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모 “하루라도 제가 늦게 죽어야”…성년후견 대안될까[지적장애인 공존]

2024. 2. 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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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비 수명 늘어난 발달장애인
하루 온종일 돌보는 부모는 우울감 시달려
장애 중증일수록 부모 사후에 난감해져
성년후견인 지정해도 결국 시설 보내야
지난해 6월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관계자 등이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며 대통령실 방향으로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최근 발달장애인의 수명이 많이 늘어나면서 40대·50대 장애인 자녀를 60대·70대 부모가 돌보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24시간 밀착한 고된 간병을 수십년간 이어오다가 극심한 우울감과 좌절감에 극단선택을 시도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지난달 5일에도 지난달 40년 간 돌본 장애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60대 아버지가 재판에 넘겨지는 사건이 있었다. 부모가 살아있는 동안은 그마나 돌봐줄 사람이 있으니 다행이다. 부모 사후에는 맡아줄 친족을 찾기 어렵고, 자립도 불가능해 뾰족한 대책이 없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복지 사각지대의 확충을 요구하는 까닭이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는 지난달 8일 성명을 통해 “40년간 돌봄을 해오던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만이 중증 장애 자녀 돌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어야 하는 현실에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장애인 자녀 한 명으로 인해 가족 전체가 감당해야 할 무게는 상당하다. 특히 중증 지적장애인 부모의 돌봄 노동은 일반적인 가정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양과 질 모두 난이도가 높았다.

김현숙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자문위원은 “30살 발달장애인인 딸은 월·화·목·금은 복지관에 가는데 아침 10시에 가서 4시에 돌아온다. 활동지원사가 아침 등교와 저녁 퇴근 각 2시간씩을 저 대신 아이를 돌봐준다. 한 달에 활동지원사를 배정받을 수 있는 시간이 150시간으로 정해져있다. 주말에는 제가 하루종일 같이 있는다”고 말했다.

올해까지는 그나마 복지관에 다닐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는 “딸은 1급 지적장애 판정을 받았고, 도전적 행동(자신 또는 타인의 안전에 부주의한 행동 또는 폭력)이 심하다. 내년에 새롭게 갈 수 있는 복지관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른다. 미래가 잘 안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오히려 딸이 성인이 되고 난 후로 돌봄노동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는 “그나마 아동일 때는 학교에 머물러 있으니까 나았다. 성인이 된 후에는 일반 사회를 돌아다니니까 더 돌출되고 남한테 피해를 주기도 해서 어디 내놓지를 못하게 된다”며 “불안증세와 도전적 행동을 줄여보려고 행동증진센터를 찾아도 모두 아동만 받고 성인은 배제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서울에는 발달장애인행동증진센터가 서울대병원과 한양대병원 두 곳에만 있다.

성년후견제도에 대해서도 늘 생각하고 있지만, 좋은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김 위원은 “먼 훗날 제가 치매에 걸리거나 죽게 되면 그땐 성년후견제도를 이용해야 한다”며 “하지만 아이가 자립생활이 전혀 불가능한데 지금의 성년후견제도가 대책이 될 수 있을지 못 미덥다”고 말했다.

성년후견 제도는 올해 시행 11년째를 맞이했다. 후견은 대상의 의사판단 능력에 따라 성년·한정·특정후견 순으로 나뉜다.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엔 성년후견,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한정후견, 일시적이거나 특정 사무에 후견이 필요한 경우 특정후견으로 분류된다.

즉, 성년후견은 치매 환자나 장애인 등에게 후견인을 연결해줘 사회생활과 재산 관리 전반을 돕는 제도다. 후견인 감독 업무도 친족이 아니라 법원이 맡아 친족의 의한 재산 탈취 등을 막는다.

2019년 7000건을 하회하던 성년후견 신청건수는 2020년 이후로 8000건을 넘기며 매해 증가하고 있다. 인용건수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다. 이전의 금치산·한정치산 제도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성년후견제도는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인에게는 분명 좋은 제도다. 혼자 자립해서 살지만 복잡한 은행업무, 이사와 행정업무 등은 불가능한 장애인에게 후견인이 도와주는 정도로는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중증 장애인에게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돌보아주던 부모가 사망한 이후 남겨진 최중증 장애인에게는 후견인을 붙여준들 24시간 붙어 일상생활을 돕는 정도까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요양시설에 맡겨야 하지만 폐쇄성이 짙은 탓에 선호되지 않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1만2000여명(2022년 기준)으로 전체 발달장애인(25만5000여명)의 약 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립보훈처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발달장애인의 사망시 평균연령은 56.0세다. 부모들은 오늘도 ‘자식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살기를’ 바란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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