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PB, ‘온라인표’ 떼고 백화점으로...현대百 중동·AK분당 입점
스타필드 수원·롯데 수원 등 경기도권 백화점 4곳 개점
“온라인 버티컬로는 성장 한계... 패션기업과 경쟁”
국내 1위 온라인 쇼핑 플랫폼 무신사가 자체 브랜드(PB) 무신사스탠다드의 유통망을 백화점과 복합쇼핑몰로 확대한다. 입점 업체에 수수료를 받아 몸집을 키운 온라인 플랫폼이 브랜드 사업의 성장을 위해 대형 유통사에 수수료를 주고 매장을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무신사가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종합 패션 기업으로의 성장을 위해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일 무신사에 따르면 무신사스탠다드는 올 상반기 중 스타필드 수원과 롯데백화점 수원점, 현대백화점 부천 중동점, AK플라자 분당점에 매장을 개설할 예정이다.
무신사가 2017년 PB로 선보인 무신사스탠다드는 2021년 서울 홍대를 시작으로 강남, 부산 서면, 대구 동성로 등 가두점에 대형 플래그십스토어(대표 매장) 형태의 매장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최근 경기권 백화점 및 쇼핑몰 여러 곳에 입점을 확정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개점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반기 중 해당 점포들에 매장을 낼 예정”이라며 “올해 지방 주요 도시의 유동 인구가 많은 쇼핑몰에 입점하는 걸 염두에 두고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화점 가는 무신사 PB... 유니클로·탑텐과 경쟁
이는 앞서 무신사가 “올해를 오프라인 진출 원년으로 삼겠다”고 공표한 것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한문일 무신사 대표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무신사 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을 30호점까지 늘리는 등 공격적인 오프라인 확장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한 대표는 “신설 매장 대부분이 지방에 들어설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업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패션 시장에서 오프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온라인보다 큰 데다, 엔데믹(경제활동 재개) 이후 패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성장세가 둔화한 것이 이런 변화를 촉구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의류 시장 규모는 20조4466억원으로 이커머스(16조2613억원)보다 컸다. 채널별 성장률은 패션 이커머스 채널이 2020년 34%, 2021년 11%까지 치솟다가 지난해 7% 수준으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2020년 20% 감소했던 오프라인 채널은 2021년 3%, 2022년 6%로 반등하는 추세다.
무신사가 많은 사업 중에서도 특히 PB인 무신사스탠다드의 확장에 주력하는 이유는 수수료 기반의 쇼핑몰 사업에 비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무신사는 중장기적으로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확장해 왔다. 한정판 플랫폼 ‘솔드아웃’과 럭셔리 브랜드 ‘무신사 부티크’, 라이프스타일 쇼핑몰 29CM 인수와 35~45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쇼핑 플랫폼 ‘레이지나잇’ 출범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솔드아웃은 네이버의 ‘크림’에 밀려 적자 경영을 지속하고 있고, 무신사 부티크는 가품 판매 논란으로 신뢰도가 하락했다. 또 출범 2년도 안 된 레이지나잇은 다음 달 운영 종료를 앞둔 상황이다.
이에 시장 안착이 더딘 서비스에 비해 꾸준한 성장을 보인 브랜드 사업을 키우는 게 성장성 면에서 더 실속이 있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이 일환으로 무신사는 최근 자회사 무신사트레이딩을 통해 미국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노아’의 한국 사업권을 따내고 오프라인 플래그십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아직도 ‘무신사 냄새’? 이젠 백화점 브랜드다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스탠다드의 백화점 입점 수수료율은 10~15% 선으로 추정된다. 공정위가 밝힌 백화점의 명목(정률) 수수료율이 판매수수료의 25% 수준인 걸 고려하면 낮은 수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집객 효과가 큰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의 입점 수수료율이 10% 수준인 걸 고려하면, 무신사스탠다드는 화제성이 높아 더 좋은 조건에 입점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입점 업체에 수수료를 받아 몸집을 키운 무신사가 대형 유통 점포에 수수료를 주고 매장을 운영하기로 한 이유는 브랜드의 고객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SPA 브랜드로 국내에서 업계 1, 2위를 다투는 탑텐, 유니클로의 연 매출이 1조원에 육박한다는 걸 고려하면, 오프라인 시장에서 이들과 경쟁해 매출을 더 키울 여지가 있다.
무신사의 2022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PB 매출이 포함된 제품 부문 매출은 1700억원 수준이었다.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출발해 온라인 패션 플랫폼 1위로 성장한 무신사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옷으로 10~20대 사이에서 유행을 선도했지만, 이로 인해 ‘무신사 냄새’라는 굴욕적인 애칭도 얻었다. ‘너도나도 입는 흔한 옷’이라는 의미로, 무신사라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저하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무신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도시 중심 상권에 고급 인테리어를 적용한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설했고, 집객효과도 맛봤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시설 투자비가 수반돼 매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으로선 모객을 위해 무신사스탠다드와 같은 새롭고 젊은 브랜드가 필요하고, 무신사 입장에서도 백화점을 통한 이미지 개선과 고객 저변 확대 등이 필요한 상황이어서 입점이 빠르게 추진되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빠른 사세 확장으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소모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수원의 경우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스타필드 수원과 롯데백화점 수원점에 비슷한 시기에 입점해 상권이 겹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신사 관계자는 “온라인 버티컬(전문) 플랫폼으로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이제 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해 패션 기업들과 싸우려 한다. 올해가 성장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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