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대가 산정' 그냥 두고 대기업에 문만 연다? 공공SW 오류 사태 해법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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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11년 만에 바꿔 대형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가 기관 전산망에 자꾸 오류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정작 업계에선 잦은 과업 변경이나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등 본질적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중소·중견기업의 먹거리만 뺏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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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SW 700억 원 이상 사업에 대기업 참여 허용
"예산 확대·적정 대가 산정 등 구체적 대안은 없어"
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의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11년 만에 바꿔 대형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국가 기관 전산망에 자꾸 오류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정작 업계에선 잦은 과업 변경이나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등 본질적 문제를 풀지 못한 채 중소·중견기업의 먹거리만 뺏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1일 국무조정실·행정안전부 등과 함께 발표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 신뢰 제고 대책'의 일부로 소프트웨어진흥법상 규정된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금액 700억 원이 넘을 경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제)에 속한 시스템통합(SI) 전문 대기업들의 참여를 허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현재 SW진흥법에 따르면 공공 SW 사업에는 상출제 대기업의 참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고 국가안보와 연관이 있거나 신기술 적용이 필요한 사업은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각 행정 기관의 요청으로 인해 대형 사업에 대기업이 참가하는 경우가 잦았다는 게 정부와 업계의 시각이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700억 원 이상 규모 사업에는 예외 심의 절차를 밟는 가운데서도 70% 이상이 대기업 참여로 진행돼 왔다"면서 "결국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이고 중소업체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구간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공 SW 사업을 수주하도록 유도하는 '상생협력 평가제도' 역시 주 사업자인 대기업의 참여 지분율을 50% 이상에 만점을 주던 것을 40% 이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중소기업만 참여 가능한 사업 구간을 20억 원 미만에서 30억 원 미만으로 넓혀 이들 업체의 참여 기반을 보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공공SW 개발 대가 상향' 밝혔지만 '연구과제'로
이 같은 개편안을 두고 SW업계는 실망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공공 SW 사업의 고질적 문제인 과업의 잦은 변경이나 개발 단가 현실화 등은 해소하지 못한 정책안이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를 비롯해 국조실과 행안부 등이 참여한 공동 정책 발표문에서 △SW 개발 대가 기준을 올리고 △과업 대가 산정 기준과 과업 변경 심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지만 구체적 대책을 제시하진 못했다.
한 SW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장에서 공청회를 통해 업계가 강조해 온 사업 대가 현실화, 과업 변경 대가 지급 등의 요청은 연구 과제 수준에 머무른 반면 근본적 해결 방안으로 보기 힘들다고 말해 온 대기업에 문호 개방을 앞세웠다"고 비판했다. 수익성 문제 때문에 공공 SW 사업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이미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대기업이 기회가 늘어났다고 해서 참여를 늘릴지도 미지수다.
이번 정책안이 사실상 공공 SW의 발주를 맡은 공공기관의 입맛대로 마련된 것이란 시선도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많은 공공기관이 시스템 개발에 대기업의 참여를 원하는데 오류가 발생했을 때 대기업이 자기 비용을 들여서 관리를 해주기 때문"이라면서 "중소·중견기업은 이런 대응이 불가능하니 대기업을 끌어들인 후 대신 책임져 주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과기정통부도 시장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적정 대가 지급을 위해 예산을 상향하겠다는 기조는 분명하지만 규모 등은 세세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SW 가격과 유지 보수 단가 등에 여러 의견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적정한 대가를 지불해야 SW 시장이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 보고 계속해서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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