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성적표' 든 삼성전자 "1분기 메모리 흑자 전환될 듯... 감산은 계속"
HBM판매 3.5배 성장...4분기 GPU업체 고객 추가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10~12월) 반도체 부문 D램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2분기(4~6월) 생산량을 줄인 뒤 고객사가 쌓아둔 물량이 줄고 가라앉았던 수요도 회복된 영향으로 전체 반도체 영업 손실은 전 분기보다 40% 감소한 2조1,800억 원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시장 수요에 맞춰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를 늘리겠지만 감산 기조는 유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67조7,799억 원, 영업이익 2조8,247억 원을 냈다고 31일 공시했다. 연간 매출액은 258조9,355억 원, 연간 영업이익은 6조5,670억 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4.3%, 84.8% 감소했다.
메모리 가격 수요 회복… HBM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
주력 사업인 반도체(DS)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21조6,900억 원, 영업손실 2조1,800억 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온 데다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늘며 3분기(7~9월) 3조7,500억 원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삼성전자는 "4분기 D램, 낸드의 평균 판매 단가(ASP)는 전 분기 대비 두 자릿수 초반, 한 자릿수 상승했다"고 밝혔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1~3월) 메모리 사업은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D램 재고는 1분기가 지나면서 정상 범위에 도달하고 낸드도 늦어도 상반기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1분기 메모리 흑자 규모를 3,000억 원에서 8,40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존 재고 정상화 목표와 이를 위한 생산량 조절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지난해 3분기 4세대 HBM3의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는 4분기에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를 고객군에 추가하며 HBM3 판매를 늘렸다고 밝혔다. 4분기 전체 HBM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4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5배 성장했다.
김 부사장은 "HBM3를 포함한 선단 제품 비중이 지속적으로 늘어 올해 상반기 중 판매 수량의 절반 이상 하반기에 9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HBM3E(5세대 HBM)는 올해 상반기 내에 양산 준비를 끝낼 예정"이라며 "HBM4(6세대 HBM)의 경우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표준제품뿐 아니라 고객맞춤형인 '커스텀 HBM'도 개발 중이다.
4분기에도 실적이 부진했던 파운드리의 경우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고 2나노 공정 등 첨단 공정 개발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기봉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1분기엔 AI 탑재 신제품 출시와 함께 수요 개선이 기대된다"면서도 "고객이 재고를 줄이는 추세가 여전히 지속돼 실적이 눈에 띄게 회복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갤럭시S24 전 세계 출시... "온디바이스 AI폰 점유율 55% 예상"
반도체 적자를 메운 건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이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갤럭시Z폴드5, 갤럭시Z플립5 등의 인기에 힘입어 4분기 매출 39조5,500억 원, 영업이익 2조6,200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은 112조4,100억 원(전년 대비 7%↓), 13조1,000억 원(1.63%↑)이다.
갤럭시S 시리즈 중 가장 많은 사전 판매량을 보인 S24 시리즈가 이날 출시되면서 1분기 실적은 더 기대된다. 김동원·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갤럭시 S24 판매량은 S23 대비 66% 증가한 1,200만 대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2년 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를 바탕으로 온디바이스 AI폰 점유율이 55%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디스플레이(SDC)는 주요 고객사 신제품이 나오며 중소형 패널 실적에 힘입어 4분기 영업이익 2조100억 원을 달성했다. 연 매출은 30조9,800억 원(10%↓), 영업이익은 5조5,700억 원(0.39%↓)이다. 전장사업을 맡고 있는 하만은 4분기 영업이익 3,400억 원을 내며 연간 영업이익 1조 원 돌파에 성공했다. 연간 매출 56조4,400억 원(7%↓), 영업이익 1조2,500억 원(0.1%↑)을 낸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와 생활가전(DA)사업부의 실적도 올해는 지난해보다 좋아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4분기 2조4,500억 원을 지급하는 기말 배당을 결의했다. 보통주 1주당 361원, 우선주 1주당 362원이다. 3월 정기주주총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지급될 예정이다. 2024~2026년 이전과 같은 주주환원정책을 유지한다고도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 동안 잉여현금흐름의 50%를 환원하고 매년 9조8,000억 원을 배당하는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운영해 왔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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