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남’ 파월 ‘3월 금리인하 사실상 배제’에 美 증시 ‘와르르’…2월 韓 증시 반등에 부담?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3월 조기 피벗(pivot, 금리 인하)’ 관측을 일축하면서 미 뉴욕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미 연준 주요 당국자들이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단 분위기를 잇따라 내비췄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일각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던 조기 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이날 파월 의장의 ‘철벽’에 실망감으로 바뀐 탓이다.
다만, 미 월가 전문가들 역시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50대 50 정도로 팽팽히 맞섰던 데다, 연준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위협이 사라졌다는 판단을 전제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한 부분은 중장기적으로 증시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미 현재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0.82%(317.01포인트) 하락한 3만8150.3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1%(79.32포인트) 떨어진 4845.65에 거래를 마쳤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3%(345.89포인트)나 하락하며 1만5164.01에 마감했다.
이날 약세장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3월 조기 금리 인하론’에 사실상 선을 그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었다.
연준은 31일(현지시간)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을 얻을 때까지”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파월 의장도 “우리는 승리를 선언하지 않고 있으며,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고 언급하며 공식 입장에 힘을 실었다.
FOMC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고 생각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파월 의장은 “두고 봐야겠지만 FOMC가 3월 회의까지 그렇게 할(인하할) 시점이라고 자신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질문자가 말한 ‘가까운 시기(near term)’가 ‘3월’로 여겨지는데 가능성이 높거나 베이스 사례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연하면서 입장을 분명히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35.5%로 하루 전 40.4%, 한달 전 73.4%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다. 대신 5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93.5%로 하루 전(85.4%)보다 높아졌다.
코메리카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2021년 말과 2022년에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가 예상보다 높고 끈질긴 인플레이션에 깜짝 놀란 바 있다”며 “그들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로 확실히 떨어질 때까지 금리인하 방아쇠를 당기지 않고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플리트 자산운용의 스티븐 후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마켓워치에 “시장은 결실을 결코 보지 못할 조기 금리 인하에 있어 연준보다 앞서 나가려고 했다”며 “연준과 시장 사이에 약간의 단절이 여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겠지만, “시점과 규모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주가는 낙폭을 확대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알파벳의 주가가 큰 폭으로 밀리면서 기술주들은 개장 초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알파벳은 분기 순이익과 매출은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광고 매출이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7% 이상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예상치를 웃돈 매출과 순이익을 발표했으나 주가는 2% 이상 하락했다.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기술주들이 큰 폭 하락하는 데 대해 일부에서는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자’ 흐름이 나타나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의 한 지역은행 주가가 폭락세를 보인 점은 은행주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을 인수한 뉴욕의 지역 은행인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의 주가가 이날 37% 이상 폭락했다. 회사의 실적이 예상과 달리 순손실 전환된 데다 대손 상각액이 크게 늘어나고 자본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배당금을 크게 축소했다는 소식이 악재로 작용했다. 상각한 대출에 오피스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재산정된 것이 반영됐다는 소식도 나오면서 상업 부동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다시 은행권으로 번질지 주목된다.
KBW 지역 은행 지수는 이날 6% 하락했다. 이는 지역 은행 파산 우려가 불거진 작년 3월 13일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뉴욕 커뮤니티 뱅코프의 폭락세에 더해 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축소된 것이 은행주에 악재가 됐다.
S&P500지수 내 11개 업종이 모두 하락했고, 통신 관련주가 4%가량 떨어졌다. 기술주도 2% 이상 하락했으며, 에너지, 자재, 임의소비재, 금융 관련주가 모두 1% 이상 떨어졌다.
보잉의 주가는 분기 손실이 예상보다 작았다는 소식에 5% 이상 올랐다.
테슬라의 주가는 이사회가 2018년 승인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보상 패키지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소식에 2% 이상 떨어졌다.
AMD도 분기 실적이 대체로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1분기 매출 전망치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2% 이상 하락했다.
마스터카드의 주가는 분기 순이익이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소식에 1%가량 올랐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의 주가는 앨런 미디어 그룹이 300억달러 규모의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6% 이상 올랐다.
간밤 미 증시의 약세 현상은 지난 한달 간 약세장을 보였던 국내 증시의 2월 첫날 거래일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0.5~0.8%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위험 회피(Risk-off)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원은 미 연준의 입장으로 인해 조기 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되는 것이 미 뉴욕증시에서 차익실현의 빌미가 된 만큼 국내 증시에도 간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전날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2포인트(0.07%) 내린 2497.09로 집계됐고, 코스닥 지수 역시 전장 보다 19.62포인트(2.40%) 내린 799.24로 거래를 마치며 약 2개월 만에 800선을 내줬다.
새해 첫 달 코스피 지수는 5.96%, 코스닥 지수는 7.77% 떨어지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반등 모멘텀을 기다렸던 투자자에게는 미 연준과 파월 의장의 발언이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미 연준이 재차 금리 인하를 기정 사실화한 것은 분명 증시엔 긍정적 시그널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국내 증권가에선 이미 3월 조기 인하보단 상반기 내 금리 인하 개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만큼 5·6월 FOMC에서 실제로 예상에 부합하도록 피벗에 나설지 여부에 대한 의중이 향후 3월 FOMC와 연준 당국자의 발언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 중요하단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미 FOMC 결과는 중립 수준으로 평가된다. 시장이 희망했던 3월 조기 금리 인하 확률은 낮아졌지만, 5월 금리 인하 확률이 상승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라면서 “라스트 마일(last mile, 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은 길지 않을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5월 혹은 6월 금리 인하 시작이란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분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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