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슈퍼 선거의 해' 대만과 한국 청년들
미국 대통령선거를 포함한 각국의 대선과 총선이 몰려있어 슈퍼 선거의 해로 불리는 2024년의 첫달이 지났다. 첫 개표함이 열린 것은 대만에서 1월13일 치러진 선거였고 결과는 '친미·독립'을 추구하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총통으로 당선됐다.
친미 독립파(민진당)과 친중 통일파(국민당)의 거대이념 전쟁으로 포장됐지만 뚜껑을 열고보니 결과는 뜻밖이었다. 1위 라이칭더 40.05%, 2위 국민당 허우유이 33.49%로 나왔지만 관심을 끈 것은 26.4%의 득표로 3위를 한 대만민중당 커원저 후보였다.
입법위원 선거에서도 민진당은 국민당(52석)보다 적은 5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여소야대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특히 총통선거 득표율에 비하면 아쉬운 결과지만 기존 5석에서 8석까지 입법위원을 늘리는 데 성공한 민중당은 주요정책에서 여야 대결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할수 있게 됐다. 높은 집값·저임금·저출산·취업난 등 사회경제 문제에 집중해 온 민중당은 세금 감면 을 통한 근로자 임금 인상과 정부의 투명한 정책 등을 강조했다.
이번 총통과 입법위원 선거에서 친중 대 친미, 분리독립과 통일 같은 거대이념이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한 결과의 반영이기도 하다. 특히 총통선거에서 20~30대 대만 유권자가운데 48.83%가 민중당 커원저에게 투표한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청년층이 일자리와 임금, 주거 문제 등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이 이같은 선거결과를 낳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여론 주도층과 정치세력들이 친미, 친중 갈등으로 탁상공론을 하고 있을 때 코로나19 위기와 중국의 봉쇄정책에 따른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청년들의 지갑은 한층 얇아졌다. 실제로 15~29세 청년 노동자의 2022년 평균 임금은 월 3만4000대만달러(약 145만원)에 불과(대만 노동부 집계)했다. 지난해 국내 최저임금(시급 9620원·월급 201만 580원)과 비교해서도 72% 수준일 정도다. 대만에서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것은 그나마 2023년 12월이다.
특히 내수보다 수출 의존도가 큰 대만의 지난해(1 ~ 11월 기준) 수출이 전년동기보다 11.5% 줄어든 것도 서민, 특히 청년들의 어려움을 키웠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감소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0%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데 미국의 대만 밀착 행보로 중국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4월10일 총선으로 '슈퍼선거의 해'의 봄을 열어젖힐 한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중국 못지않은 북한의 무력위협, 어려워지는 경제조건에 더해 외신에도 자주 소개되는 극한 경쟁까지 겪는 한국 청년들의 삶이 대만보다 더 어려우면 어려웠지 낫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결혼, 출산은 엄두도 못 내는 청년의 고단함을 상징하는 출생률도 대만은 2022년 이후 연간 0.8 ~ 0.9명대인 것과 비교해 한국은 그것에도 못 미치는 2022년 0.78명이었다.
국내에서는 사실상의 정적제거를 목표로 한 살벌한 정쟁 등 끊임없는 비호감 대결로 이어진데다 최근에는 정치인을 향한 테러로까지 상황이 악화됐다. 여권은 친윤-비윤 대결, 야당은 친명-비명 정쟁에 이어 친명-친문 충돌도 불사하는 상황이다. 고정지지층이라는 집토끼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청년층에 호소하는 정책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떨어져나간 이들 중 일부와 진보정당 일각에서 제3지대를 표방하지만 청년들을 만족시키지는 못 하는게 현실이다.
반공을 내세운 권위주의 정권과 민주화운동 세력의 부상, 수평적 정권교체와 양당 체제 등으로 한국과 대만은 비슷한 궤적을 밟아왔다. 슈퍼선거의 해에 대만에 청년 중심의 제3세력이 부상한 가운데 한국은 어떨까. 4.10 총선까지 고작 70여일이 남았을 뿐이다.
배성민 기자 baesm100@gmail.com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재벌회장과 이혼→억대 위자료 날려…70년대 인기 여가수 누구? - 머니투데이
- '7년 절연' 딸 집에 간 백일섭, 마주쳐도 '모른척'…사위에게 건넨 말은? - 머니투데이
- "손자 죽을 뻔"...88세 김영옥 '다작' 집착하는 안타까운 이유 - 머니투데이
- '55세' 신애라도 못 피한 이 증상…"힘들다" 고백 - 머니투데이
- "이상민·사유리 사귀었다, 사랑스런 커플"…크리스티나 깜짝 폭로 - 머니투데이
- 경기 진 허훈, 광고판 '쾅쾅' 발로 차…"제재금 20만원" 징계 - 머니투데이
- 폭행설 부인한 김병만 "전처, 30억 요구…나 몰래 생명보험 수십개" - 머니투데이
- 23살 지적장애 아들 씻겨주는 엄마…'모르쇠' 남편 "덩치 커서 힘들어" - 머니투데이
- '입장료 연 7억' 걷히는 유명 관광지서…공무원이 수천만원 '꿀꺽' - 머니투데이
- "중국어 썼다고 감점" 싸늘했던 이 나라…한국 건설사에 일 맡긴 후 '반전'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