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부상→71G 전부였는데…천재타자 연봉, 왜 삭감 아닌 동결일까 “간판스타 자존심 세워준 것”
[OSEN=이후광 기자] 2022년에 이어 지난해 역시 부상과 부진에 신음한 KT 간판타자 강백호(25). 그런데 어떻게 연봉 삭감을 피할 수 있었을까.
KT 위즈는 지난달 31일 “재계약 대상자 65명 중 외야수 송민섭을 제외한 64명과 2024시즌 연봉 계약을 마쳤다”라고 발표했다.
간판타자 강백호는 지난해 이맘때의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고 2023시즌과 동일한 2억9000만 원에 2024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부상과 부진으로 71경기가 출전이 전부였던 그는 어떻게 동결된 연봉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었을까.
서울고를 나와 2018년 KT 2차 1라운드 1순위로 뽑힌 강백호는 2023시즌을 앞두고 데뷔 첫 연봉 삭감의 쓴맛을 봤다. 2년차 1억2000만 원을 시작으로 3년차 2억1000만 원, 4년차 3억1000만 원을 거쳐 5년차 5억5000만 원까지 연봉을 끌어올렸지만 2022시즌 발가락과 햄스트링을 다쳐 62경기 타율 2할4푼5리 6홈런 29타점을 남기는 데 그쳤고, 그 결과 47.3% 삭감된 2억9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연봉 협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KT 구단과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며 스프링캠프 출발 직전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47.3%라는 수치에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강백호는 결국 스프링캠프 본진이 출국하는 1월 29일 오전에서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31일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으로 홀로 출국했다.
초심을 되찾고, 그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스프링캠프에 임한 강백호. 그러나 각종 논란이 그의 재기에 훼방을 놨다. 작년 3월 열린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가 불행의 시작이었다. 8강 진출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이른바 ‘세리머니사’로 국민적 공분을 산 것. 2루타를 친 뒤 인플레이 상황에서 3루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잠시 2루 베이스에서 떨어졌고, 그 사이 2루수의 글러브 태그에 아웃을 당했다.
강백호는 세리머니사로 논란이 된지 불과 두 달 만에 또 다른 본헤드플레이로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5월 18일 잠실 LG전 5회말 무사 1루에서 김현수의 안타 타구를 잡은 뒤 포물선을 그리는 무성의한 중계플레이로 3-3 동점 빌미를 제공했다.
강백호는 결국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6월과 8월 경기 출전 없이 온전히 휴식을 취했다. 이후 심신을 회복해 9월 5일 1군 무대로 컴백했고, 월간 타율 3할3푼3리를 치며 천재타자의 귀환을 알렸다. 강백호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향해 그토록 바랐던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마침내 미소를 되찾았다.
마음의 병을 치유한 강백호는 포스트시즌 또한 그 어떤 선수들보다 열정적으로 준비하며 두 번째 우승반지를 꿈꿨다. 그러나 너무 의욕이 앞섰을까. 플레이오프를 대비한 자체 청백전에서 스윙 도중 우측 내복사근이 손상되며 가을야구 출전이 좌절됐다. 당시 이강철 감독은 “내가 그렇게 세게 치지 말라고 했건만…”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백호의 2023시즌 성적은 71경기 타율 2할6푼5리 8홈런 39타점 32득점 OPS .763. 62경기 타율 2할4푼5리 6홈런 29타점 24득점 OPS .683을 남긴 2022시즌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기록이었지만 KT 구단은 강백호의 연봉을 더 이상 삭감하지 않았다. 강백호 또한 지난해와 달리 일찌감치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2024시즌 반등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전년도 (강)백호 선수에게 반등하라는 의미로 연봉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그런데 작년의 경우 기능적인 것보다 여러 외부 스트레스로 인해 멘탈 문제가 생겼다”라고 진단하며 “강백호는 우리가 간판스타로 키워야하는 선수다. 추가 삭감보다는 동기부여를 시켜주고 자존심을 세워주면서 가는 게 돈을 더 가치 있게 쓰는 거라고 판단했다”라고 연봉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지난 시즌 필승조에서 뒷문을 지배한 박영현은 KT 구단 최고 인상률과 최고 인상액을 동시에 기록했다. 지난 시즌 연봉 6100만 원에서 162.3% 인상된 1억6000만 원에 사인했다.
65명 가운데 유일한 미계약자인 송민섭은 구단과 계속해서 이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33살이 된 백업 외야수 송민섭은 2023시즌 대수비, 대주자를 맡아 69경기 타율 1할3푼(23타수 3안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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