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미경 “밖에선 국민 엄마, 집에선 개그맨 같대요”

진향희 스타투데이 기자(happy@mk.co.kr) 2024. 2. 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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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이하늬 장나라…작품에서 만난 딸만 70여명
“‘닥터 차정숙’ 엄정화 엄마 하란 얘기에 기가 찼다”
“현실에선 액티브…스쿠버다이빙 하고 오토바이 타요”
‘웰컴투 삼달리’에사 세자매의 엄마이자 해녀 회장 고미자 역을 연기한 김미경. 사진ㅣ씨엘엔컴퍼니
“오랜만에 인터뷰라 어젯밤에 무서워서 잠을 못 잤어요. 말주변이 없어서… 이게 수건 돌리기를 해야 하나, 007빵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왔지요.”

요즘 TV만 틀면 여주인공 엄마로 나오는 배우 김미경(61)은 인터뷰 테이블에 앉자마자 긴장한 듯 말했다. 하지만 40여년차 베테랑 배우답게 풍성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역시 내공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JTBC 드라마 ‘대행사’ ‘닥터 차정숙’을 비롯해 ‘웰컴투 삼달리’, tvN 드라마 ‘일타 스캔들’, 티빙 시리즈 ‘이재, 곧 죽습니다’, ENA ‘사랑한다고 말해줘’ 등에서 ‘엄마’로 시청자를 만나왔다.

특히 지난 5일 파트2가 공개된 티빙 ‘이재, 곧 죽습니다’에선 세상을 저버린 아들을 그리워하는 엄마 역을, 21일 막을 내린 JTBC 토일 드라마 ‘웰컴투 삼달리’에선 세자매의 엄마이자 해녀 회장 고미자 역으로 ‘국민 엄마’ 타이틀에 걸맞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는 “모든 작품이 다 기억에 남지만 엄마의 서사가 있는 작품이 더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며 ‘웰컴투 삼달리’, ‘또! 오해영’, ‘고백부부’, ‘하이바이 마마’ 등을 예로 들었다. “이야기 안에서 엄마로서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작품들에선 내 이야기가 있어 더 많이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고미자 역은 과거 ‘탐나는도다’에서 제주 사투리를 썼던 경험이 도움됐다. 사진 ㅣJTBC
‘웰컴투 삼달리’의 ‘고미자’는 과거 ‘탐나는도다’에서 제주 사투리를 썼던 경험이 도움됐다. “당시엔 사투리가 하도 심해 대사에 자막이 달렸지만 이번엔 서울에서 내려간 인물이고 제주에서 터득한 사투리라 별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내복 입고 뛴 건 처음엔 좀 당황스럽기도 했죠. ‘왜, 이 엄마는 벗고 뛰지’ 싶었는데 그냥 받아들인 거죠. 수영복 입고 뛰라면 뛰는 거지 했어요. ‘고미자’ 역시 그동안 연기한 엄마의 마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어요. 모든 엄마의 역할들이 그런 것 같아요. 시대상이 바뀌어도, 엄마의 모성애는 바뀌지 않잖아요.”

기사마다 달리는 ‘국민 엄마’ 타이틀은 아직도 “쑥쓰럽다”고 했다. “2004년 드라마 ‘햇빛 쏟아지다’에서 류승범 엄마 역을 했는데 그때 이후 물밀 듯이 엄마 역이 들어오더라”며 “그간 작품에서 만난 스타 자식만 7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래도 ‘닥터 차정숙’에서 엄정화(차정숙 역)의 엄마 역을 맡아달란 제의가 왔을 땐 “기가 차더라”며 웃었다.

“찾아보니까, 여섯 살 차 밖에 안나서 고민을 좀 했죠. 근데 미팅을 갔는데 감독님이 너무 아무렇지 않게 분장 좀 하면 가능하다고 하셔서 집에 와서 생각을 해봤죠. ‘그래, 내가 스물 여덟에 팔순 먹은 노인도 했는데’ 뭔들 못하겠어 싶어 ‘해봅시다’ 했어요. 그 드라마 하면서 주변에서 억울하지 않냐고 별 소릴 다했는데 뭐가 억울하냐고 했어요.(웃음)”

김미경은 장나라부터 김태희까지 많은 스타들과 호흡을 맞췄다. 애틋한 모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만큼 드라마 종영 후에도 각별한 인연이 이어지기도 한다.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사람도 있지만…장나라는 나이 차가 있는데도 이야길 하다보면 차이가 느껴지지 않아요. 걔 몸 속엔 아무래도 90 먹은 노인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생각도 깊어서 그 친구랑 사는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김태희는 자주 보진 못하지만 톱스타 같지 않은 털털함과 소박함이 너무 예뻐요. 이하늬는 보이는 그대로 성격이 정말 짱이에요.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고요.”

28살 딸을 두고 있는 그는 실제론 어떤 엄마일까. 이 질문이 나오자 “딸에게 물어봤더니 엄마가 개그맨 같아서 좋다고 하더라. 성공했다”며 웃으며 답했다.

“저는 무서운 엄마 싫거든요. 딸과 베프예요. 무슨 얘기든 다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이죠. ‘국민 엄마’라고 사람들이 얘기해주는 것에 뿌듯해하지만 (딸이) 그래도 ‘내 엄마야’ 그래요.”

작품에선 세상 따뜻한 착한 엄마지만, 현실에선 액티브한 삶을 살고 있는 행동파다.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오토바이도 탄다. “어릴 적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다”는 그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하고 죽어야 될 것 같아 나이에 관계없이 다 하는 편”이라고 했다.

“드럼도 다시 해야 하고, 스카이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싶어서 알아봤는데 그렇게 돈이 많이 들 줄 몰랐어요. 그래서 포기하고 그냥 남한테 매달려 뛰는 걸로. 오토바이도 살까말까 5년째 고민하고 있는데… 탈 수 있는 곳에 가서 빌려서 타보려고 해요.”

극중 자식만 70명이라는 김미경은 “엄마 역 말고 극단적인 캐릭터나 액션도 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 ㅣ씨엘엔컴퍼니
다작 배우인 그는 출연하는 드라마마다 중박 이상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작품 선택 기준이 있냐고 하자 “기준은 없다. 웬만한 건 다 한다. 거르지 않는다”며 “처음 만나는 인물인데 연기자라면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한다”고 이유를 말했다. 단, 기피하는 작품은 있단다.

“멜로는 쥐약이에요. 두드러기 나서 못해요 그런 쪽은 제가 좀 안 맞나봐요. 노래도 너 없이 죽고 못살아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러면 화가 나요. ‘얘야 이걸로 니 목숨이 왔다갔다 하니? 그러면 죽어라’(웃음). 그렇다고 다 싫은 건 아니에요. 저도 좋은 건 좋아해요. 근데 나보고 하라면 그게 왜 그렇게 싫은지 모르겠어요. 제안은 한 번도 없었어요. 단 한 번도.”

“일 중독”이라고 밝힌 그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은 갈증이 있다. “극단적인 캐릭터나 액션도 하고 싶다”며 “이 몸으로 액션을 소화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부딪힘과 서글픔이 있지만 그래도 다양한 걸 해보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 나쁜 사람이다.(웃음) 엄마가 아니라 악역도 해보고 싶은데 그런 역을 안 주시더라”며 엄살을 떨기도 했다.

“저는 시청률엔 관심 없어요. 0% 나와도 상관 없고 40% 넘어도 ‘와~’ 하지 않아요. 연기를 시작할 때 ‘연기 해 먹고 살 수 있으면 행복하겠다’ 했는데… 그 얘긴 돈을 벌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거였죠.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있고, 죽기 직전까지 연기하고 싶어요. 정말 행운이에요. 내가 비워내지는 게 굉장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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