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규제 세지면 스타트업들도 어려워진다…왜?
"판도라TV 규제하니 유튜브 세상 됐다"
"모든 산업과 경제가 플랫폼과 연관..규제 영향 크다
"한국에선 플랫폼 기업은 성장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플랫폼은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혁신합니다. 서비스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실험해야 하죠. 그래서 플랫폼 회사(네이버·카카오)는 외부에서 아주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있으면 인수해야 해요, 스타트업들도 네이버·카카오(035720)에서 투자받길 원하고요. 플랫폼사를 규제하면 스타트업들도 어려워집니다.”
“플랫폼 기업의 혁신 방정식은 다르다”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을 지낸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플랫폼 규제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로 플랫폼 기업의 혁신 방정식을 들었다.
전 교수는 “플랫폼 회사가 기존의 회사와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이를테면 한 20년 전 네이버 서비스는 되게 후졌지만 지금은 굉장히 좋아졌다. 이는 네이버가 굉장히 노력한 이유도 있지만, 네이버 사용자들이 피드백을 주고 거기에 맞춰 계속 패치하고 업데이트하면서 완성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달리 말하면 플랫폼 회사는 지속적으로 실험을 해야 되는데, 이는 여러 회사들과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그래서 플랫폼사들은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혁신적으로 만들기 위해 외부에 아주 혁신적인 스타트업 회사가 있으면 인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형 플랫폼사의 투자나 인수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전 교수는 “제가 한국벤처창업학회장을 하다 보니 스타트업 심사를 많이 했는데 써오는 사업 계획서 대부분이 플랫폼을 하겠다고 하더라”면서 “그런데 그런 회사들이 크게 성공해 코스닥에 상장하겠다 이런 회사도 있지만 네이버·카카오에 인수 당하겠다 이런 계획을 잡는 데도 많다. 그만큼 (네이버·카카오가) 우리나라 스타트업 업계에서 플랫폼이 하는 역할이 굉장히 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래서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당연히 스타트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판도라TV 사례를 기억했으면”
전 교수는 10년 전 판도라TV가 국내 동영상 서비스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했지만 정부의 규제로 인해 유튜브에 주도권을 빼앗긴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AI를 필두로 글로벌 혁신산업의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분야의 규제가 이어지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판도라TV는 한 때 마켓쉐어가 50%도 넘는 1등이었는데, 동영상이 무지하게 많이 올라오니까 문제 있는 노출이나 욕설 등 영상이 올라왔다”면서 “그래서 정부는 ‘좀 책임지고 48시간 내 해결하라’고 했고, 플랫폼은 책임지고 이상한 콘텐츠들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유튜브로 옮겨가더라. 공들였던 영상이 사라지니 열받은 것인데, 결국 한국의 스타트업 판도라TV는 어려워지고 유튜브 세상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벤처캐피탈들이 그 뒤로는 동영상 서비스하는 회사에 투자를 안 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이는 결국 유튜브에 대적할 만한 스타트업이 안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평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포커스로 보는 게 전자상거래 관련인 것 같다”면서 “법안이 통과되면 당연히 플랫폼의 매출 감소 효과가 있을 것인데, 플랫폼뿐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 배송, 금융 등 다른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정위, 스타트업 의견 듣지 않아..53%가 우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학계 전문가들도 공정위의 플랫폼법이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플랫폼은 그 자체가 시장이면서 연합체”라며, 하나의 사업자를 억제하면 연합체 자체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는 플랫폼을 통해서 모든 일상생활을 하므로 제조업을 포함한 국가 산업과 경제가 모두 플랫폼과 연관돼 있다”며 규제의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보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규제영향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환 부경대 휴먼ICT융합전공 교수는 “공정위가 법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플랫폼, 스타트업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자국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는 저력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때”라며 “시장을 더 잘 가꾸고 독려해 줘야 할 때 오히려 화단을 짓밟으려고 하는 행위들은 근본적인 측면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공정위가 추진하는 강력한 사전 규제는 한국에서 플랫폼 기업이 어느 규모 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진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최근 벤처캐피탈 등 많은 스타트업 투자사로부터도 플랫폼 규제 법안에 대한 우려가 들려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스타트업 대표 1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플랫폼법 인식조사 결과를 인용해, “스타트업 53%가 공정위 법안이 스타트업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응답한 것은 이 법안이 스타트업을 보호할 것이라는 공정위의 주장과 전면 배치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토론회를 마무리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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