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서 페이팔 송금, 네이버쇼핑서 알리페이 강제하나

최우영 기자 2024. 2. 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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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우대' 금지…카톡서 '카카오페이' 네이버쇼핑서 '네이버페이' 사용 어려워질수도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달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의 초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앞서 공개된 '자사우대' 조항이 소비자들의 편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계열사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네이버쇼핑에서 네이버페이가 아닌 결제수단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어서다.

31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다음달 초 발표될 플랫폼법 초안에는 일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한 뒤 자사우대, 멀티호밍(경쟁 플랫폼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시 제재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공정위의 초안 공개가 늦어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자사우대 조항이 플랫폼 기업들에게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상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경우 자사우대 금지조항이 적용되면 PB(자체브랜드) 상품을 매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진열대에 올려놓는 행위 등으로 해석된다. 온라인 기업들에게는 자사 또는 계열사의 서비스를 플랫폼에 결합해 이용하다록 하는 행위가 해당할 소지가 있다.

이 같은 업계의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네이버(NAVER)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의 기존 영업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의 경우 계열사 카카오페이의 서비스를 결합한 '카카오톡 송금하기'를 카카오톡에 기본 옵션으로 넣어놓은 게 자사우대에 걸릴 수 있다. 카톡을 이용해 친구들에게 편리하게 송금하던 서비스가 '자사우대' 때문에 금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네이버 쇼핑의 경우 기본적으로 네이버페이를 사용해 결제할 수 있는데, 여기에 자사우대 금지조항을 적용하면 이를 이용할 수 없다. 알리페이 등 외부 결제서비스를 네이버에 강제 삽입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법안 추진 과정이 철저히 '깜깜이'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의견 수렴은커녕 플랫폼업체가 소속되지 않은 경제6단체 등만 돌아다니며 협조를 구하는 등 형식만 챙기고 있다"며 "기업활동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줘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판국"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플랫폼법 초안에 대한 공식 자료를 내지 않았다. 언론에 일부 정보가 노출된 뒤 기사화되면 이에 대해 '해명자료'만 내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온라인쇼핑 1위 쿠팡과 배달앱 1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이 지정사업자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업계는 더 큰 혼란에 빠졌다. 배민의 경우 본사는 독일의 딜리버이히어로, 쿠팡은 미국 상장사인 만큼 사실상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외국기업들은 규제하지 않을 방침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깜깜이 플랫폼법 추진은 결국 제재하기 쉬운 네이버와 카카오를 겨냥한 방안이라는 목소리가 공공연히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국내 온라인쇼핑 1위인 쿠팡이 제외된다면 국내 이커머스 전체가 지정사업자에서 제외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더해 최근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높여가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계 이커머스에 대해서도 사전 지정 대신 '사후약방문' 격의 공정거래법상 제재 밖에 가할 수 없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 교수는 "정부가 공정한 경쟁을 위해 법은 추진한다고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회적인 컨슈머 인터레스트(소비자 편익)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함꼐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나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더더욱 우리나라 플랫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국내 플랫폼기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알리나 테무 같은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게 된다면 그들의 편익이 늘어날 것인지, 더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보면 결론은 뻔하다"며 "자국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실제로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학술연구 결과 등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플랫폼법 추진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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