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손에 피 묻었다” 비판...美 청문회서 고개 숙인 저커버그
“소셜미디어가 사람 죽여...손에 피 묻었다”
빅테크 면책조항 폐지 급물살 타나
“여러분이 겪게 된 모든 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여러분의 가족들이 겪은 고통은 그 누구도 겪어선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31일(현지 시각)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미 상원 청문회에 참석해 현장에 있는 온라인 아동 성착취 피해자 가족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기업인 메타가 온라인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벌어지는 범죄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조쉬 하울리 공화당 의원이 ‘현장의 부모들에게 사과하라’고 말한 직후였다.
미 상원 법사위는 이날 온라인 아동 성착취 관련 청문회를 열고 저커버그를 포함해 저우서우즈 틱톡 CEO, 린다 야카리노 X CEO, 이반 스피겔 스냅 CEO와 제이슨 시트론 디스코드 CEO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의원들은 4시간 가깝게 이어진 청문회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에 검열과 관리를 소홀하게 하며 아이들이 성착취, 자해, 비현실적이 미(美)의 기준에 따른 섭식장애, 집단 괴롭힘 등에 노출되게 했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빅테크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더 많은 법적 책임을 져야한다고도 주장했다.
현장에서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의원은 CEO들을 향하 “당신들의손에 피가 묻어 있다”고 했다. 하울리 의원은 저커버그를 겨냥하며 “당신의 제품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날 의원들은 자신들 역시 누군가의 부모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모든 부모는 우리 아이들에게 던져지는 쓰레기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아동에게 유해한 콘텐츠에 대한 관리 의무를 무시하면서 소셜미디어들이 ‘미국의 위기’를 조성했다고 비난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 의회는 지난 2021년부터 소셜미디어가 아동에게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지적해왔다. 메타 출신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겐이 인스타그램이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조장하는 콘텐츠들을 유통하며 10대들이 다양한 정신적·신체적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고 폭로하면서다. 그 후 미 의회는 수차례 청문회를 열어 빅테크의 온라인 콘텐츠 관리에 대한 의무를 강화해야한다고 촉구해왔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피해자 가족에게 사과한 것은 저커버그 뿐만이 아니다. 이반 스피겔 스냅 CEO는 의원들로부터 스냅챗이 약물 판매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을 받은 후, 자사 플랫폼을 통해 마약인 펜타닐을 구입해 과다 복용으로 자녀가 사망한 부모에게 사과했다. 그는 “이러한 비극을 예방하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스냅은 마약과 관련된 검색어를 차단하고,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날 가장 많은 질타를 받은 것은 저커버그였다. 이날 청문회 시작 전 미 의원들은 저커버그와 사내 고위 임원진이 주고 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아동 안전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원을 대량 확보하라는 요청을 거부한 것이 골자다. 메타는 이 문건에 대해 “회사가 내린 결정에 대한 전체 맥락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반박했고, 저커버그는 “지난 1년 동안 안전과 보안에 50억 달러를 지출했다”고 했다.
테크 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에 지금까지 적용돼 왔던 콘텐츠 관련 면책조항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의회에서는 초당적으로 1996년 제정된 통신품위법 제230조를 폐지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의원은 “법을 바꾸지 않는 한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악관도 이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가 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를 조장하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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