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73개 그룹 지배구조 랭킹…한화 2년 연속 1위
공정위 73개 공시 대상 기업 집단 소속 309개 상장사 지배구조 집중 분석
[비즈니스 포커스]
최근 미국과 유럽(EU)을 비롯한 영국, 일본, 호주 등 국가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에 대한 의무공시 제도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많은 연구에서 기업지배구조가 건전할수록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활동이 효과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이 필수다. 지배구조가 우수할수록 기업 경영이 합리적으로 수행되며 이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상승해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경비즈니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를 바탕으로 2023년 공시 대상 73개 기업집단 소속 309개 상장사의 지배구조를 분석한 결과 한화그룹이 2년 연속 ‘기업지배구조 랭킹’ 종합 1위에 올랐다. HD현대와 롯데가 전년보다 8계단 상승하며 2·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4위였던 삼성은 5계단 상승하며 10위권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종합 순위>
롯데·HD현대, 8계단 ↑…삼성 톱10 신규 진입
한화그룹은 330점 만점에 294.5점을 받아 ‘2024년 기업지배구조 랭킹’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상을 지켰다. HD현대는 280.2점을 받아 지난해보다 8계단 오르며 종합 2위를 차지했다.
종합 3위는 269.6점을 받은 롯데그룹으로 1년 전(11위)보다 8계단 순위가 상승했다. 롯데는 2021년 7월 ESG 경영 선포식을 통해 ESG 경영 추진을 본격화한 뒤 재계 그룹 중 처음으로 모든 상장사의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해왔다.
아모레퍼시픽그룹(268.2점)과 현대자동차그룹(268점)은 지난해보다 순위가 2계단씩 내려가 각각 종합 4·5위에 올랐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4월 ESG 경영 추진 고도화를 위해 ESG위원회를 설립하며 지배구조 체계를 강화했다.
종합 5위를 차지한 현대차그룹은 이사회 독립성 지표로 여겨지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지배구조 관점에서는 일반적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가 권장되고 있다.
네이버(265.2점)는 종합 6위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순위가 2계단 하락했지만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네이버는 상장 계열사 1곳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를 모두 설치했다.
이어 SK그룹은 263.7점을 받아 종합 7위에 올랐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2계단 상승해 상위권에 안착했다. 교보생명보험(257.1점)은 전년보다 순위가 2계단 하락해 종합 8위에 올랐다. 교보생명은 독립성이 검증된 사외이사로 이사회 과반수를 구성, 견제와 균형을 갖춘 이사회 중심 경영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KT&G·삼성그룹은 각각 254.3점을 받아 공동 9위에 올랐다.
<부문별 평가>
두산·금호석유·MDM ‘우수’
‘집중투표제’ 실시한 KT&G, 309개사 중 유일
한경비즈니스가 분석한 지배구조 랭킹 평가의 핵심 지표는 △사외이사 비율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소수 주주권 보장 등 3개 부문이다. 부문별 평가에서는 종합 순위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사외이사’ 비율 평가에서는 MDM이 전체 7명의 이사진 중 6명을 사외이사로 둬 85.7%의 비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항공우주산업(83.3%), 중흥건설(75.0%), 크래프톤(71.4%), 금호석유화학(70.0%) 순으로 높았다. KT&G·교보생명·한진·태광·아모레퍼시픽도 사외이사 비율이 60~70%대로 높게 나타났다.
상법과 금융회사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어야 하고 이사 총수의 절반을 넘어야 한다. 기타 회사는 4분의 1 이상이 돼야 한다.
이랜드(16.7%)는 전년도에 이어 전체 12명의 이사진 중 사외이사가 2명에 그쳐 73개 기업집단 소속 309개 상장사 중 꼴찌를 기록했다. 중앙·넥슨·반도홀딩스도 사외이사 비율이 20~30%대에 그쳐 경영진 및 지배주주의 독단적 의사결정을 견제하는 장치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비율 평가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설치율 합계 966.7%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경영진 및 지배주주를 견제하는 성격이 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ESG위원회 등 5개의 위원회 설치율과 각각의 위원회 내 사외이사 비율 등 총 10개 항목을 종합한 결과다.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감사위원회 도입이 의무화돼 있고 보상위원회·내부거래위원회·ESG위원회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비율은 ESG위원회만 5.2%포인트 상승했다. ESG위원회는 추천위원회나 감사위원회와 달리 도입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설치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7.2%에서 2023년 52.1%로 3배 이상 대폭 증가했다.
마지막 평가 항목인 ‘소수 주주권 보장’ 제도 도입 비율 평가는 집중투표제·서면투표제·전자투표제 등 세 가지 제도를 통해 조사했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고 전자적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총 73개 기업집단 중 두산·롯데·KT&G·신세계·HD현대·CJ·SK·현대차·아모레퍼시픽·네이버 등 258개사가 전자투표제를 도입했고, 이 중 249개사(80.6%)에서 실시된 것으로 조사됐다.
집중투표제는 전체 309개 상장사 중 SK스퀘어, 한화생명보험, CJ씨푸드, 포스코홀딩스, KT, KT&G 등 12개사만이 도입해 도입률 3.9%에 그쳤다. 실제 실시한 기업은 KT&G가 유일했다. KT&G는 사외이사 2명을 선임하면서 집중투표제를 실시했다. 소수주주 아그네스, 안다자산운용 등이 사외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방식을 청구하고 각각 후보를 추천해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를 실시했으나 KT&G 이사회 추천 후보 2명이 최종 선임됐다.
서면투표제는 전체 309개 상장사 중 현대글로비스, 롯데렌탈, (주)한화, 포스코홀딩스, KT 등 27개사(8.7%)만이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면투표제 실시율은 크래프톤(100%), 두산(66.7%), OCI(50.0%), 이랜드(50.0%) 순으로 높았다.
어떻게 선정했나
한경비즈니스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매년 12월 공개하는 ‘공시 대상 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자료를 분석해 2019년부터 ‘기업 지배구조 랭킹’을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는 2023년 73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 309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 이사회 구성 및 작동 현황, 소수 주주권 작동 현황 등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한경비즈니스는 이를 바탕으로 △사외이사 비율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소수 주주권 보장 등 3개 부문에 대해 각각 100점 만점의 점수를 줬다. 이를 각 부문 순위에 따라 상대 평가를 진행한 뒤 합산했다. 여기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활성화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2023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 현황’ 중 기업집단별로 공시 기업 수가 많은 상위 7개 대기업집단(삼성·SK·현대차·LG·롯데·한화·HD현대)에 지배구조 모범 운영 사례 가산점 30점을 부여해 총점을 산출했다. 현재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자율 공시로 이뤄지고 있으나 2026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된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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