 그걸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엔 작업하려고 집중하고요. 어떻게든 뭔가 건져나가려고 노력하지요. 아무것도 못 하는 날도 많은데 그럼에도 매일 매일 그런 루틴을 행하다보니 4일에 한번 꼴로 뭘 얻기는 하는 것 같아요. 혹여 슬럼프가 올 땐 아무것도 써지지 않는 감정이라도 글자로 써보려고 하고요. 가끔은 NBA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기도 하는데요. 마인드 콘트롤의 ‘끝판왕’들 같아서 도움이 많이 돼요. 마이클 조던이 그런 얘길 했는데요.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는 일에 대해선 관심이 아예 없다. 승패엔 관심 없고 슛의 각도를 정확히 하는 것에만 집중한다는 거죠. 저 역시 성적에 집중하고 신경쓰다보면 숨조차 쉬지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한발자국 떨어져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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