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황무지 일본 시장 점령하자”... 韓 스타트업, 日 진출 속도전

안상현 기자 2024. 2. 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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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타트업, 일본 진출 속도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일 스타트업 교류회(Korea Startup Mingle Tokyo)'에서 양국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여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고 있다. 국내 채용 플랫폼 기업 원티드랩과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이 마련한 행사다. /원티드랩

웹 트래픽 관리 소프트웨어를 삼성전자와 현대차, 질병관리청, 코레일 등 국내 500여 기업·기관에 공급하는 스타트업 ‘에스티씨랩’은 최근 일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일본 정보 통신 기업과 제휴를 맺고 기술 검증(PoC)에 나섰고, 올해는 현지 영업 인력을 채용해 고객사 20여 곳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상엽 에스티씨랩 이사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아날로그 일본에도 디지털 전환이 시작됐다”며 “이 기회를 선점하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소프트웨어,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코딩 교육, 자율 주행 충전 로봇 등 각 분야 한국 스타트업이 대거 일본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 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일본 지사를 운영해 온 채용 플랫폼 기업 원티드랩은 작년 10월 창업 지원 기관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와 손잡고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는 ‘문샷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강철호 원티드 재팬(원티드랩 일본 지사) 대표는 “현재 국내 스타트업 9곳이 문샷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라며 “일본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지사장 등 핵심 인재 채용과 현지 법인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하경

◇日 디지털 전환 선점하는 韓 스타트업

일본에 진출했거나 진출하려는 국내 스타트업은 주로 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를 노리고 있다. 비즈니스용 온라인 메신저 ‘채널톡’을 서비스하는 채널코퍼레이션은 2018년 일본에 진출해 매출의 25%를 일본에서 올리고 있다. 일본 내 고객사만 1만4000곳이 넘는다. 온라인 코딩 교육 업체 팀스파르타 역시 작년부터 일본 기업용 강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팀스파르타 관계자는 “일본 개발 직군은 경력직보다는 대졸 신입을 뽑아 교육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내 디지털 전환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다”며 “B2B(기업용)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한창 인기가 많은 생성형 AI 기업들도 일본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국내 이용자 200만명 이상을 확보한 AI 챗봇 개발 기업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첫 글로벌 서비스로 일본어 버전을 공개했다. 김기한 뤼튼 일본 사업 총괄은 “AI를 업무에 적용하기 시작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아직은 관망하는 분위기여서 초석을 다지려고 빨리 진출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일본 1위 패션 전자 상거래 플랫폼으로 꼽히는 ‘누구(NUGU)’를 운영하는 메디쿼터스, 글로벌 이용자 5000만명 중 절반 이상이 일본인인 공유 캘린더 앱 개발 기업 ‘타임트리’ 등도 일본의 디지털 전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그래픽=김하경

◇해외 스타트업 유치 위해 비자도 신설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은 디지털 전환에서는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내놓은 정보통신백서에 따르면, 2022년 일본 기업들의 디지털화 진행도는 48.4%에 머물렀다. 미국(78.6%)이나 독일(80.6%), 중국(88.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뒤늦은 출발을 만회하고자 최근 일본 기업들은 앞다퉈 디지털 전환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시장조사 업체 후지키메라종합연구소는 일본의 디지털 전환 투자액이 2022년 2조7277억엔(약 23조6000억원)에서 오는 2030년 6조5195억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해외 스타트업 유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스타트업 시장에 10조엔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해외 인재를 더 많이 유치하려고 비자 제도도 개선했다. 지난해 4월 신설된 특별고도인재 비자는 석사 이상 인재 또는 전문직 근무 경력 5~10년 이상이면서 연 수입 2000만엔 이상 등의 조건을 충족한 해외 인재에게 곧바로 5년짜리 비자를 내준다. 일본에 진출한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일본은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나라였지만, 신설된 비자로 해외 경영진이 보다 쉽게 일본 시장에 거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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