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반지만 끼면 건강정보가 줄줄...삼성이 나서자 애플도 ‘반지전쟁’ 참전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 새너제이 SAP센터.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 언팩(공개) 무대의 대형 스크린에서 ‘갤럭시링’이 깜짝 공개되자, 2100여 참석자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반지처럼 손에 끼는 것만으로 건강 자료를 모아 분석해주는 ‘스마트링’ 시장에 삼성전자가 공식 출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갤럭시링의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테크 업계의 관심은 뜨거웠다. IT 매체 더 버지는 “삼성전자가 웨어러블(착용 가능) 기기 시장의 질서를 흔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삼성이 성공하면 다른 주요 기업도 뒤따를 것이고, 오래 정체됐던 (하드웨어 기기) 시장이 다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진격을 시작으로 올해 테크 업계에선 ‘반지 대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그동안 스마트링은 스타트업들이 내놓는 새로운 형태의 아이디어 상품으로 간주됐지만, 올해부터는 삼성전자, 애플 등 대형 기술 기업이 달려들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스마트링을 포함한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는 작년 719억1000만달러(약 95조7000억원)에서 2030년 1861억4000만달러(약 247조6000억)로 커질 예정이다.
◇삼성전자·애플, 스마트링으로 붙는다
테크 업계에선 이르면 오는 9~10월 열리는 하반기 폴더블폰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링 실물이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S24 시리즈 언팩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디지털 헬스 기기의 가장 중요한 ‘상시 모니터링’을 구현하려면 링 모양 기기가 낫다고 판단했다”며 “갤럭시링은 올해 안에 출시될 것”이라고 했다.
갤럭시링은 스마트워치처럼 혈류 측정과 심전도 기능이 있는 센서가 담겨 심박 수와 혈압을 상시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T매체 더버지는 “갤럭시링 프로토타입에 따르면 이 기기가 매우 가벼워 24시간 차는 데 무리가 없고, 3가지 색상에 최대 13호(약 22.2mm)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로 제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이 링에서도 쓸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집에 있는 스마트 기기를 링으로 조작하고, 스마트폰 없이도 간편 결제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애플도 스마트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작년 미국 특허청인 USPTO에 근거리 무선통신 회로를 통해 다른 기기와 연동할 수 있는 스마트링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애플링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애플 기기와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와 함께 애플은 2022년 이용자의 신체 동작을 반지가 감지하고 특정 물체와 이용자의 거리를 재는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애플은 지난 19일 혼합 현실(MX) 기기 ‘비전프로’의 예약 판매를 시작했는데, 앞으로 애플링이 비전프로의 가상 공간에서 물체를 조작하는 ‘마우스’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빅테크들은 스마트링을 단순 헬스케어 기기로만 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스마트링이 스마트폰 기능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느냐에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했다.
◇틈새시장 노리는 스타트업들
틈새시장을 노리는 스마트링을 선보이는 스타트업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모바노헬스는 올 1월 열린 CES 2024에서 여성 전용 스마트링인 ‘이비링’을 선보였다. 일반적 건강 지표를 측정해주는 동시에, 월경 주기를 예측하고 생리통 증상을 추적해준다. 여성의 가임기를 정확하게 예측해 부부의 2세 계획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 웨어러블 스타트업인 어메이즈핏은 엘리트 운동선수를 위한 스마트링 ‘헬리오링’을 공개했다. 수면을 정밀 분석해 선수의 훈련이 적절했는지 또는 부담이 과했는지와 같은 지표를 측정해준다. 게임에 임하는 정신력을 키우기 위한 명상 서비스도 제공한다.
다만 대기업 제품이 스마트링 시장의 ‘메기’가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경전도 펼쳐지는 모습이다. 현재 스마트링 시장의 선두 업체인 핀란드 오우라헬스의 톰 헤일 최고경영자(CEO)는 미 CNBC방송에서 “갤럭시링이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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