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서호시장 대장간-골목 안쪽, 시간이 멈춘 공간[정태겸의 풍경](61)
경남 통영에 가면 늘 들르는 곳이 서호시장이다. 살아 있는 통영의 단면을 가장 잘 보여주기도 하고, 단골 시락국(시래깃국) 가게가 있어 매번 그곳으로 향한다. 막차를 타고 내려가 새벽 3시에 도착해도 제일 먼저 이 시장을 찾는다. 그 시간에도 시장은 이미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할머니가 귀퉁이에 앉아 생선을 다듬고, 할아버지는 소쿠리 가득히 담은 홍합을 손질한다. 할머니에게 학꽁치회를 부탁하면 두세 명이 너끈하게 먹을 양을 담아준다. 단돈 1만원. 그걸 들고 시락국을 먹으러 간다. 여행의 시작부터 마음이 뜨끈하게 달궈지는 기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통영의 시간.
이번에도 서호시장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 숱하게 지나다녔던 시장 안쪽 골목에서 그간 보지 못했던 가게를 발견했다.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오래전에 사라졌을 법한 풍경. 쇳가루가 수북하고 오랫동안 사방에 쌓아둔 금속자재가 한 몸이 돼버린 노포다. 간판도 없다. 카메라를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장님은 좀처럼 말이 없었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묵묵부답이다. 한참 후에 입을 뗐다. “그러세요.” 고개도 들지 않고 하던 일을 이어가면서 그는 말했다. 평생 공간을 지켜온, 이 일을 해온 사람. 그의 말은 무거웠다. 그 무게에 시간마저 멈춰 선 것만 같은, 옛 대장간이 거기 남아 있었다.
글·사진 정태겸 글 쓰고 사진 찍으며 여행하는 몽상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완주 쉽잖을 것” 대세…“지금 구도 계속” 관측도
- [박성진의 국방 B컷] (19) 병사 월급 뒤에 숨은 ‘표퓰리즘’으로 무너진 징집·모병체계
- 달라진 정부…우크라에 ‘살상무기 지원’ 가능할까
- [전성인의 난세직필] (32) 이재명 대표의 금투세 폐지 결정, 즉각 철회해야
- [정봉석의 기후환경 이야기] (21) 기후위기, 숲이 주는 해답
- [메디칼럼] (43) 의료개혁, 국민만을 위한 ‘새판’ 짜야
- “명태균 관련 거짓말에 캠프서 있었던 일 공개하기로 결심”
- [꼬다리] 수능 듣기평가 시간에 모기가 날아다닌다면?
- [오늘을 생각한다] 전쟁을 끝내자!
- 법원, 이재명 대표에 징역 1년 집유 2년···의원직 상실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