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프트는 펜타곤 비밀 요원” 음모론 난무… 팝 디바의 ‘정치적 힘’ 방증?
극우 미디어가 유포… “공화당 연계, 흡인력 강해”
음모론 제기 자체가 스위프트에 대한 경계심 표출
미국의 세계적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35)를 둘러싼 정치적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위해 활동하는 국방부(펜타곤) 비밀 요원”이라거나, “민주당 지지 여론 확산을 위해 ‘가짜 연애’를 하고 있다”는 식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극우 미디어가 퍼뜨리는 주장인데, 오히려 스위프트가 그만큼 미국인들의 표심을 쥐락펴락할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는 걸 방증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미국 극우 진영의 위기감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극우 진영 “스위프트는 작전, 전부 가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CNN방송에 따르면, 스위프트에 대한 음모론이 쏟아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9월부터다. 그가 팬들을 향해 ‘선거 참여 독려’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실제로 당시 하루 만에 신규 등록 유권자가 3만5,000명이나 늘어나기도 했다.
스위프트와 관련한 대표적 음모론은 ‘펜타곤 비밀 요원으로, 바이든 대통령 재선을 뒷받침하기 위해 팬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는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트래비스 켈시와 공개 연애를 하고 있는데, 두 사람이 사실은 코로나19백신, 민주당 지지를 위해 만들어진 ‘거짓 커플’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를 토대로 극우 인사들은 스위프트를 겨냥해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우호적인 방송인 마이크 크리스피는 전날 “장담하건대, (켈시의 소속팀인) 캔자스시티가 슈퍼볼(NFL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고, 스위프트가 하프타임쇼에 나와 미드필드에서 켈시와 함께 바이든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파 방송인 베니 존슨도 엑스에 “스위프트는 작전이다. 전부 가짜다. 당신들은 놀아나고 있다”고 썼다. 극우 활동가인 로라 루머 역시 “민주당원들의 스위프트 선거 개입 심리 조작이 공개적으로 벌어진다. 바이든 정부의 전현직 관료들이 스위프트와 켈시를 지지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스위프트가 민주당 성향인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2020년 대선 당시 그는 민주당 후보였던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2018년 11월 중간선거 때에도 “나는 어떤 후보가 인권을 보호하고 인권을 위해 싸우느냐에 따라 투표할 것이다. LGBTQ(성소수자) 권리 투쟁을 믿으며, 성적 지향이나 성별에 뿌리를 둔 모든 차별은 옳지 않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LGBTQ 이슈와 관련, 공화당과 비교해 상당히 우호적인 편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연예인의 정치적 발언이 드물지 않다는 점에서, 이 정도를 문제 삼아 음모론까지 퍼뜨리는 건 꽤 이례적이다.
“음모론은 엉터리, 하지만 보수의 주요 정보원”
문제는 이러한 주장의 파괴력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CNN은 ‘스위프트 음모론’을 제기하는 인사들의 공화당 내 영향력이 상당한 데다, 수백만 명이 그들로부터 뉴스와 정보를 얻는다고 전했다. WP도 “음모론은 거칠수록 더 많은 흡인력을 발휘한다”고 짚었다. 싱크탱크 ‘전략적 대화’의 허위정보 연구가 재러드 홀트는 “스위프트에 대해 음모론을 늘어놓는 개인, 매체는 엉터리로 들리고, (정말로) 이들은 정확히 엉터리”라면서도 “하지만 그들은 현대 보수주의자들의 주요 정보원이고, 공화당 엘리트들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극우 세력이 스위프트를 ‘먹잇감’으로 삼는 건, 그 자체가 엄청난 경계심의 표출이라고 해석할 법도 하다. 현재 전 세계 팝스타 중 부동의 1위인 그의 사회적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스위프트 콘서트가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리키는 ‘스위프트노믹스’(스위프트와 경제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지난해 시사주간 ‘타임’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에도 뽑혔다. 최근에는 딥페이크(이미지, 목소리, 영상 등을 진짜처럼 합성하는 기술)로 조작한 그의 ‘성착취 이미지’가 소셜미디어에 퍼지자, 백악관마저 우려를 표명할 만큼 미국 사회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 스위프트의 향후 행보가 대선 국면에서 ‘정치적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 측은 이번 대선에서도 스위프트의 지지 선언을 받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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