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 휴식기가 독이 됐나' 차갑게 식어버린 대한항공 무라드

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2024. 2. 1.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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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경기에서 공격 중인 대한항공 무라드. KOVO 제공


절정의 기량을 보이던 도중 찾아온 휴식기가 독이 된 걸까.

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의 파키스탄 출신 아포짓 스파이커 무라드 칸(등록명 무라드·205cm)이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끝까지 대한항공과 동행하기 위해선 오는 2월 12일 팀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데 이 기한이 다가와서인지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 '일시 교체 선수'로 무라드를 영입했다. 허리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200cm)를 잠시 대체하기 위해 데려온 것이다.

무라드의 출전 기한은 링컨의 진단서 발행일로부터 2개월 이내. 대한항공과 무라드의 계약 만료 시점은 오는 12일, 바로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이 계약이 끝나면 기존 선수 링컨과 무라드 중 1명을 선택해 남은 시즌을 이어가야 한다.

선발 출전했지만 1득점, 공격효율 -50%…무라드에 무슨 일이?


틸리카이넨 감독과 인사하는 무라드. KOVO 제공

생존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일까. 4라운드 막판 매서운 활약을 뽐내며 남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키웠던 무라드의 존재감은 홀연히 사라졌다.

무라드는 지난달 3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5라운드 현대캐피탈과 홈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4라운드부터 1위 우리카드를 따라잡기 위한 2위 대한항공의 추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직전 2경기에서 무라드의 활약은 엄청난 수준이었다. 이날 무라드의 선발 출전에도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무라드는 경기 시작 4분 만에 벤치로 향해야 했다. 1세트에서 팀이 3 대 6으로 뒤지던 상황까지 코트 위 무라드의 존재감은 거의 없었다. 공격 효율은 -50%, 득점은 1개뿐이었다. 이로 인해 사령탑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무라드를 벤치로 불러들였다.

남은 세트에서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다. 그러나 반전은 없었다.

점수 쟁탈전이 한창이던 2세트 12 대 13 상황에서 무라드는 재차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1점도 내지 못하고 곧장 재교체됐다. 3, 4세트에서도 세트 막판 코트를 밟았음에도 득점은 없었다. 5세트는 출전하지도 못했다.

무라드의 이날 최종 기록은 1점, 공격 성공률 16.67%, 공격 효율 -50%이 전부다. 리그 선두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대한항공은 이날 결국 세트 스코어 2 대 3(21-25 18-25 25-21 28-26 12-15)으로 무릎 꿇고 말았다.

1경기 52점 맹폭하던 무라드…휴식기가 상승세 방해?


득점 후 환호하는 무라드. KOVO 제공

분명 무라드는 올스타 휴식기 이전까지 V-리그 남자부에 신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맹활약했던 선수다. 지난 12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4라운드 현대캐피탈 원정 경기에서 52점이나 따내며 이름을 알렸다. 52점은 남자부 역사상 1경기 득점 역대 8위 기록이다. 공격 성공률도 72.73%로 매우 높았다. 말 그대로 상대를 '맹폭'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무라드의 활약을 인정했고, 1위 추격을 위해 필요한 카드로 여겼다. 곧장 다음 경기 스타팅 라인업에 무라드를 포함했다. 무라드는 16일 삼성화재와 홈 경기에서도 23점을 올리며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날 계양체육관을 찾은 홈 팬들은 무라드의 맹활약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 이후 거짓말처럼 이러한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나가야 하는데 휴식기가 외려 방해가 된 것이 아니냐는 평이 나온다.

세터들과 호흡이 맞지 않았던 점이 유독 눈에 띄었다. 무라드는 높은 타점을 이용해 상대 수비보다 위에서 공을 내리치는 장점을 가진 선수인데, 무라드에게 지속해서 낮은 토스가 올라온 것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무라드에 대해 "선수 본인이 잘 하면 코트 안에 있는 거고, 못 하면 교체되는 것"이라며 냉정한 평가를 남기기도 했다.

이 와중에 링컨의 회복…심지어 평가전 '매우 잘했다'


부상을 당한 대한항공 링컨이 경기장을 찾았다. KOVO 제공

여기에 링컨이 부상에서 회복했다는 점도 무라드의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다. 링컨은 올스타 휴식기 동안 부상에서 복귀해 평가전을 뛸 정도로 컨디션을 많이 회복했다. 심지어 이 평가전에서 아주 좋은 활약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링컨은 2021-2022시즌부터 대한항공에 합류해 첫 시즌 659점 공격 성공률 54.03%, 지난 시즌 599점 공격 성공률 55.09%로 활약했다. 이번 시즌 부상을 입기 전까진 12경기에 나서 147득점 공격 성공률 51.41%을 기록했다.

링컨의 장점은 '봄 배구'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입단 후 2시즌 동안 모두 챔피언 결정전까지 뛰었고, 팀의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대한항공이 목표로 하는 '사상 첫 통합 4연패'에도 큰 힘을 보탤 수 있는 점이다.

고민이 깊을 사령탑의 생각은 어떨까. 틸리카이넨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아직 시간은 많다. 얘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때가 되면 합당한 결정을 내리겠다"며 시간을 두고 지켜보겠다는 답변을 전했다.

"당연히 한국에 머무르고 싶다"…의지 보였던 무라드


팀 동료들과 득점 후 환호하는 무라드. KOVO 제공

무라드는 앞서 한국에서 더 긴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무라드는 지난 16일 삼성화재와 4라운드 경기 종료 후 "훈련과 일상 생활을 함께 하기 때문에 대한항공 선수단이 가족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잘 챙겨준다"며 "모두와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당연히 내년에도 한국에서 머무르고 싶다"고도 밝혔다. 무라드는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며 "한국에서 더 뛸 수 있다면 기술적으로 많은 준비를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선택은 대한항공의 몫이다. 다만 무라드가 대한항공의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V-리그에서 경력을 이어나가길 원한다면 남은 경기 최선의 경기력을 보여 다른 팀의 눈에 드는 방법도 있다.

오는 2월 12일 대한항공은 어떤 선택을 내릴까. '사상 첫 통합 4연패'라는 역사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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