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KT&G...3월 주총 앞두고 백복인 해외 사업 실적 첫 공개
FCP “해외 담배 부문 경영 방만 의심”
법원 “FCP, 주주로서 관련 회계 장부 열람할 권리 있어”
KT&G가 그간 대외비로 부쳤던 해외 사업의 지역별 매출, 영업이익 등이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처음 주주에 공개될 전망이다.
이와 더불어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문제 삼았던 경쟁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과의 담배 수출 계약’으로 발생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은 별도로 집계돼 주주에 공개된다. FCP가 “KT&G 해외 담배 부문 방만 경영이 의심된다”는 취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한 데 따른 조치다.
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KT&G는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FCP에 공개해야 하는지는 외부에 알리지 않아왔다. 법원이 KT&G에 공개하도록 한 해외 사업, 특히 PMI와 계약은 현 경영진이 주된 성과라고 주장하는 영역이다.
그간 KT&G는 “해외 판매상과 계약에 비밀 유지 조항이 있다”며 해외 사업 부문 영업이익 등을 밝히지 않았다. 이번 자료에서 KT&G가 해외 사업을 방만하게 경영했다는 점이 드러나면, 3월 신임 사장 선출을 앞둔 현 경영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법원 “PMI와 계약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 확인 우선적으로 필요”
1일 조선비즈는 FCP(주주명 아그네스)가 지난해 10월 KT&G에 제기한 회계장부 등의 열람, 등사를 청구하는 가처분 소송 판결문을 입수했다.
이 판결문에서 대전지방법원은 KT&G에 최근 3사업연도(2020년~2023년 6월 말)간 지역별 해외 담배 부문 매출 관련 일부 자료를 FCP가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FCP가 KT&G의 이 기간 작성된 해외 담배 부문 매출 자료 가운데 ▲매출장 ▲매출 계정 별 원장과 분개장 ▲재고자산 ▲매출원가와 재고자산 ▲판매관리비 ▲매출채권·대손충당금·선급금·선급비용·미수금·선수금·미지급금·미지급비용 등을 FCP가 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법원은 최근 3년 간 PMI와의 글로벌 유통·공급 계약으로 인해 발생한 거래 내역을 FCP가 열람·등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상현 FCP 대표는 “이는 해당 기간, 해당 계약과 관련한 재무 자료 전부를 KT&G에 공개하라고 판결한 것”이라며 “얼마 어치를 팔고,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 등을 소상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FCP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근거로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경쟁회사에 비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존재하고, KT&G는 2020년 경 PMI와 계약을 체결했으므로 KT&G 해외 담배 사업의 경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PMI와의 계약에 따른 매출과 영업이익의 확인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FCP가 KT&G 주주로서 경영 상태와 수익성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이 계약과 해외 담배 부문 매출 관련 회계 장부와 서류의 열람·등사를 청구할 권리가 인정된다고 보인다”며 “회사의 업무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주주에게 적시에 필요한 정보 획득과 자료 수집을 위한 기회를 부여할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앞서 KT&G는 지난 2020년 1월 해외 진출과 유통망 확보를 위해 PMI와 해외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해외 수출을 시작한 후 3년이 흘렀지만 KT&G는 릴의 해외 수출 실적을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
실적 공개를 않는 이유로는 ‘PMI와의 계약에 있는 비밀 유지 조항’을 들었다. KT&G는 릴의 해외 성장세를 보여주고자 했을 때는 항상 ‘해외 31개국 진출’만을 강조했을 뿐이었다.
KT&G 관계자는 “법원은 사건 결정 정본을 송달받는 날의 5영업일 후부터 토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30일 동안 채권자 또는 그 대리인에게 인용목록에 기재된 자료를 열람 및 등사하도록 하고 있다”며 “회사는 법원의 결정 취지에 따라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범위에서 법원의 인용목록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 및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PMI 등 각 해외 수입상과 체결한 계약, 회사의 경영 판단에 따른 것”
다만 지금까지 KT&G가 해외 사업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내세웠던 ‘PMI와의 계약서 내용’을 확인할 길은 닫혀버렸다.
법원은 “KT&G가 PMI 등 각 해외 수입상과 체결한 계약은 회사의 경영판단에 따른 것이고 비밀유지 조항이 있는 등 KT&G와 상대 회사와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채무자 회사 업무의 운영 또는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한 궐련형 담배 판매와 관련해 KT&G 해외 법인의 감사보고서와 매출, 재고자산 등 재무 정보의 공개 요구도 기각됐다.
이에 KT&G는 “회계장부 등 열람 허용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해외 수출 계약은 회사의 경영 판단에 따른 것이고, 비밀 유지 의무 조항이 있어 주요 계약 내용이 공개될 경우 분쟁이 발생하는 등 주주 공동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보이므로 기각됐다”며 “다만 극히 제한된 범위의 일부 회계장부에 국한해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또 FCP는 KT&G가 지난 2022년 4분기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골드만삭스에 지급한 260억원의 컨설팅 수수료에 대해 관련 내역 공개를 요구했지만, 기각됐다.
FCP는 ‘행동주의펀드 대응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근거로 이 같은 요구를 했다. 법원은 “260억원은 KT&G가 지출한 전체 수수료 합계액으로, 그 중 상당 금액은 정기 주총과 관련 없는 용역 업무를 위해 지출됐다”며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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