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데 파월에 뺨을 맞았다 [뉴욕마감]

뉴욕=박준식 특파원 2024. 2. 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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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가 올 3월 금리인하 기대를 부인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과 함께 하락세로 돌아섰다. 조기 긴축완화를 기대하지 말라는 중앙은행장의 단언에 지수가 현실감을 되찾은 것으로 해석된다.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317.01(0.82%) 내린 38,150.3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79.32포인트(1.61%) 하락한 4,845.6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은 345.89포인트(2.23%) 하락해 지수는 15,164.01에 마감했다.

이날 연준은 1월 FOMC(공개시장위원회) 결과 기준금리를 종전과 동일한 5.25~5.50%로 동결하기로 했다. 4연속 동결이면서 동시에 더 이상의 금리인상은 없다는 점을 연준은 분명히 했다. 성명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할 수도 있다"던 문구를 삭제하면서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없앤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올해부터는 금리인하 시기를 가늠해 긴축정책을 완화할 것이란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준은 그러나 금리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분명히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은 조기 금리인하설과 관련해 "오늘 회의를 토대로 그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두고 볼 일이지만 (시장의 예측처럼) 3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볼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이날 국채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거래일보다 8bp 이상 떨어진 3.97%대를 기록했다. 4% 선에서 시소게임을 벌이던 매매공방은 매수세의 우위로 끝이 났다. 3개월물을 제외한 모든 국채금리가 하락세(가격상승)를 나타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과 S&P 500 지수는 울고 싶은데 뺨을 맞았다는 분위기였다. 전일 호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로소프트(MS)가 2.5% 하락하면서 주가가 정점에 달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은 7% 이상 떨어졌고, AMD도 2% 중반 하락하면서 기술주의 고밸류에이션 지적이 설득력을 얻게 했다.
3월 금리인하 기대말라...서비스 인플레 잡아야
(워싱턴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IMF 콘퍼런스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의 진전에는 만족하지만 정책 목표인 2%로 지속 가능하게 낮추려면 갈 길이 멀었다”고 밝히고 있다. 2023.11.10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저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금리인하 시기를 확정해 시장에 알리기에는 성급한 점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표현했다. 파월은 "연준은 앞으로 기준금리 방향과 금리인하 실행 시기를 평가하면서 선택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며 "금리를 내리기에 앞서 일단 노동시장과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 수치가 낮아지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물가가 우리 목표를 향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증거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연준이 이번 경기 긴축 사이클에 필요한 모든 금리인상을 완료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더 이상의 금리인상 가능성은 없다고 확인했다. 더불어 "경제가 예상대로 전반적으로 발전한다면 올해 어느 시점에 정책 억제를 완화하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올해 내 금리인하 방침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말했다.

그는 그러나 "팬데믹 이후 경제는 여러 면에서 전문가들의 예상을 빗나가게 했고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지속적인 진전은 아직까지 확신할 수 없다"며 "경제 전망은 불확실하며 연준은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기준금리를 현재 목표 범위에서 더 오랫동안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최근 물가 관련 경제지표가 연율로 환산해 2% 수준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을 의식한 듯 더 나은 확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몇 달 동안 수많은 고무적인 보고서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노동 시장에 더해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를 원한다"며 "더 나은 데이터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보아온 데이터의 지속성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섣부르게 긴축정책을 완화했다가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수 있다는 위험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에 관해서도 상품이 아닌 서비스 부문의 물가가 잡혀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월은 "물가안정은 서비스 부문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연준은 전체 숫자를 바라보기 때문에 (서비스 부문을 아우른) 더 광범위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파월은 이번 FOMC에서 어떤 위원도 금리인하를 제안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파월은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근 경제지표에 의해) 확실한 격려를 얻었고 연준은 정책을 지지할 힘을 얻었다"며 "그러나 현 시점에서 연착륙을 확실하게 선언할 준비가 되지는 않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미국 노동시장 1월부터는 찬바람
미국의 1월 민간고용이 전월이나 전문가 예상치에 현저히 못미치는 수준으로 집계됐다. 뒤늦게 고용시장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날 민간고용정보사인 ADP(Automatic Data Processing)에 따르면 1월 민간고용은 10만 7000명을 기록해 12월 15만 8000명에서 5만 1000명이나 줄었다. 기존 예상치였던 다우존스 추정 15만명보다도 현저히 적은 숫자가 나타난 것이다.

증가분은 제조업이 3만명, 서비스업이 7만 7000명을 기록했다. 제조업 가운데선 건설이 2만 2000개, 광업이 6000개, 일반 제조업이 2000개 순증했다. 서비스업 중에서는 무역 및 운송 유틸리티가 2만 3000개 늘었고, 정보 관련이 9000개 줄었다. 금융과 전문직 분야는 각각 7000개, 2000개 증가했다. 이밖에 교육 및 의료 분야 1만 7000개, 레저 및 접객 2만 8000개, 기타 9000개가 증가분을 차지했다.

ADP 집계는 항상 노동부가 발표하는 정부의 비농업 고용 보고서 발표 이틀 전에 나온다. 노동부 비농업 고용 집계치는 12월에 21만 6000개 증가로 나타났고, 1월 결과 예상치는 현재 18만 5000 증가로 조사된다.

ADP는 1월 임금 상승 평균이 연율 5.2% 수준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측정한 평균 시간당 소득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넬라 리처드슨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임금은 지난 6개월 동안 상승했고 경제는 미국과 전 세계적으로 연착륙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의 규모에 따른 고용 분포는 직원 수 50~499명 사이의 중견 기업이 일자리 창출을 주도해 6만 1000개를 나타냈다. 나머지는 50인 미만 중소기업이 2만 5000개를 창출했고,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고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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