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LNG 수출국' 야심 키우던 美…'변심' 이유 있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

김리안 2024. 2. 1. 08: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리안의 에네르기파WAR]는 에너지 분야 소식을 국가안보적 측면과 기후위기 관점에서 다룹니다.

사진=REUTERS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시설에 대한 승인을 전면 보류하기로 한 미국 정부의 결정이 정치적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선 LNG 수출 물량을 내수 물량으로 돌려 자국 물가를 안정화하기 위한 '재선용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기후위기 대응 차원이라지만…"속내는 미국 난방요금 안정화" 

백악관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서 "정부는 계류 중인 LNG 수출 관련 프로젝트들의 승인을 일시 중지한다"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최소 17개의 LNG 수출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 절차를 중단한다는 의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LNG 수출이 미국의 에너지 비용과 에너지 안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REUTERS

그는 특히 "기후위기는 우리 시대의 실존적 위기"라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바이든 행정부가 화석연료 연소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압박에 백기를 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기 위한 정치적 승부수라는 분석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원들은 고의로 (기후위기를) 부인하고 미국 국민을 위험한 미래로 내몰지만, 나의 행정부는 청정 에너지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고 어린이들을 위해 더 희망찬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백악관의 속내는 이번 조치를 통해 난방 및 전기 요금을 걱정하는 미국 대중들의 마음을 얻기를 바라는 데 있다"고 전했다. 올해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그가 에너지 비용 안정화에 방점을 찍고 LNG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이후 사실상 집권 내내 물가와 씨름해야 했다. 미국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2022년 여름 41년만의 최고치인 10%까지 치솟았다. 

작년 12월엔 3.4%로 완화되긴 했지만, 목표치(2%)를 한참 웃도는 만큼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란 평가가 계속되고 있다. 기후 단체들도 바이든 정부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LNG 수출을 제한하면 미국 가정의 연료비를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 단체 350org의 빌 맥키벤 대표는 "수출량을 늘리면 자국 국민들의 물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경제의 기본 상식"이라며 "중국에 LNG를 값싸게 제공하기 위해 자국 가스전을 파헤치는 것을 원하는 미국인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AP

LNG 수출이 선순환 이끈다"내년 되면 다시 승인" 전망도 

하지만 관련 연구 결과들을 실제로 따져 보면 LNG 수출량 증가가 미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처음 LNG를 해외에 내다 팔기 시작한 2016년 이후 7년간 헨리허브(HH) 천연가스 가격은 100만BTU(열량단위)당 평균 3.37달러로, 그 이전 7년간 평균 3.48달러에 비해 오히려 하락했다. 미국 컨설팅 기업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의 관계자는 "LNG 수출을 통해 미국 에너지 업계는 가스가 많은 지층에서 석유를 더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리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지난해 카타르와 호주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연간 수출량은 총 9120만t에 달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발 수요가 미국의 LNG 수출 확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다. 화석연료 산업 최대 로비 단체인 미국석유협회(API)의 마이크 서머스 회장이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산 가스 금수에 동참한 동맹국들을 저버렸다"며 이번 결정을 두고 "러시아의 승리"라고 비판한 이유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조치는 미국의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고,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려는) 유럽 등 동맹국에도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 26명은 백악관과 에너지부에 보낸 서한에서 "(이번 결정은) 에너지가 지정학적 무기로 활용되는 세계에서 우리의 강점을 위태롭게 하는 무모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텍사스주의 공화당 상원의원 존 코닌은 "바이든 정부의 기후 각성론(climate wokeism)"이라고 비난했다. 

사진=REUTERS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유세 현장에서 "나는 집권 첫날 바로 새로운 LNG 프로젝트를 승인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폴 블레드소 전 미국 기후 고문은 "바이든 정부의 조치는 정책적 결정이 아니라, 양쪽 진영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이슈를 뒤로 미룬 정치적 결단에 불과하다"며 "그가 재선에 성공한다면 최소 한 두개 이상의 LNG 수출 터미널 건설 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피털 알파 파트너스의 제임스 루시어 애널리스트는 "현재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2025년 5월까지 새로운 승인은 없을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미국에서 운영 중인 LNG 수출 터미널은 총 7개다. 여기에서 연간 9000만t 내외의 LNG를 생산 및 수출하고 있다. 승인 단계를 지나 이미 착공에 들어간 5개의 터미널 용량을 고려하면 향후 연간 6300만t 물량이 추가될 전망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