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출범한 연금공론화위원회…다른 공론화위들 어땠나
대입 개편, 다수안 채택 대신 정부 대안 선택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전날인 1월31일 공식 출범하면서 공론화 과정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간 공론화를 통해 정책을 결정한 사례도 있고 공론화 결과 대신 대안을 선택한 사례도 있어서 이번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1일 기준 그간 우리 사회에서 공론화위원회를 거쳐 주요 정책을 결정한 사례는 크게 신고리 원자력 발전소 5·6호기와 대입제도 개편 등 두 건이 있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017년 7월 출범했다. 당시 탈원전을 국정 기조로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를 중단시켰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 일자 공론화위원회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위원장은 대법관을 지낸 김지형 변호사가 맡았다.
공론화 결과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찬성이 59.5%로 반대 40.5%보다 높게 나타났다. 단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서는 53.2%가 축소해야 한다고 답해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35.5%)보다 많았다.
이를 토대로 공론화위원회는 10월에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면서도 원자력 발전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다. 당시 정부는 공론화 결과를 수용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을 재개했다.
2018년에는 대입 제도 개편을 두고 공론화위원회가 가동됐다. 당시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추진했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등 수시전형 비중이 늘어났는데,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수능 위주 정시전형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자 공론화위원회가 가동됐다.
그해 4월에 발족한 공론화위원회는 대법관을 지내고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으로 유명했던 김영란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가 위원장을 맡았다.
대입 제도 개편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수능 위주 전형 45% 이상 선발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 ▲대학 자율로 대입 전형을 정하되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 ▲대학 자율로 대입 전형 정하되 수능 상대평가 유지 ▲대학 자율로 대입 전형 정하되 수능 위주 전형 확대 및 수능 상대평가 유지 등 4개 의제를 두고 논의했다.
당시 정시 모집 비율은 23.8%였다.
공론화 결과 수능 위주 전형을 45% 이상으로 확대하는 의제1이 52.5%, 대학 자율로 대입 전형을 정하되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의 의제2가 48.1%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그해 8월에 권고안을 낸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정시 확대를 권고하면서도 명확한 비율을 명시하지는 않았고, 교육부는 대입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결론적으로 공론화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의 경우 공사 재개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물은 것이지만 대입 제도 개편의 경우 제도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라 후자의 경우 더 복잡하고 반발도 컸다.
이번 연금개혁 역시 개혁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찬반을 묻는 게 아니라 어떻게 개혁을 할 것이냐를 정하는 것이라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또 기존의 공론화 주제보다 연금 개혁이 갖는 의미를 고려하면 이번 공론화는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은 사실상 전 국민이 해당하는 문제이고 돈과 관련돼있어 어떤 결과가 나오냐에 따라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는 숙의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오는 4월 중 공론화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4억5000만원의 예산도 투입된다.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사뭇 엇갈린다.
남 교수는 "공론화 결과가 나오면 이 것을 100% 수용할 것인지 아니면 참고 자료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없다"며 "4월에 총선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활하게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국연금학회장인 김원섭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고 소득대체율을 어느 정도로 올리느냐가 관건인데 이 부분도 큰 차이는 없어서 합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총선이 끝나고 현 국회의원 임기 막바지인 5월이 되면 선거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에 개혁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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