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만원짜리 갤S24울트라 75만원"…'성지' 불법보조금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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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을 이야기하자 판매상은 다급한 표정으로 입부터 틀어막았다.
그리곤 계산기를 꺼내 원하는 가격을 입력하라고 했다.
원하는 가격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되는 판매 방식은 어느 매장이나 비슷했다.
갤럭시S24 울트라 512GB(자급제 기준 184만1400원)를 100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판매한다는 곳이 있는 반면, 75만원에 줄 수 있다는 매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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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단통법 없어져도 더 안 싸져"
(서울=뉴스1) 서장원 양새롬 기자 = 가격을 이야기하자 판매상은 다급한 표정으로 입부터 틀어막았다. 숫자는 입밖에 뻥긋도 말라는 신호였다. 그리곤 계산기를 꺼내 원하는 가격을 입력하라고 했다. 손가락이나 휴대전화로 은밀하게 가격을 표시하는 판매상도 있었다. 분명 휴대전화 매장을 찾아왔는데, 특수 임무를 띤 스파이라도 된 듯했다.
이는 휴대전화를 싸게 살 수 있는 매장, 이른바 '성지'에서 벌어진 일이다.
지난달 29~30일 '성지'가 모인 곳으로 유명한 신도림과 강변 휴대전화 상가를 찾았다. '현금 최저가', '싼집', '성지' 등을 써 붙인 매장이 줄을 서 있었다. 매장 주변을 걸어갈 때마다 '손님 뭐 찾아요' '싸게 잘해드릴게요'라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사전 예약 판매부터 대박 행진을 이어가는 삼성전자(005930)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의 시세를 확인하고자 한 매장에 들렀다.
판매상은 대뜸 "얼마로 알아보고 오셨냐"고 물었다. 챙겨간 시세표를 보여주자 계산기를 한참 두드리더니 "이 가격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되레 허위 시세표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쭐대며 가격을 다시 제시했다.
원하는 가격대를 묻는 것으로 시작되는 판매 방식은 어느 매장이나 비슷했다. 매장이 촘촘하게 배치된 곳에서도 '보안 유지'를 위해 입으로 가격을 말하지 않고 손이나 계산기를 이용한다.
그리고 불법보조금을 포함해 매장에서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정가에서 뺀 최종 구매 가격을 소비자에게 보여준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갤럭시S24 울트라 512GB(자급제 기준 184만1400원)를 100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판매한다는 곳이 있는 반면, 75만원에 줄 수 있다는 매장도 있었다.
매장별로 최대 4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은 입소문이 나 온라인상에서 '성지중의 성지'로 불린다.
확실한 건 불법보조금 덕에 정가보단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통 3사가 지원하는 갤럭시S24의 최대 공시지원금(유통점 보조금 포함)은 27만6000원이다.
매장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한다. 9만~10만원에 달하는 고가 요금제를 일정 기간 쓰도록 하거나 카드 결합, 부가 서비스 가입 등을 엮는 식으로 조건을 건다. 불법보조금에 들어간 금액을 일부 회수하기 위해서다. 약정 기간이 끝났을 때 '휴대전화 재구매' 조건을 붙이는 매장도 있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되면 보조금 경쟁이 활성화돼 성지에서도 지금보다 더 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판매상들은 일제히 고개를 저었다.
한 판매상은 "단통법 폐지 영향은 아무도 모른다. 지금 드리는 것(매장 지원금)도 이미 불법이다. 오히려 단통법이 이걸(불법보조금) 만들었다"고 했다.
또 다른 판매상은 "단통법이 없어진다고 더 싸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지'에서 단통법은 이미 유명무실했다.
온라인 성지도 여전히 기승이다.
신도림 테크노마트의 한 매장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최대 50만원 할인'을 내걸었다. 이뿐만 아니라 번개장터에서도 프로모션 제휴 할인과 통신사 할인 등을 더해 갤럭시S24 기본형 모델을 45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superpow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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