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기준금리 4연속 동결…3월 인하엔 부정적

뉴욕/윤주헌 특파원 2024. 2. 1.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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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는 31일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 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31일 기준 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올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 회의를 가진 뒤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이번 회의까지 4연속 동결이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사실상 부정적으로 밝혔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최근 지표에 따르면 경제 활동이 견고한 속도(solid pace)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일자리 증가는 작년 초부터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은 지난 1년간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연준은 장기적으로 (목표치인) 인플레이션 2%를 최대한 달성하려고 하며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관심을 모은 포인트는 과연 금리 인하 시점이 언제가 될지 여부였다. 지난해 12월 이미 연준이 올해 3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취지로 밝혔기 때문에 올해 3월 연준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오는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는 더 좋은 데이터를 보고 싶다”면서 “오늘 회의를 토대로 말하자면 연준이 3월 회의까지 충분한 확신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또 “3월 인하는 아마 가장 가능성이 낮은 경우”라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투자자들은 첫 금리 인하 시점을 5월과 6월의 다음 회의를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는 목표를 낮추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것 같다”고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월에 있을 다음 회의에서 바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미 연준은 이날 "경제 활동이 견고한 속도(solid pace)로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AFP 연합뉴스

다만 금리 인하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는 “지난 6개월 동안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좋은 수치를 받았지만 인플레이션이 2%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강력한 확신이 들면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금리를 인하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연준은 그동안 밝혀온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사실상 접었다. 연준은 지금까지는 “언제든지 올릴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식으로 강한 톤으로 밝혀왔는데, 이날 성명에서는 “연준의 목표 달성을 저해할 수 있는 리스크가 나타날 경우 통화정책의 스탠스를 적절히 조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식으로 표현을 낮췄다. WSJ은 “지난 7월 금리 인상 이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었던 공식 지침을 폐기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다음번에 금리 인상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표현(additional policy firming) 을 삭제했다”면서 “지난달 연준은 금리를 다시 인상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금리 인하에 열려 있다”고 했다.

31일 뉴욕증권거래소 중개인 뒤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설하는 화면이 보인다./로이터 연합뉴스

금융회사가 모여 있는 월스트리트에서는 그동안 한결같이 금리 인하 가능성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연준이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투자 심리를 흔들만한 발언은 내놓지 않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前) 연준 선임 이코노미스트이자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윌리엄 잉글리쉬는 “지금은 가능한 제약을 최소화해야 할 때”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연준 발표 이후 투자자들이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에 급격히 쏠리면서 이번에 파월 의장이 조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발표된 수치는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6일 미국 상무부는 2023년 12월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수치가 2%대로 떨어진 것은 2021년 3월 이후 2년 9개월만이다. 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3.0%) 보다도 낮았다.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지난해 4분기 미 경제가 예상을 웃도는 3%대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3.3%로 집계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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