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속편·뜨뜻미지근한 오리지널, 넷플릭스는 왜 이럴까[스경X초점]

하경헌 기자 2024. 2. 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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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2’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지난 5일 파트 2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경성크리처 시즌 1’(이하 경성크리처 1)은 실질적으로 2024년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작품의 포문을 여는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그 성과를 이야기해야 할 각종 인터뷰에서 정동윤 감독과 강은경 작가 그리고 배우 박서준 등은 개연성의 부족이나 뻔한 클리셰 설정 등에 대한 해명에 주력해야 했다.

불과 2~3년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가졌던 위상과는 천차만별의 결과다. 특히 지난해 2023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국내에서 힘을 못 쓴 이례적인 한 해였다. 티빙이 ‘방과 후 전쟁활동’과 ‘운수 오진 날’ 등을 냈고, 디즈니플러스가 ‘무빙’과 ‘카지노’, 쿠팡플레이가 ‘소년시대’ 등을 성과를 내던 시간, 넷플릭스의 위용은 많이 사라졌다.

물론 OTT 시장이 한국에서 태동하기 시작한 2020년대 초반에 비해서는 경쟁이 치열해진 탓도 있지만, 넷플릭스 내부의 원인이 조금씩 그 쇠락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많다. ‘넷플릭스 왕국’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차츰 옛날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2’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2023년 넷플릭스는 예능을 제외하고 극 형식의 작품을 총 19편 준비했다. ‘정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길복순’ ‘발레리나’ ‘독전 2’ 등 다섯 편의 오리지널 영화를 비롯해 ‘연애대전’ ‘더 글로리 파트 2’ ‘퀸메이커’ ‘택배기사’ ‘사냥개들’ ‘셀러브리티’ ‘D.P. 2’ ‘마스크걸’ ‘너의 시간 속으로’ ‘도적:칼의 소리’ ‘이두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스위트홈 2’와 ‘경성크리처’의 첫 파트 그리고 ‘선산’이 공개됐다.

이중 ‘더 글로리’와 ‘마스크걸’을 제외하고는 대한민국 대중의 뇌리에 남지 않았다. 세계적인 OTT 플랫폼 전문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의 집계에서 2023년 일간 글로벌 1위를 한 번이라도 해본 작품은 ‘더 글로리’ ‘사냥개들’ ‘경성크리처’ 등 세 작품에 불과했다. 2021년 ‘오징어 게임’이 기록한 사상 첫 1억가구 시청 기록이나 넷플릭스 정식 서비스 국가 모두에서 1위를 달성한 작품 등의 명성까지는 아니더라도 2021년, 2022년 거뒀던 영화에 비해서는 부족하다.

일단 믿었던 속편들의 부진이 쇠락을 부채질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는 ‘D.P’와 ‘스위트홈’ 등 드라마, 영화 ‘독전’의 속편이 공개됐지만 모두 흥행에서는 부진했다. 시리즈물의 영속성을 가늠할 수 있는 속편 흥행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올해 공개가 예정된 ‘지옥’의 속편과 ‘스위트홈 3’ 그리고 웨이브에서 넘어온 ‘약한 영웅’의 속편까지 암운이 드리워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경성크리처’ 2. 사진 넷플릭스



게다가 경쟁 플랫폼들이 잇달아 신작들을 내놓으면서 OTT 플랫폼 시장 전체에서 넷플릭스 작품이 차지하는 절대 비중이 줄어든 탓도 있다. 디즈니플러스가 지난해 9편의 오리지널을 선보였고, 또 다른 경쟁자 티빙은 2022년 12편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5편의 신작을 선보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부진에는 또한 감독들의 상상력으로 원작 IP(지식재산권)에는 없는 새로운 오리지널 스토리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실패한 경험이 중첩된다. 군 내 부조리를 ‘군탈체포조’라는 신선한 소재로 풀었던 ‘D.P.’는 시즌 2에서 본격적인 군내 인물들 사이의 암투에 집중하면서 서사의 다양성을 잃었다. ‘스위트홈’의 경우에는 무리하게 아파트를 빠져나왔고, ‘독전’은 감독의 상상력으로 줄거리를 바꾸고 중간 서사를 넣었던 것이 원래 팬들의 이탈로 이어졌다.

그리고 넷플릭스 초반 과감하게 시도됐던 좀비물(킹덤), 크리처물(스위트홈), 학원물(지금 우리 학교는) 등 장르물의 번성은 그대로 타 OTT 및 지상파, 케이블로 이식돼 차별성을 찾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지난해 ‘오징어 게임’ 세트장 공개의 촌극에서 보이듯 넷플릭스 측은 배우와 심지어 취재진에게도 지나친 보안을 강조하면서 시청자들이 기대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앗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선산’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성장의 모멘텀은 줄고 있지만 넷플릭스는 지난해 하반기 계정 공유 유료화 방침을 통해 지인들끼리 계정을 공유할 경우 추가 과금을 하기로 선언해 이익보호에 나섰고, 제작비를 충분히 주되 판권을 가져오면서 실패는 면하게 하지만 성공의 성과도 취할 수 없게 하는 기존의 투자방식 역시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 CEO가 한국 적극 투자의사를 밝혔지만, 이 역시 이후 상황의 변동에 따라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방송가와 영화계를 중심으로 넷플릭스의 투자가 오히려 K-콘텐츠의 납품 하청의 분위기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크다. 이는 지난 16일 열린 드라마제작사협회의 세미나에서도 공론화된 내용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넷플릭스의 장르물이 언젠가부터 흥행이 부진한 것은 비슷한 패턴을 답습한 영향이 크다. ‘스위트홈 2’나 지난해 작품들이 속편을 중심으로 모두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청자, 구독자들은 새로운 콘텐츠를 원하는데 신선한 것도 몇 년이 지나면 식상하게 된다. 요즘은 익숙한 코드지만 변주하는 작품들이 유행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진짜 문제는 시즌제의 작가와 감독을 반복해서 기용하면서 공고해진 일종의 틀이 존재하는 이유가 크다”고 부진의 이유를 짚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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