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서 본격 닻 올리는 김태형호…"경쟁의 치열함, 선수들도 알 것" 기대 속에서 드러난 사령탑의 '염려'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기록을 작성한 '명장'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가 본격 닻을 올린다. 스프링캠프에서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연 부상이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 선수단은 31일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2024년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괌으로 떠났다. 그리고 2월 1일부터 오는 20일까지 데데도 야구장에서 체력 및 기술훈련에 중점을 둔 훈련을 통해 2024시즌을 준비한다.
롯데는 지난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롯데는 시즌 초반 엄청난 돌풍을 일으키며 4월을 1위로 마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좋은 흐름을 5월까지 이어가는데 성공했고, 2017년 이후 6년 만에 가을무대의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6월부터 성적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추락했다. 이에 롯데는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털보에이스' 댄 스트레일리와 함께 잭 렉스를 모두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우며 반등을 노렸다.
하지만 시즌은 롯데의 희망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부진한 외국인 선수들을 교체하는 시점이 늦었던 만큼 롯데는 후반기가 시작된 후에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고, 급기야 래리 서튼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결국 방향키를 잡아 줄 수장을 잃은 롯데는 끝내 반등하지 못한 채 68승 76패 승률 0.472(7위)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특히 2023시즌에 앞서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무려 170억원이라는 거금을 쏟아부었던 만큼 충격은 컸다.
이에 롯데는 시즌이 끝난 뒤 대대적인 개편에 돌입했다. 롯데는 두산 베어스를 이끌던 시절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명장' 김태형 감독에게 지휘봉을 안겼다. 그리고 성민규 단장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은 뒤 신임 단장으로 '프런트 출신'의 박준혁 단장을 선임하는 등 큰 변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롯데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지난해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프랜차이즈 스타' 전준우의 잔류를 이끌어내면서 '집토끼'를 지키는데 성공했지만, 샐러리캡 문제 등으로 만족할 만한 규모의 계약을 제시할 수 없었던 안치홍을 떠나보내게 됐다. 하지만 낙담하지 않았다. 안치홍의 존재감을 완벽히 메울 수는 없지만,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최항과 오선진을 영입하면서 내야 뎁스를 다졌고,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두고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통해 김민성을 영입하며 대안을 마련했다.
롯데의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요소는 내야 경쟁이다. 마운드를 비롯해 외야에서도 경쟁이 벌어지겠지만, 내야가 최대 격전지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번 겨울 안치홍이 팀을 떠나게 됐고, 변수가 변수가 없다면 오는 6월이면 '포스트 이대호' 한동희 또한 상무에 입대하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의 내야에는 '50억 유격수' 노진혁을 제외하면 1루수와 2루수, 3루수까지 모든 포지션의 주인공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롯데의 경우 내야에서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은 까닭에 어떤 선수가 어느 포지션을 놓고 경쟁을 펼치게 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이번 겨울부터 새롭게 롯데의 유니폼을 입게 된 김민성과 최항, 오선진을 비롯해 기존의 내야 자원인 이학주, 박승욱, 한동희, 정훈, 고승민, 정대선에 이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나승엽까지 이번 캠프에 합류한 모든 내야수들이 새롭게 부임한 김태형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일 전망.
김태형 감독은 31일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야수 경쟁의 기준점은 없다. 무조건 잘하는 선수 순이다. 물론 공·수·주에서 나누어지겠지만, 코칭스태프와 잘 구상을 해서 현실적으로 가장 우선이 될 수 있는 순번을 정해야 할 것 같다"며 "안치홍이라는 선수의 무게감은 분명 있다. 하지만 (김)민성이도 왔고, 최항, 오선진과 기존에 있는 선수들이 있기에 안치홍에 못지않을 정도로 우리 선수들이 잘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물론 경쟁도 중요하다. 경쟁이 있어야 선수들의 기량도 덩달아 좋아지기 때문.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 경쟁이 심화되면 선수들은 자신도 모르게 오버페이를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부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롯데는 스프링캠프 일정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정보근과 심재민이 부상으로 캠프에 합류하지 못하게 됐다. 김태형 감독도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사령탑은 "스프링캠프에서 할 게 많다. 지금 선수 본인들도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쟁이 치열해지면 부담을 가질 수 있다. 그 부분이 가장 염려스러운 것 같다.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선수들이 인터뷰를 통해 '올해 열심히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부담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부담이 곧 오버페이스와 부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까닭이다.
김태형 감독은 당장의 '우승'은 불가능하지만, 첫 번째 목표로 가을야구를 잡았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잘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각오들이 조금 남다른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이 이제는 눈빛에서도 어느 정도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분위기와 마음가짐이 좋아진 것 같다"며 "내가 이 팀을 그냥 온 것은 아니지 않나. 성적을 내기 위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겠다. 올해의 첫 번째 목표는 가을야구"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4시즌을 위한 김태형호가 본격 담금질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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