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도 못 준다" 尹정부 'R&D' 삭감에 중소기업 피눈물

CBS노컷뉴스 민소운 기자 2024. 2. 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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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대비 22% 이상 줄어든 '중소기업 R&D 예산'…울분 터진 중소기업들
"직원 월급도 못 준다", "사비로 대출 받아야 버틴다" "연구개발 지속 어려워"
정부 "R&D 구조개선 차원에서 불가피한 삭감이었다"고 해명…지원책 마련 예정
'삭감액' 두고 정부·기업 간 미스 커뮤니케이션 발생하기도
전문가들 "저리 대출 지원 등 중소기업에 대한 구제책 시급"
연합뉴스


"수천 개의 업체들을 데려다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지금? 국가의 미래, 미래를 책임지는 R&D 예산을 줄여놓고, 국회위원이든지 대통령이든지 나와서 같이 설명을 해줘야죠"
 
"이미 직원 5명을 신규로 채용했는데, 이렇게 예산 감액 해버리면 누가 인건비를 댈 수 있습니까?"
 
"지금 여기 계신 분들 전부 연구 과제를 따내기 위해서 엄청나게 노력을 했었는데 이게 뭐예요? 지금 하시는 말씀이 '공짜 돈 줬으니까 그거 줄여도 아무 말 하지 마라' 이런 말인 거예요?"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중소기업 R&D 협약변경 설명회'에서는 성토가 쏟아졌다. 정부와 협약을 맺고 R&D 연구과제 사업을 진행 중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금(연구비)이 갑작스레 삭감됐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기술개발사업 협약변경 매뉴얼 발췌.


정부는 2024년도 중소기업 R&D 예산을 1조 4097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2.7% 삭감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받는 지원금은 사업별(총 24개)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깎이게 됐다. 삭감 대상은 정부와 협약을 맺고 R&D 사업(연구)를 진행해오던 기업들 4000곳 이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이 지난 11일에서야 기업들에게 뒤늦게 통보됐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삭감에 기업들은 당장 인건비를 지급하기도 어려워졌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예산 삭감'에 중소기업 피눈물…"당장 몇천만 원 임금 밀려"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지난 2022년부터 정부와 1억 4천만 원 규모의 '창업성장기술개발사업' 협약을 맺고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연구사업을 진행해왔다. 그러던 중 올해 예산이 삭감됐고, 아직 전체 예산의 50%에 해당하는 7천만 원 가까이 되는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A씨는 "직원들 지난달 급여를 지금 지불을 다 못해줬다"면서 "인건비가 한 달에 3천만 원 정도 되고, 관리비 등을 포함해 총 7천만 원 정도를 충당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를 지금 미뤄놓은 상태고 겨우 그냥 버티고 있는 수준"이라면서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외부에서 자금 유입이 안 된다 그러면 오래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3억 규모의 사업 협약을 맺고 B2B 솔루션을 개발하는 사업을 이끌어왔던 B씨 또한 현재 5천만 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정부가 '최대한 빨리 주겠다'고 말은 한다지만, 언제 받을 수 있는지 기약이 없는 상태라 B씨는 속이 탄다.

B씨는 "매월 인건비가 나가니, 대표이사인 내가 모자란 돈 3~4천만 원을 높은 금리에 개인적으로 대출 받아서 버텨왔다"면서 "우리 같은 기업들은 매출이 없고 R&D 지원금으로 운영해 왔는데 이제 어쩌냐"고 예산 삭감으로 인한 후폭풍을 털어놨다.

플랫폼 개발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대표 C씨 또한 "확정된 자금이 없어져 버리니까 직원 월급이 밀릴 수도 있고, 원치 않게 퇴사를 시켜야할 수도 있다"면서 "한 달, 두 달 이렇게 겨우겨우 버티는 기업들이 많다. 몇 천만 원이면 엄청난 돈인데 (예산 삭감을 해버리면) 사기가 떨어지니 직원들이 나가게 될 수도 있고 기술 개발도 제대로 안 된다"고 토로했다.

AI 개발 사업체를 운영하는 D씨도 이번 예산 삭감으로 아직 지원금 4천만 원을 받지 못했다. D씨는 "R&D 사업을 위주로 하는 중소기업들은 타격이 너무 크다. 급여를 못 주는 회사들도 많이 생기고 하는 것 같다"면서 "결국 회사 입장에서는 못 받은 돈은 다 대출로 메꾸라는 소리인데, 불합리한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다들 해당 R&D 사업을 되게 힘들게 경쟁해서 따낸 건데, 이런 상황이 오니까 이제 힘이 빠지는 거다"고 하소연했다.

기업에 '삭감' 사실 제대로 설명조차 안 한 정부…"구제책 시급"


'선 삭감, 후 통보'. 기업들은 하나같이 정부의 일방적인 행보에 울분을 토했다. 예산 삭감에 대한 설명을 하거나 양해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다.

D씨는 "정부가 기업들에게 협약을 하고 약속을 한 건데, 너무 쉽게 결정하고 그냥 '미안하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설명회 현장에서도 한 중소기업 대표는 "결론은 어쨌든 정해져 있는 거잖아요. 우리(정부)가 얘기하는 대로 일반 중소기업들은 그냥 다 받아들여야 된다는 말씀이신 거죠?"라고 따져 물었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예산 삭감 배경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다보니, 정부와 기업들 간에는 미스 커뮤니케이션(miss communication)이 발생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난해에도 못 받은 지원금이 있다"면서 "올해 예산이 삭감된 건데, 지난해 미지급된 지원금까지 깎이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게 주된 불만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정부 관계자는 "2023년 지원금은 지급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기업들이 받지 못했다는 2023년도 예산은 회계연도상 2024년도 예산"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에게 '23년도 예산 부족분'이라고 표현한 것은 기업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삭감으로 크나큰 타격을 입을 중소기업들을 위해 정부가 최소한의 대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유병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이 (최초 협약에 따라) 계획을 다 세웠는데, 기업에게는 지원금 삭감이 상당히 치명적"이라면서 "저리 대출이든 무이자 대출이든 기업들이 부담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도 차선책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31일 '중소벤처 R&D 미래전략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해 올해 삭감하기로 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R&D 예산 일부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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