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재건축 대책… '낙동강 오리알' 된 리모델링
[편집자주]재건축보다 진입이 쉽고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각광받던 리모델링이 정부의 연이은 규제 완화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재건축의 걸림돌로 불리던 안전진단 문턱이 대폭 낮아진 데 이어 올 초 준공 뒤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는 아예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전국 다수의 조합들은 재건축과의 갈림길에 멈춰선 채 혼란을 겪고 있다.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면 기존 조합을 해산해야 하는데, 새 조합에서 임원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 리모델링 조합 집행부가 반기를 들며 조합원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준공 연한 기준을 채우지 못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가 비교적 많았던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들도 지난해 말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면서 소유주 간 의견 충돌에 부딪치는 모습이다.
(1) 오락가락 재건축 대책… '낙동강 오리알' 된 리모델링
(2) [르포] "조합장 나와" 리모델링 조합 내분 격화
(3) 리모델링→재건축 변경 신중해야… 1기 신도시 '갈팡질팡'
정부가 지난 1월10일 재개발·재건축 추진 아파트에 대해 안전진단 없이 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고금리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이를 완화할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나 앞서 재건축 규제를 피하려고 리모델링을 추진한 단지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리모델링 사업을 지속해야 할지, 재건축으로 변경해야 할지 결정이 쉽지 않아 정책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의 '1·10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아파트 준공(입주) 30년이 넘은 단지들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안전진단 등 재건축 규제 완화 ▲재개발 추진 요건 완화 ▲1기 신도시 재정비 신속 추진 ▲소형주택 세제 지원 ▲지방 미분양 주택 세대수 제외 등의 정책을 내놓았다. 해당 대책은 국회 논의를 거쳐 시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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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단지에 대한 규제가 반사효과로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기존 리모델링은 수평증축을 위한 필로티(비어 있는 1층 공간) 설계와 1차 안전진단만 받으면 가능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7월 2차 안전진단 대상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유권해석을 바꾼 이후 서울시는 해당 기준을 수평증축에서 수직증축으로 바꾸기로 했다. 수평증축은 1차 안전진단으로 가능했지만 수직증축을 하려면 2차 안전진단을 추가로 거쳐야 한다.
2차 안전진단을 거치려면 평균 10개월, 준비기간까지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단지에선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 등을 이유로 반발했다.
정부 발표 이후 리모델링 단지에선 잡음이 발생하고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 강남구 최대 규모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던 대치2단지는 최근 조합 해산을 위한 절차를 본격화했다. 리모델링 사업 방식에 반발한 주민들이 조합장 해임을 위한 총회를 열기 위해 동의서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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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재건축이 불가능해 리모델링해야 하는 단지도 있는 것을 정부가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 시내 4217개 공동주택 단지 중 3096개(세대수 증가형 898개·맞춤형 2198개)는 재건축 사업이 불가한 리모델링 대상 단지였다.
협회는 "서울의 고용적률 단지는 종상향이 되어도 재건축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 선거 공약이던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에 대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한 뒤 재건축 사업으로 선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안전진단 폐지가 아닌 완화이고 법 개정 절차도 남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의 시행 여부가 현재까지 미지수"라며 "정부의 공급 통계 기준은 착공·준공이 아닌 인·허가인데, 현재 인·허가를 받고 착공한 비중은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허가를 받고 안전진단도 통과한 경우 공급으로 잡혀 실제 공급은 더 적을 수 있다"면서 "사업을 추진한 단계라면 리모델링을 유지하는 것이 공급 부족 상황에서 사업상 더 유리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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