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140개 뿌려졌다, 주먹 크기 센서 든 ‘비밀택배’ 정체
“과일 택배 박스는 2m 높이에서 열 번 넘게 떨어져도 내용물이 터지지 않고, 2.5㎏짜리 상자를 7단으로 쌓아 날라도 망가지지 않아야 합니다. 수백 번 반복 실험한 끝에 3㎜ 두께 골판지를 얇고 촘촘하게 겹쳐 만든 박스가 가장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지난 25일 경기도 동탄에 있는 CJ대한통운 ‘패키징 혁신센터’에서 만난 김찬우 팀장의 말이다. 이곳은 40억원을 투자해 국내 택배 업체 최초로 세운 택배 포장 연구센터다. 택배 물건을 어떤 크기와 두께 박스에 어떤 방식으로 담아야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고객한테까지 전달될 수 있는지를 연구한다. 상주 연구원 5명과 본사 기술팀 9명이 20여 종류의 택배 박스를 ‘못 살게’ 구는 실험을 한다. 매일 다른 높이에서 수백 번씩 떨어뜨리거나 찌그러뜨리고, 고온에 찌거나 냉동으로 얼리기도 한다. 극한 환경이나 기온에도 망가지지 않고 견뎌내는 택배 포장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이커머스 시장 성장으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업체들이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제품을 배달하기 위한 박스 연구에 나서고 있다. 배달 과정에 상자 속 제품이 파손되면 택배 업체가 이를 보상해줘야 하는데 물량 증가와 함께 파손 사례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의하면 2020년 33억7373만개였던 택배 물품은 2022년 37억3285만개까지 늘었다. 택배 업체 입장에선 상품 파손 때 내야 하는 보상금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택배 포장 방식 고도화가 필수가 된 것이다.
◇파손 없는 배달에 사활 거는 택배 업체들
CJ대한통운 패키징 혁신센터 연구원들이 작년 한 해 가장 끈질기게 매달린 작업은 ‘비밀 택배 보내고 받기’였다. 서울 동작·강남구, 부산, 전북 남원 등 10여 곳에 5㎏·10㎏짜리 두 종류의 ‘비밀 택배’ 140개를 무작위로 보냈다가 돌려받는 일을 반복했다. 겉보기엔 일반 택배처럼 보이지만, 안엔 택배 운송 과정에 상자가 몇 번이나 뒤집히고 흔들리며 어느 쪽으로 떨어지는지 등을 세밀하게 기록하는 성인 주먹만 한 크기의 운송환경기록계(세이버)가 들어 있다. 이렇게 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상 배송 시간인 36~48시간 동안 택배 박스를 모서리와 면 방향으로 460회 떨어뜨리고, 6만 번 흔들고, 저온과 고온 상태 노출을 반복 시험해 최적의 택배 박스를 만들어 낸다. 연구 결과는 스마트폰처럼 파손되기 쉬운 상품 포장에 우선 적용됐다. 전자 제품이나 유리병, 화장품 같은 상품 배송을 위해 박스 안에 지지대를 설치, 제품이 박스 어느 면에도 닿지 않고 떠 있도록 한 ‘상품 고정형 패키지’를 개발했다.
물류 회사 한진도 망가지기 쉬운 상품을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도록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달 새로 문을 연 ‘대전 스마트 메가 허브 터미널’에선 AI(인공지능) 로봇이 제품 형상을 자동으로 읽고 이에 알맞은 컨베이어 벨트로 옮기는 일을 한다. 운송 과정에서 파손될 수 있을 만한 상자는 따로 걸러내, 택배를 재포장하거나 돌려보내고 있다.
◇택배 과대 포장 규제 시행
정부가 오는 4월부터 택배 과대 포장을 막는 ‘택배 포장 규제’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장재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정부는 탄소 배출과 재활용품 감소를 위해 택배 상자 공간을 최대 50% 이내로 제한한다는 방침이다. 작은 상품을 큰 박스나 비닐 포장재에 넣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제품 용도에 따른 적합한 포장과 적절한 완충재 사용이 더욱 강조되는 것이다.
해외 업체들도 다양한 안전 포장재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물류 배송 업체 페덱스는 포대나 원목 형태의 대형 물류 포장재까지 따로 개발, 대형 상품도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야마토 운수는 각 제품 성격에 따른 전용 포장재를 개발했다. 립스틱 같은 작은 생활용품은 제품이 상자 안에서 굴러다니지 않도록 ‘퀵핏’이라는 이름의 완충 포장재를 사용하고, 책이나 서류는 우편함에 쏙 들어가도록 얇고 납작한 박스를 사용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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