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새 감독 후보, 꼭 타이거즈 출신에 얽매이지 않는다는데... 이종범 전 코치는 왜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가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KIA는 5강을 넘어 여러 조각들만 잘 맞춰진다면 우승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매력적인 팀이다. 물론 어딜 가나 원정 관중석을 꽉 채울 수 있는 전국구 인기 구단인 점도 무시하지 못한다. 강팀으로 여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때가 생각난다는 강력한 타선이다. 2017년 KIA는 그해 타율 0.370을 쳤던 타격왕 김선빈(35)이 9번을 치고 25홈런 89타점의 이범호(44) 현 KIA 1군 타격코치가 7번을 치던 시절이었다.
올해 KIA 타선도 만만치 않다. 박찬호(29), 김도영(21)으로 구성된 테이블세터가 상대를 흔들고 나성범(35)-최형우(41)-소크라테스 브리토(31)로 구성된 클린업 트리오가 홈런과 함께 그들을 불러들인다. 맞히는 능력이 있는 최원준(27), 김선빈이 하위 타순에서 기회를 이어가고 간혹 가다 변우혁(24), 이우성(30)이 한 방씩 터트린다. 여기에 고종욱(35), 서건창(35) 등 탄탄한 백업이 사이사이를 메운다. 괜히 2017년 우승 멤버 최형우가 올 시즌을 앞두고 "그동안은 우리 팀이 5강권이라 말해 왔는데 이젠 상위권이랑도 해볼 만하다. 특히 야수만 봤을 땐 정말 나쁘지 않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이제 부상 없이 시즌만 잘 시작하면 되는 팀이 스프링캠프 출발을 하루 앞두고 사령탑을 잃었다. 김종국(51) 감독이 지난해 3월 박동원(34·LG 트윈스)에게 뒷돈을 요구한 의혹으로 해임된 장정석(51) KIA 전 단장과 얽혀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 처음에는 직무 정지 정도로 끝났으나, 이후 김종국 감독이 검찰에 구속 영장을 청구받은 사실이 외부를 통해 알려지고 그때까지 구단에 숨긴 것이 드러나면서 지난 1월 29일 전격 해임됐다.
아직은 의혹 단계지만,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KIA 구단 후원사인 한 커피 업체로부터 각각 1억여 원과 수천만 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후원 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배임수재 혐의를 받았다. 배임수재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두 사람에게는 불행 중 다행으로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됐고 증거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이 기각돼 사회에서 자신들의 혐의점을 해명할 수 있게 됐다.
상황이 이런 탓에 30일 호주 스프링캠프로 떠나는 KIA 선수단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올 시즌 주장을 맡은 나성범은 선수들을 잘 다독이겠다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구단에 빠른 감독 선임을 부탁한 채 호주로 떠났다.
선수들의 열망을 들은 심재학(54) KIA 단장은 신중하게 차기 감독 후보군 명단 짜기에 들어갔다. 심 단장에 따르면 모기업의 별다른 터치 없이 팀장진들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들과 논의하며 직접 리스트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 단장은 1월 31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모기업쪽에서 우리에게 아직 연락이 온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내가 후보군을 추리고 있는 준비 단계라 모기업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감독 선임과 관련해) 그 어떠한 당부의 말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프런트를 대표하는 단장과 현장을 대변하는 감독의 호흡이 맞아야 팀이 잘 굴러간다. 그 탓에 서로간의 호흡을 안 볼 수 없지만, 심 단장은 구단의 방향성과 목표에 맞는지를 우선했다. 그는 "나와 호흡이 맞는 건 중요하지 않다. 어느 감독이 되더라도 단장인 내가 맞춰 나가면 된다. 그보단 구단의 방향성과 목표에 맞는 감독을 데려오려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가 강조한 구단의 방향성과 목표는 '윈 나우'와 '우승 도전'이었다. 이미 수 차례 전략 회의와 내부 구성원간 대화를 통해 단순히 가을야구뿐 아니라 그 이상을 목표로 선수단부터 코칭스태프까지 모두 세팅을 완료한 상태다. 심 단장은 "지금 상황에서 빠르게 우리 팀을 재정비하고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개막까지 50일(실제로는 52일) 남은 시점에서 최대한 우리 팀에 빠르게 녹아들면서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감독을 찾고 있다"고 조건을 설명했다.
타이거즈 구단 출신과 재야 인사 그리고 내부 승격까지 후보군을 최대한 넓게 보고 있으나, 웬만하면 타 구단 코치는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심 단장은 "새 감독이 자기만의 사단을 꾸릴 시점이 아니다. 10~11월에 감독을 뽑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후보군이 제한적이다. 포괄적으로 후보 명단을 추리고는 있는데 타 구단 코치는 시즌을 시작한 그 팀에도 분명히 피해가 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양한 이름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뜨거운 감자는 역시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다. 이종범 전 코치는 한국야구와 타이거즈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1993년 1차 지명으로 KIA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해 KBO리그에서는 한 팀에서만 뛰었다. 2012년 3월 은퇴하기 전까지 통산 170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7(6000타수 1797안타) 730타점 1100득점 510도루, 출루율 0.369 장타율 0.828의 기록을 남겼다.
은퇴 후에는 타이거즈와 인연이 적었다. 한화 이글스를 시작으로 LG에서 주로 지도자 생활을 했다. 일본프로야구(NPB) 시절 소속팀 주니치 드래곤스에서 연수를 다녀오고 국가대표팀 코치로도 활약했으나, 친정팀 KIA로는 22년째 돌아오고 있지 못하고 있다. KIA에 돌아오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복귀한다면 감독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커졌다. 워낙 대단했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탓에 KIA의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될 때마다 이종범 전 코치의 이름이 거론됐고, 이번도 마찬가지였다.
이종범 전 코치의 복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번이 적기라는 평가다. 그동안 이종범 전 코치는 해외 연수를 비롯해 십수 년간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며 현장 감각을 잃지 않았다. 주로 주루 코치를 역임하긴 했으나, 퓨처스 팀에서는 타격, 총괄코치에 이어 감독까지 역임했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 시점이 이종범 전 코치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매년 우승에 도전하는 팀인 만큼 그동안 KIA의 감독 후보군은 늘 쟁쟁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부터 우승 감독, 심지어 외국인 감독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378홈런에 빛나는 맷 윌리엄스(59)였다. 그런 탓에 상대적으로 지도자 경력이 아쉬운 이종범 전 코치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미 세팅이 다 끝나고 타이거즈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 필요한 지금의 KIA에는 이종범 전 코치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회의적인 의견도 여전하다. 일단 이종범 전 코치의 현재 상황이다. 이종범 전 코치는 아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기점으로 해외 연수를 다시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사위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까지 미국으로 가게 돼 이들과 함께 지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올 시즌 KIA가 높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직 1군 감독 경력이 없는 이 전 코치의 선임은 양쪽 모두에 부담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전체적인 뎁스는 괜찮지만, 여전히 물음표가 있는 전력에 부담스러운 시점으로 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KIA로서도 의미 있는 감독 후보를 자칫하다간 영영 잃을 수 있다.
꼭 타이거즈 출신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KIA 구단의 내부 기조도 변수다. 심 단장은 "기존의 코치진부터 외부의 코치 출신까지 폭넓게 보고 있다. (기존의) KIA를 잘 안다기보다 지금 우리 선수들을 잘 알고,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하는 사람에게 가산점이 분명 붙을 수 있다"며 "스프링캠프까지는 전략 기획 미팅도 했고 코치들이 충분히 끌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빠르게 수습하면 좋겠지만, 최대한 신중해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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