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도 자연인, 인격 존중받아야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2024. 2. 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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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돌이 '칼국수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1월 인터넷 방송에서 "칼국수가 뭐지?"라는 혼잣말을 했고, '튀어 보이려 한다'는 요지의 논란이 일었다.

아이돌이 왜 "칼국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여기서 아이돌이 감정노동에 '충실'하지 못함은 가장 큰 죄이고, 그다음은 아이돌의 엉뚱한 발언이며, 대중의 트집 잡기는 가장 가벼운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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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묘의 케이팝 내비]
[GettyImages]
한 아이돌이 '칼국수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1월 인터넷 방송에서 "칼국수가 뭐지?"라는 혼잣말을 했고, '튀어 보이려 한다'는 요지의 논란이 일었다. 이후 그는 최근 라이브 방송에서 당시 칼국수를 먹지 않아서 잘 모른다는 뜻이었다고 항변하며 따지듯이 발언했다. 그것이 다시 '태도 논란'으로 비화하자 소속사는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어 한 연예매체가 이 아이돌에 관한 기사에 '칼같이 국제선 출국 수행' 등 칼국수 삼행시로 제목을 붙였고, 비판 여론이 일자 이들 역시 공식 사과했다.

희한함을 넘어 기괴하기까지 한 일이다. 아이돌이 왜 "칼국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했는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데뷔 초 이 발언으로 십대인 그는 1년을 악플과 조롱에 시달렸고, 그것에 대한 항변이 다시 문제시됐다. 사건을 두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뤄진 투표에서는 "그럴 수는 있지만 대처가 잘못됐다"는 의견이 다수표를 받았다.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아이돌이 엉뚱한 발언을 하면 대중은 그를 괴롭힐 수 있고, 그럼에도 아이돌은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그러니 여기서 아이돌이 감정노동에 '충실'하지 못함은 가장 큰 죄이고, 그다음은 아이돌의 엉뚱한 발언이며, 대중의 트집 잡기는 가장 가벼운 일이 된다.

연예매체 보도에서 더 많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누군가는 '재치 있다'고 착각하는 제목을 붙이는 건 이미 익숙하고도 흔한 행태로, 때론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해당 기사는 이 아이돌의 공항 사진이었다. 공공장소에서 아티스트 모습을 촬영한 이 같은 기사는 일종의 화보로서 기능을 갖는다. 자연히, 주로 해당 인물에 관심 있는 이들에 의해 소비되는 콘텐츠다. 그런 기사에 아티스트를 조롱하는 제목을 붙여도 된다고 생각했다면 그 아이돌에게 관심 있는 이들 중 상당수가 이 조롱을 '재미있다'고 느끼리라고 상정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관성적으로 자리 잡은 팬과 '안티'의 대립구도를 꽤나 벗어나는 이야기다. 적잖은 이가 K팝 아티스트를 철저히 조롱하면서도 동시에 소비할 수 있음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조롱당하고 소비되는 아이돌 인격

해당 연예매체의 사과 또한 독특하다. 사과했다는 보도만 무성하지 전문을 찾아보기도 힘든 이 사과문은 "아티스트들의 IP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지난 몇 년간 K팝 산업에서 키워드로 부상한 'IP'는 지식재산권을 의미한다. 즉 K팝 아티스트가 갖는 콘텐츠와 브랜드로서 가치를 담는 표현이다. 자연인으로서 아티스트의 인격을 지칭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사과는 악성 여론에 부화뇌동한 기사로 손상됐을지도 모를 아이돌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부분만 지칭하고 있는 듯하다.

악의적 항의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일부 'IP'의 행보는 최근 한국 대중문화계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아이돌 소속사가 사과한 것이 사업적으로 안전한 선택이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사과는 애초 발언으로 1년간 괴롭힘과 시달림 끝에 비어져 나온 항변에 대한 새로운 괴롭힘을 모두 정당화한다. 아이돌의 감정노동과 대중의 악의 사이에 놓인 저울은 여기서 이미 기울어져 있다. 그것이 언론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기까지 한다. 이때 떠내려 가버리는 건, 혹은 이미 떠내려 가버린 건 K팝 아이돌도 인격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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