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기회의 땅’ 폴란드]②야로스와브 K. 주락 단우드 CEO “기술력·낮은 언어장벽으로 우크라 재건사업 자신감”
저렴한 인건비·숙련된 작업자가 경쟁력
시장 확대·우크라 재건사업 참여 준비도 완료
“유럽 진출의 관문이자 물류 요충지” 지난해 폴란드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폴란드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건설기업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를 발판 삼아 재건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소 생소한 동유럽 국가, 폴란드에서 기회를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우리나라 건설인들을 직접 만나봤다. [편집자주]
“폴란드, 특히 단우드가 있는 지역(비아위스토크) 사람들은 러시아와 폴란드어를 혼합해 사용합니다. 러시아어는 우크라이나어와 매우 비슷해 쉽게 의사소통할 수 있어요. 또 우리는 큰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짧은 시간에 많은 주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지난 24일 폴란드 비아위스토크(Białystok)의 단우드 본사에서 만난 야로스와브 K. 주락(Jarosław K. Jurak) 단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 배경에는 단우드만의 기술력과 경쟁력 있는 숙련된 노동자, 우크라이나와의 밀접한 지리적·문화적 관계가 있다.
단우드는 1972년 현재 제1공장이 있는 비엘스크포들라스키 지역에 농업건설회사로 설립됐다. 그러다 1995년 덴마크 회사인 ‘단우드 하우스’와 접촉하면서 목재 골조 조립식 주택 건설을 위한 기술을 획득했다.
야로스와브 CEO는 단우드가 조립식 주택 시장에 진출할 당시 기존 주택의 단열성 확보 등 ‘에너지 효율’이 문제가 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가 목재 골조 조립식 주택에 확신을 가진 것은 이 집들의 에너지 효율성 때문”이라며 “당시 폴란드에서도 단독 주택들의 에너지 효율이 문제가 됐고, 환경을 보전하는 방식이 미래지향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의 모듈러 건축공법은 기존 공법 대비 탄소배출량이 30% 이상 저감된다고 알려져 있다.
단우드는 바로 다음 해인 1996년 독일에 첫 번째 조립식 주택을 지었다. 이후 독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에는 단우드 생산량의 88%를 독일에 공급했다. 단우드의 여전히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시장인 셈이다.
야로스와브 CEO는 독일 시장이 해마다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격적인 경쟁력이 컸다고 설명한다. 폴란드는 유럽 내에서도 인건비가 저렴한 편에 속한다. 특히 단우드 공장이 위치한 지역은 폴란드 중에서도 저렴한 편이다.
그는 “(단우드가 있는 지역은)인건비가 저렴한 측면도 있지만 전문적인 작업자들이나 엔지니어, 건축가들 역시 숙련된 사람들이 많고 높은 교육수준을 자랑한다”며 “이런 점에서 독일의 경쟁사들에 비해 우위에 있을 수 있었고, 가격은 낮으면서 동일한 품질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은 품질 표준 기준이 유럽 내에서도 높은 편인데, 독일 회사와 경쟁해야하기 때문에 단우드의 품질 기준 역시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독일에 부동산 투자 ‘붐’이 불던 당시 단우드도 함께 급성장했다.
지난 2020년 GS건설은 독일 시장에서 턴키(건설업체가 공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책임지고 다 마친 후 발주자에게 열쇠를 넘겨주는 방식) 수주로 1등을 달리던 단우드를 인수했다. 이후 단우드는 2022년 GS건설의 신사업부문 매출(1조250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4180억원의 매출을 냈다. 지난해에는 약 4800억원의 매출을 내며 전년 대비 15% 이상 성장했다.
단우드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건축 자재 관련 규정을 확인하는 등 재건사업에 뛰어들 준비가 한창이다.
야로스와브 CEO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는 다양한 국가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공식적인 절차 이외에도 언어나 문화적인 특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고 우크라어와 비슷한 러시아어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을 따로 만들 수도 있을만큼 생산능력과 인력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시장 확장과 더불어 새로운 제품 라인의 개발 계획도 가지고 있다. 먼저 노르웨이와 스웨덴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스웨덴은 전체 주택의 80%가, 노르웨이는 25%가 조립식일 정도로 보편화 돼 있다. 겨울이 일년의 절반에 육박하고 겨울엔 일을 하지 않는 특성이 있어 일년안에 주택시공을 마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야로스와브 CEO는 “미래에는 우드·스틸·콘크리트 등 전 분야에 걸쳐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GS건설과 시너지를 통해 목조와 콘크리트가 혼재된 하이브리드 건물들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탄소발자국(개인 또는 단체가 직접 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의 총량) 이슈 등 목조 주택은 미래지향적인 내용과 연결되기 때문에 앞으로 다른 시장들과 우리의 경험을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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