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시중은행 전환 '준비물' 체크리스트
시중은행 대비 전국 지점 수 턱없이 적어
자본 확충·내부통제 강화 등 과제도
금융위원회가 최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한 인가방식 및 절차를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은행 종류가 바뀌는 첫 사례로, 명시적인 규정이나 과거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은행법 등을 구체적으로 해석해 명시할 필요성이 있었던 건데요. 그 내용은 무엇이며, 대구은행은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하나씩 체크해보겠습니다.
▲ 처음이라, 인가 방식은
먼저 대구은행은 신규 인가를 받지 않고 기존 인가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위는 '최근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 인가방식 및 절차'에서 금융위의 은행업 인가에 대한 '유일한' 법률인 은행법 8조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는데요.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은행법 8조는 기본적으로 신규 인가 규정이라고 생각을 하시지만, 신규 인가라는 말은 없고 '인가를 한다'라고만 되어 있다"라며 "은행법 8조 인가 규정은 신규 인가뿐만 아니라 제8조에 따른 기존 인가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고 대법원 및 학설은 처분의 근거규정이 변경처분의 근거가 된다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대구은행은 별도로 폐업인가를 받고, 신규인가를 신청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금융위는 기존 인가와 동일하게 법령상의 모든 세부심사요건을 심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 증권계좌 불법개설 문제 없나
앞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꼽혔던 건 지난 2021년부터 8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대구은행 직원 114명이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불법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개설한 사건인데요. 금감원이 지난해 검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제재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시중은행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금융위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시중은행 전환에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먼저 이번 사건이 주주가 아니라 임직원의 위법행위이기 때문에 인가심사를 중단할 사유가 아니라고 설명했는데요. 은행업감독규정에서 인가신청 이후 심사중단사유를 '주주' 관련 형사소송, 조사·검사 등 절차가 진행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고가 대주주 또는 임원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이번 사고가 은행 또는 임직원이 저지른 위법행위이고 대주주가 형사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사고와 관련한 임원 제재처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요. 만약 시중은행 인가 이전에 임원 제재가 확정된다 해도 대구은행이 대상임원에 대한 조치계획 등 계획을 제출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단 설명입니다.
▲ 어떤 내용 심사하나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대주주요건, 사업계획의 타당성 요건, 임원요건, 인력·영업시설·전산설비 요건 등을 신규 인가와 마찬가지로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영업범위가 전국으로 확대되는 점을 감안해 사업계획과 내부통제, 임원의 자격요건 등 경영 관련 세부심사요건 등을 보다 자세하게 심사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사명에서 '대구' 빼나…아니면 듀얼브랜드?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전국 단위로 영업을 하게 되는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성격을 띤 '대구은행'이라는 명칭을 어떻게 할 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전국으로 영업을 확대하면 '대구'라는 이름을 빼고 새로운 이름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금융위는 여러 가지 안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지역에서는 '대구은행'을 사용하고 기타 지역에서는 다른 이름을 사용하면서 두 개의 이름을 쓰는 방안도 언급됐습니다.
나아가 'IBK기업은행'처럼 영문 브랜드명을 앞에 붙이는 방식도 언급됐는데요. 지역에서 대구은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전국에서 타 명칭을 사용할 경우 영문 브랜드명을 앞에 붙여 통일성을 주는 방식 등도 고려될 수 있다는 겁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전환에 따른 브랜드 전략을 위해 외부컨설팅 및 임직원 설문조사 등 다양한 방면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전국 지점 얼마나 늘릴까
지난해 3분기 말 대구은행의 국내 지점 수는 총 199곳입니다. 이 중 대구와 경북지역 지점 합계는 181개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을 제외한 전국 지점 수는 18곳에 그쳤는데요.
국민은행(796개), 신한은행(738개), 하나은행(596개), 우리은행(711개) 등과 비교하면 지점 수가 턱없이 적습니다. 전국에 지점이 고르게 퍼져 있는 시중은행들과 비교해 특정 지역에 지점이 밀집돼 있기도 합니다.
금융위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신청서를 내면서 사업 계획을 밝히면 그 때 전국 지점 확대 계획 등을 논의할 방침입니다. 대구은행의 사업 계획에 따라 지점 확대 필요성이 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대구은행이 한번에 전국 영업망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자사 모바일 뱅킹앱인 '아이엠(iM)뱅크'를 통해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전국 영업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습니다.
강 과장은 브리핑에서 "어느 정도로 늘려야 할지는 살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인뱅으로 가겠다는 대안도 나왔었는데 이런 것들을 차단할 이유는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자금조달 어떻게, 얼마나?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유지했는데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제출되지 않은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강 과장은 이에 대해 브리핑에서 "지금 상황에서도 대구은행이 다양한 (사업계획) 구조로 바꿀 수 있는 거고, 반드시 그게(자본확충) 필요하느냐는 봐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중은행으로 은행업 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최저자본금 1000억원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3분기 말 대구은행의 자기자본은 5조885억원으로 이를 크게 웃도는데요. 중요한 건 전국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는 타 시중은행들과의 자본력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자기자본은 35조9569억원, 신한은행은 33조316억원, 하나은행은 31조4978억원, 우리은행은 26조2120억원으로 대구은행과 5배~7배까지 차이를 벌렸습니다.
향후 전국을 대상으로 여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본력이 탄탄하게 뒷받침 돼야 하는데요. 단숨에 시중은행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자본력을 확대하긴 어렵겠지만 당국도 상당 수준의 자본 확충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대구은행은 은행업 인가 세부심사요건에 자본금 요건이 포함됨에 따라 자본금 납입 확약서를 제출해야 하는데요. 이를 위해 대구은행이 신종자본증권 등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거나, 지주사인 DGB금융지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는 방법 등이 거론됩니다.
▲ 금융사고 재발 어떻게 막나
금융당국은 금융사고가 발생한 은행에 대해서는 세부심사요건 중 '내부통제체계의 적정성' 관련 사항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증권계좌 불법개설 사건이 인가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는데요.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내부통제체계는 갖춰 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 언제 전환될까
대구은행은 아직까지 금융위에 시중은행 전환 인가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7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방침을 밝히고 지난해 9~10월에는 진행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구은행의 증권계좌 불법개설 사건이 터지면서 연기됐는데요.
법령상 금융위의 심사 기간은 인가신청서 제출 이후 3개월입니다. 예비심사(2개월+본심사 1개월)를 거쳐도, 거치지 않아도(본심사 3개월) 심사기한은 같은데요. 다만 금융위는 대구은행의 사업계획 등 준비 여부에 따라 3개월이 1개월이 될 수도 있고, 4개월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강 과장은 "내용 자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준비해야 될 게 많으면 오래 걸리고 적으면 적게 걸릴 것"이라며 "3개월 규정 자체에 얽매일 필요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업계는 대구은행이 1분기 내로 시중은행 전환을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그러면 최대 2개월 내에 숨가쁘게 시중은행 전환 준비를 마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DG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7월부터 TF 등을 통해 준비해 온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인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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