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면 안 그랬을 거잖아!"...사우디, '연봉 290억' 만치니 한국전 조기퇴근에 분노 폭발

[포포투=오종헌]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은 대한민국과의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를 본 사우디아라비아 언론과 팬들은 비난을 쏟아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사우디와 1-1로 비겼다. 그리고 승부차기 혈투 끝에 4-2 승리를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빅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들이 주축이 된 만큼 개막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승 후보 중 하나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조별리그 3경기 내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1승 2무로 무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팀들을 상대로 모두 실점했다. 꾸준하게 득점을 올리기는 했지만, 최전방 자원들의 침묵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사우디를 만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3백을 가동하며 전반전 사우디의 공세를 효율적으로 봉쇄했다. 또한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사우디의 후방 빌드업을 방해하며 몇 차례 좋은 장면을 만들었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계획이 꼬였다. 하프타임 교체 출전한 라디프가 후반 1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다급해진 한국은 황희찬, 박용우, 조규성, 홍현석 등을 차례로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정규 시간 90분이 모두 흘렀다.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추가시간 9분 극적인 동점골이 터졌다. 김태환이 올린 크로스를 설영우가 다시 머리로 공을 중앙으로 보냈다. 이를 조규성이 헤더로 마무리했다. 스코어 1-1이 된 양 팀의 경기는 연장전을 넘어 승부차기까지 진행됐다.

승부차기에서 빛을 발한 선수는 바로 조현우였다. 조현우 골키퍼는 사우디의 3, 4번째 키커의 슈팅을 연달아 선방했다. 한국은 손흥민, 김영권, 조규성이 모두 성공했고, 황희찬이 시원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며 승부차기 4-2 승리를 가져왔다.

한국이 8강 진출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때, 사우디는 만치니 감독을 보면서 분노를 터뜨렸다. 만치니 감독은 사우디의 네 번째 키커 가리브의 슈팅이 조현우 골키퍼에게 막히자 곧바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황희찬이 슈팅하기 전이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사우디 언론들은 "만약 만치니 감독이 계속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을 이끌고 있었다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사우디 국민들은 물론 사우디 축구 연맹의 야세르 알 미제할 회장도 분노했다. 미제할 회장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 만치니 감독과 얘기할 것이다"고 밝혔다.

만치니 감독은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우디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됐다. 2027년까지 계약을 체결한 그는 2,200만 달러(약 293억 원)의 연봉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이번 아시안컵에 참가한 팀 감독들 중에서 가장 많은 연봉이었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