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검지 않고 에메랄드빛이네” 한국인이 잘 모르는 매력들[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유럽과 아시아를 모두 품은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보스보러스 해협은 남쪽으로 마르마라→에게해→지중해에 닿아있고, 북쪽으로 흑해와 연결된다.
에게해, 지중해는 많이 알려졌기에, 이번에는 흑해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검은 바다(Black Sea)’를 뜻하는 흑해는 한국 강릉의 검진(금진) 바다 처럼 물색이 짙푸르다는 뜻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튀르크족(돌궐족) 사이에서 검은색이 ‘북쪽’이라는 의미로 쓰였기 때문에 흑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고 한다.
몇개의 바위 외에 검은색을 찾아보기 어려운 흑해는 에메랄드빛 바다색과 아름다운 바다옆 드라이브길, 풍부한 문화유산, 건강한 미식, 다양한 액티비티 등을 품고있어 튀르키예의 보물과도 같다.
튀르키예 흑해 (Black sea)가 미국 CNN 트래블이 선정한 ‘2024년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됐다. CNN 트래블이 선정한 지역은 총 24 곳으로, 흑해는 그 중 2번째로 소개되었다. 튀르키예 북쪽에 위치한 흑해는 독특한 지형과 기후, 유적지, 풍미 깊은 차(茶)로 하여금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흑해 특유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한 폭의 그림이 펼쳐진다. 실제로 이 지역은 튀르키예에서 가장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긴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고대 요새, 해변, 항구 옆에 자리한 어촌 마을을 만날 수 있다. 흑해는 사이클링, 혹은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이다. 숲과 폭포, 고원은 물론 래프팅, 트레킹을 위한 장소들까지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문명과 문화의 본거지답게 흑해 지방은 풍부한 역사, 문화유산을 자랑한다. 4세기 무렵 설립되어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된 트라브존(Trabzon)의 쉬멜라 수도원(Sümela Monastery), 해발 750미터에 위치한 리제(Rize)의 질 성채(Zil Castle), 민족 투쟁을 상징하는 도시 삼순(Samsun)에 자리한 반디르마 선박 박물관(Bandırma Ship Museum), 황금 양모의 근원지인 오르두(Ordu)의 야손 곶(Cape Yason) 등이 대표적이다.
구름으로 덮인 고원과 아름답고 소박한 시골 마을은 흑해 지방의 상징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카라뷔크(Karabük)의 사프란볼루(Safranbolu), 전통 도시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가옥들이 모여 있는 마을 카스타모누(Kastamonu), 슬로시티 여행지인 볼루(Bolu)의 무두르누(Mudurnu)와 괴니크(Göynük),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아마스라(Amasra)가 위치해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기후와 비옥한 토양 덕분에 흑해 지방에서는 다양한 특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헤이즐넛과 차(茶)는 가장 대표적인 특산물로, 이 중 흑해 지방에서 생산되는 헤이즐넛의 경우 전세계 헤이즐넛 소비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그 중요성이 매우 크다. 튀르키예에서 가장 맛과 품질이 좋은 헤이즐넛은 모두 흑해 주변에 위치한 오르두(Ordu)와 기레순(Giresun) 지역에서 생산된다.
흑해 주변에 위치한 리제 (Rize) 지역은 튀르키예 차 농장의 60% 가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도시 전체가 녹차 밭으로 뒤덮여 있을 정도로 차와 뗄 수 없는 지역이라 할 수 있으며 많은 현지인들이 차 재배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차는 튀르키예인들의 식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로, 튀르키예 현지에서는 커피보다도 많이 소비되는 가장 인기있는 음료이기도 하다.
생선과 멸치는 흑해 연안 지방의 주식(主食)이다. 함시 (Hamsi)는 멸치 종류의 하나로 흑해 지방의 특산물이다.
쌀과 고기, 양파, 향신료 등을 첨가하여 볶아낸 밥 (필라프) 위를 함시로 덮은 후 오븐에서 구운 ‘함시리 필라프’ (hamsili pilav)는 튀르키예 북부 흑해 연안 여행때 꼭 먹어봐야 할 이색 요리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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